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련사 예수재 홑소리의 연행과 특징②

 

회향식은 준비의식과 본의식으로 구분된다. 준비의식은 ‘영가’를 주요 대상으로, 본의식은 불보살과 성중·성현 등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 준비의식은 영가를 맞이하여 씻기고, 불법을 들려주고, 예수재의 주된 목적 중 하나인 금은전을 만들고 진설하는 절차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본의식은 신에게 재의 목적과 개최를 알리고, 도량으로 청하여 권공하여 봉송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주요 절차는 예수재뿐만 아니라 수륙재, 영산재와 같은 불교의례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무주고혼이나 망자를 천도하기 위해 설행된 수륙재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생자를 위한 예수재로 분화1)하였을 뿐만 아니라, 망자(亡者) 천도(薦度)라는 수륙재의 핵심 기능이 여타 재에 영향을 끼친 결과이다. 고혼과 망자의 천도를 빌어 산 사람에게 위로와 안녕을 주 것은 종교가 가지는 매우 큰 기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산회상(靈山會上)’을 실현하는 영산재와 살아생전 극락왕생을 비는 예수재에도 수륙재 의식이 많이 습합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수륙재의 절차와 순서 상 다른 부분이 청련사 예수재에서 보이기도 한다. 통상 수륙재2)에서는 마구단이 사자단의 바로 뒤에 또는 동시 진행된다. 그러나 봉은사 예수재의 경우에도 청련사와 동일하게 고사단의 이후에 행하는데, 이는 마구단에 모시는 이동수단 ‘말’의 역할과 관련이 있다. 수륙재의 경우, 재의 거행를 알리는 ‘행첩소’를 가지고 돌아가는 사자(使者)의 이동수단으로서 ‘말’을 인식3)하고 있다. 반면 예수재에서는 명부세계로 전생의 빚(금은전·경함)을 옮겨 나르는 이동수단으로서의 ‘말’을 마구단에 모신다. 이러한 인식 차이 때문에 시식까지 마친 후 마구단 권공을 행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 청련사 예수재의 절차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바로 봉원사 영산재의 영향을 받은 모습이다. 증언4)으로 확인되는 1900년대 중반 청련사 예수재의 절차가 현재와 동일한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신중작법과 괘불이운이 관욕 이후에 행해지는 점, 의식의 시작으로 시련-대령-관욕을 순차 연행하는 점은 조계종 봉은사의 생전예수재와 다른, “신촌 봉원사 박송암의 제자들이 전수받은 의문의 일반적 차서”5)이다.

이러한 예수재의 큰 재차들은 다시 소재차로 갈라지고, 세부 절차는 범패라는 음악 장르로 구현된다. 다시 말하자면, 범패는 의식을 설명하고 실행하는 음악적 언어이며, 재의 각 소재차는 하나의 악곡6)으로 성립한다. 목적에 따라 작법무인 몸의 언어가 수반되기도 한다. 따라서 각 절차를 범패로 어떻게 구현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세부 절차의 구성과 범패의 연행양상을 살펴보겠다. 더불어 각 절차의 구성이 수륙재 또는 영산재 어느 쪽의 영향을 받았는지, 특징은 무엇인지도 함께 고찰하고자 한다.

먼저 현장에서 연행된 세부 재차이자 악곡명을 순서대로 나열하되, 의식문에는 있지만 실제 의식에서 생략된 악곡은 기록하지 않겠다. 6시간 남짓의 빠듯한 시간에 절차를 생략한 것은 어장이 판단하기에 중요도가 낮은 절차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대하거나 첨가한 것은 중요한 절차라는 어장의 인식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긴 소리로 부를 수 있는 악곡을 소위 ‘쓸어’7) 부르는 경우 역시 악곡명만 표기하고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다.

1. 준비의식

준비의식은 총 6개의 큰 재차로 이루어져 있다. ‘시련‧대령·관욕·조전점안과 이운’은 영가를 위한 일련의 의식이며, ‘신중작법’과 ‘괘불이운’은 신중과 불보살을 대상으로 하는 의식이다.

1) 시련

시련은 청련사 예수재의 첫 단계이다, 통상 도량 밖에 나가서 시련을 행하지만, 청련사의 경우 명부전에서 영가를 맞아 중정(中庭)으로 이동하였다. 타 예수재에서는 시련을 생략하고 외대령으로 의식을 가름하기도 한다.

세부절차는 아래와 같다. 회색( )으로 표시한 절차는 2018년 중양절예수재에서 판악이 어려워 보조자료로 확인한 것이다.

1

옹호게

2

요잡바라(바라무)

3

헌좌게

4

헌좌진언

5

다게(착복무)

6

요잡바라(바라무)

7

행보게

8

산화락

9

귀의인로

10

영축게

11

보례삼보

 

 

□ 겉채비소리 중 반짓소리·짓소리: 옹호게, 귀의인로
□ 겉채비소리 중 홑소리: 다게
○ 작법무: 다게착복무, 요잡바라무

시련에는 총 11곡을 불렀으며, 이는 극히 통상적인 구성이다. 짧은 반짓소리 〈옹호게〉로 ‘대범천왕, 제석천왕, 사천왕, 가람신, 팔부신장’을 청한 뒤에 ‘요잡바라무’를 춘다. 청한 신중(神衆)을 자리에 모시는 〈헌좌게〉와 〈헌좌진언〉을 쓸어 부른 뒤, 차를 대접하는 〈다게〉를 홑소리로 정중히 올리고 ‘다게착복무’와 ‘요잡바라무’를 춘다. 간략한 접객을 마친 뒤 청한 이들을 모시고 재장(齋場)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귀의인로〉로서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을 앞세운다. 〈귀의인로〉, 즉 짓소리 ‘인성(引聲)’은 이동에 중요한 대상인 인로왕보살을 청하는 절차이기도 하지만, 연행적으로는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채우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2) 대령

‘대령(對靈)’은 영가를 모셔 간단한 음식을 대접하는 의식이다. 통상 사천왕문 밖에서 거행되지만, 청련사의 경우는 시련을 명부전에서 거행하였기에 중정 옆 대적광전의 하단에서 실시하였다. 세부절차는 아래 표와 같다.

1

거불

2

대령소

3

지옥게

4

착어

5

진령게

6

보소청진언

7

도청사

8

향연청

9

가영

10

전물편(가지권반)

11

 

 

 

□ 안채비소리: 대령소, 착어
□ 겉채비소리 중 홑소리: 진령게

대령은 총 11개 세부절차로 구성되는데, <청사(請詞)>를 매우 간략히 하였다. 대령의 청사는 인로왕보살을 모시는 ‘〈증명청〉+〈향화청〉+〈가영〉+〈고아게〉’와 고혼을 대상으로 하는 ‘〈청사〉+〈향연청〉+〈가영〉’의 반복으로 text가 많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어장 상진은 이를 ‘도(都)’ 청사로 가름하였다. 이는 상용의식에서 차용한 것으로, 의식문을 중요하게 여기는 재 의식에서 선호하는 구성은 아니다.

먼저 관련 불보살인 아미타불과 관음보살, 대세지보살, 인로왕보살을 불러 설행 이유를 밝힌 〈대령소〉를 올린다. 〈대령소〉는 작법승 일심이 안채비소리로 연행하였다. 이어 어장 상진이 영가에게 가르침을 주는 〈착어〉를 안채비소리로 부르고, 명부세계에 부름을 알리는 〈진령게〉를 긴 홑소리로 불러 비로소 준비 단계를 마쳤다. 이후 실제 대상을 청하는 〈보소청진언〉, 〈도청사〉와, 부름에 응한 대상을 찬탄하고 대접하는 〈향연청〉, 〈가영〉, 〈전물편〉은 쓸어서 연행하였다.

3) 관욕

관욕(灌浴)은 초청된 영가를 씻겨 재장(齋場)에 들이는 의식이다. 관욕소(灌浴所)는 대적광전에 마련되었다. 관욕의 세부절차는 아래와 같으며, 이는 중양절예수재 영상의 관욕이 편집되어 보조자료로 확인한 것이다.

1

인예향욕편

2

반야심경

3

정로진언

4

입실게

5

가지조욕편

6

목욕게

7

목욕진언

8

관욕쇠(바라무)

9

작양지진언

10

수구진언

11

세수면진언

12

가지화의편

13

화의재진언(바라무)

14

가지복식편

15

수의진언

16

착의진언

17

정의진언

18

출욕참성편

19

지단진언

20

이행게

21

산화락

22

귀의인로

23

유치

24

정중게

25

개문게

26

가지예성편

27

보례삼보

28

퇴귀명연

29

법성게

30

괘전게

31

수위안좌편

32

수위안좌게

33

수위안좌진언

 

 

 

 

 

 

□ 겉채비소리 중 홑소리: 화의재진언
○ 작법무: 관욕게바라무, 화의재바라무

관욕은 총 33개의 절차로 구성되어 있으며, 의식문에 기록된 관욕의 세부제차에서 단 하나의 절차도 생략하지 않았다. 이는 영가를 씻기는 의식이 설판재자와 어장에게 신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인식된 것을 입증하는 현상이다. 범패 이외에도 ‘관욕소’의 행위 및 결수(結手) 등으로 다소 번잡하기에, 악곡은 대부분 쓸고 최소한의 소리만 연행하였다.

영가를 씻기고 새 옷을 입히는 두 절차에서 중점을 두었는데, ‘가지조욕편’에서는 ‘관욕게바라무’를, ‘가지화의편’에서는 ‘화의재바라무’를 추었다. ‘관욕게바라무’에는 소리 없이 기악반주만 연주되고, ‘화의재바라무’에는 홑소리 〈화의재진언〉이 연행된다.

-국립민속국악원 학예연구사

【각주】
1) 이종수, 「한국불교 예수재의 성립과 전승」, 청련사 예수시왕생칠재의 역사·문화적 의의(한국불교태고종 청련사 법음범패보존회, 2019), p.31 4~5째줄.
2) 국가무형문화재 125호 삼화사 수륙재, 126호 진관사 수륙재, 127호 아랫녘수륙재의 절차를 살펴보았다.
3) 진관사수륙재보존회, 「진관사 국행수륙대제 리플릿(leaflet)」(2012) 참고.
4) 구미래, 「청련사 예수시왕생칠재의 의례주체와 설행양상」, 동국사학 제66권(동국대학교 동국역사문화연구소, 2019), p.4~5 참조.
5) 이성운, 「예수재의 의문 구성과 의례 설행의 특성 –의문 자료와 청련사 예수재를 중심으로-」, 동국사학 제66권(동국대학교 동국역사문화연구소, 2019), p.14쪽.
박송암 외 봉원사 계보의 박삼우 예수재의범에서도 해당 절차가 확인된다,
6) 본고는 재의식을 음악적으로 고찰하는 논문이기 때문에 ‘의식문’ 대신 ‘가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의식의 세부 절차를 하나의 ‘악곡’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7) 심상현은 쓰는 소리에 대한 정의를 “‘쓴다’함은 엮음이란 뜻이다.”라고 정의하였다.심상현, 영산재(국립문화재연구소, 2003),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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