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비구니 바일제법
타인 피해주는 일 없게 세심한 배려도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11조부터 제14조까지는 비구니와 재가 남자 사이의 의심스러운 정황들에 관한 내용들로서 조문을 이해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먼저 제11조 암중공남자공립공어계(闇中共男子共立共語戒)의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암야에 어두운 등불 아래에서 남자와 함께 일대일로 혹은 함께 서서 혹은 함께 말하면 바일제이다.”

비구니가 어둠 속에서 재가자인 남자와 의심받을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계율이다.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12조는 병처공남자공립공어계(屛處共男子共立共語戒)로 전조와 비슷한 내용이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장부처(障覆處)에 남자와 함께 일대일로 혹은 서거나, 혹은 말하면 바일제이다.”

여기서 장부처란 벽 혹은 호(戶, 문짝), 혹은 멍석, 혹은 천막, 혹은 나무, 혹은 기둥, 혹은 자루 등을 가려진 장소를 말하는 것으로 비구니와 남자가 몸을 가릴만한 장소인 병처(屛處)에 서서 대화하는 것을 금하는 계율이다.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13조 노지여남자공립공어계(露地如男子共立共語戒)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노지에 남자와 함께 일대일로 혹은 서 있거나 혹은 말하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은 병처뿐만 아니라 개방된 장소인 노지에서도 남자와 함께 서서 이야기하는 비구니는 바일제를 범하게 된다는 내용인데 여기서 노지란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장소를 의미하므로 사실상 병처와 거의 유사한 장소의 개념으로 볼 수 있기에 비구니가 남자와 같이 서 있거나 이야기를 나누면 안 된다는 계율이다.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14조 견거반구니공남자이어계(遣去伴比丘尼共男子耳語戒) 역시 비구니로서 의심을 받을 만한 행동을 금하는 내용이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차도(車道) 혹은 소로(小路) 혹은 네거리에서 남자와 함께 일대일로 혹은 서고, 혹은 말하고, 혹은 이어(耳語)하여 동행 비구니를 보내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은 도반과 같이 길을 나섰다가 길가에서 남자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심지어 귓속말까지 하여 도반을 보내게 된다면 바일제를 범하게 된다는 계율이다.

이상의 네 개 조문은 비구니가 재가 남자를 만나 함께 서서 이야기를 나눔에 있어서 충분히 타인으로부터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을 금하는 계율로 조문만으로도 이해의 어려움이 없기에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15조 식전입백의가불어주인퇴거계(食前入白衣家不語主人退去戒)의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식전(食前)에 속가에 가서 상좌(床座)에 앉으면 주인에게 고하지 않고 가면 바일제이다.”

여기서 상좌는 빨리어 āsana(아사나)의 역어로 방석, 좌구(坐具), 깔개 등을 이르는 말이다. 본 조문의 인연담을 보면 비구니가 재가자의 집 갔다가 주인에게 알리지 않고 정사로 돌아왔기 때문에 비구니가 앉아 있었던 좌구를 도둑맞은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비록 의도하지 않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조문이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ㆍ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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