日 기무라 교수, 16일 불교학연구회서 특별강연

‘보경’(普敬) 실천한 삼계교 신행·신라 원효 높이 평가

“순순히 두 손을 모아 인사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기무라 키요타카 도쿄대 명예교수(오른쪽)가 9월 16일 불교학연구회 가을 논문발표회 자리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기무라 키요타카 도쿄대 명예교수(오른쪽)가 9월 16일 불교학연구회 가을 논문발표회 자리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왼쪽은 통역을 맡은 김재성 능인대학원대학교 교수. (사진=불교학연구회)

 

화엄학의 대가인 기무라 키요타카 도쿄대 명예교수가 한국을 방문해 ‘화엄사상 연구의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특강(통역: 김재성 능인대학원대학교 교수)을 했다. 9월 16일 동국대 문화관 1층 덕암세미나실에서 개최된 불교학연구회(회장 남수영) 가을 논문 발표회 자리에서다.

전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 열린선원 주지 법현 스님 등 50여 명의 스님과 학자들이 동참한 이날 기무라 교수는 △ 대본 《화엄경》의 형성과정, △ ‘십지품’의 변용과정, △ ‘간다뷰유하’와 《화엄경》 ‘입법계품’, △ 보로부드르 유적과 《화엄경》의 연관성 등에 관해 오랜 연구에서 빚어낸 자신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나갔다.

남수영 불교학연구회 회장이 특강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불교학연구회)
남수영 불교학연구회 회장이 특강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불교학연구회)

마지막 장 ‘새로운 연구 방향의 제언’ 부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기무라 교수는 “법장(法藏)에 의해 대성된 화엄교학이나 그 뒤를 이은 징관 등에 의해 변용·변혁되어 온 화엄사상은 그대로 존중되어야 할 뛰어난 철학적 체계로 간주하고 기존의 연구노선을 계승·유지해 나가기만 하면 좋을까”라고 물음을 제기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자답한 기무라 교수는 “새로운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사람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파악하고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요구할 것인가’라는 윤리적 관점에서 다시 한번 화엄사상을 음미해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기무라 교수는 “화엄교학에서 붓다와 중생의 일체적 관계는 하나의 이론으로 정연하고 거의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여기서 가로막는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일천제(一闡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무라 교수는 “이를 불교 역사상 명백히 자기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인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이 수대에 나온 신행(信行·540-594)”이라면서 “그는 제일의적으로는 ‘일천제를 위한 불법’으로서 이윽고 금단으로 내몰리게 되는 삼계교(三階敎)를 개창하고, ‘보경’(普敬·모든 타자를 공경하는 것)과 ‘인악’(認惡·자기 죄과를 바라보는 것)을 내세워 이러한 실천이야말로 불설의 극치라고 설파했다”고 전했다.

화엄종 제2조 지엄이 삼계교에 발빠르게 공감했다고 밝힌 기무라 교수는 “그 후 시대 상황이 급속도로 변해간 것도 큰 요인이지만, 법장을 비롯한 화엄종을 계승하는 사람 중에서는 지엄의 이 면모를 계승하는 불교도가 뒤따르지 않았다”면서 “여기에 화엄교학의 전통이 지닌 하나의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강에 참석한 전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열린선원 주지 법현 스님(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등 주요 스님과 불교학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불교학연구회)
특강에 참석한 전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열린선원 주지 법현 스님(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등 주요 스님과 불교학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불교학연구회)

 

그는 이 문제에 관해 잊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화엄사상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화엄경소》 10권을 남긴 신라의 원효(617-686)를 들었다. 원효가 신행의 ‘보경’의 정신을 파악하고 이를 《열반경》의 중요한 교설 해석에 도입했다는 것이다.

기무라 교수는 “신행은 《열반경》을 바탕으로 자신이 살았던 시대를 ‘말법의 시대에는 일천제 및 오역죄[를 범하는 자]가 대지의 흙과 같다’(대근기행법)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새로운 모습을 가진 현대사회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근본적인 양상을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화엄사상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자문한 그는 “이 사회를 책임져야 할 중생, 즉 우리 인간 누구나 자기를 깊이 바라보는 인악(認惡)은 어려운 일 중의 어려운 일이므로, 잠시 한쪽에 두고, 모양만이라도 순순히 두 손을 모아 인사한다는 이 일부터 시작해 서로 공경하는 보경을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기무라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같이) 조금씩 협동의 고리를 세계 전체로 넓혀가는 것이 화엄사상이 개척해 온 ‘중중무진의 연기’의 도리를 현대에 되살리는 첫걸음”이라는 말로 이날의 특강을 마무리했다.

후원금 전달 후 정엄 스님과 남수영 회장, 이성례 보살(왼쪽부터)이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불교학연구회)
후원금 전달 후 정엄 스님과 남수영 회장, 이성례 보살(왼쪽부터)이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불교학연구회)

 

한편 기무라 교수의 특강에 앞서 도쿄대 유학 시절 기무라 교수의 지도를 받은 군포 정각사 주지 정엄 스님은 사찰 신도 이성례 보살의 후원을 받아 불교학연구회에 1000만 원의 연구기금을 기탁했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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