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三步一拜)의 사전적 풀이는 ‘수행, 기도, 참회 따위를 목적으로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면서 가는 일’이다. ‘세 걸음’에는 삼보(三寶)가, ‘일배’는 귀의의 뜻이 들어 있다. 그러니까 삼보일배는 부처님께(1보), 가르침·진리에(2보), 스님들께(3보) 귀의(일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 걸음’을 삼독(三毒)에 빗대기도 한다. 이기심으로 가득 찬 탐심(貪心)을(1보), 속세에 더럽혀진 진심(塵心)을(2보), 어리석은 치심(癡心)을(3보) 멸한다(일배)는 뜻으로 삼보일배를 풀이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절을 하면서 자기가 지은 나쁜 업을 뉘우치고 깨달음을 얻어 모든 생명을 돕겠다는 서원하는 게 삼보일배의 참뜻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삼보일배가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2002년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 반대, 금정산·천정산 고속철도 터널 굴착 반대시위에서 환경론자들이 처음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하면서부터다. 2003년 3월 28일부터 수경 스님·문규현 신부·김경일 교무·이희운 목사가 65일 동안 새만금 간척지 사업으로 인한 환경 훼손과 생명 파괴를 막기 위해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감행했다. 그때부터 삼보일배는 다양한 운동과 시위의 한 방식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불교의 수행법에는 오체투지(五體投地)도 있다. ‘부처님께 온전히 나를 맡긴다’는 의미를 담아 두 팔꿈치, 두 무릎, 이마의 다섯 군데 인체 부위를 땅에 대고 절하는 예경 방식을 가리킨다. 전통적으로 인도 사회에서 내려오는 인사법이 불교에 유입된 것이다. 불교는 참회를 할 때 고참 승려나 불보살의 상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것이 상례이므로 오체투지는 참회 수행의 일부를 이루게 됐다. 오체투지는 먼저 가슴 쪽에 손바닥을 마주 대어 합장하고 몸을 구부려 무릎을 구부린다. 다음으로 두 손을 바닥에 댄 후 상체를 숙여 이마를 땅이나 예경 받는 사람의 발에 대는 접족례(接足禮)를 행한 후 반대 순서로 몸을 일으키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최근에 오체투지를 가장 많이 하는 단체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불교환경연대다. 이 단체 소속 스님들은 지난 8일에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출발해 종각역-광화문-주한일본대사관 앞까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했다.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는 불교수행과 사회적 의사표현의 울타리를 넘어 2020년엔 상(賞)의 이름에도 등장했다.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이 그것이다. “모든 생명의 존엄과 행복을 위해 가장 낮은 자세로 임했던 새만금 삼보일배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오체투지했던 헌신을 되살린다”는 취지로 사단법인 ‘세상과함께’에서 제정한 상이다. 올해가 네 번째로 지난 4월 공모를 시작해 9월 22일 접수를 마감한다. 10개 부문에 수여되는 상금은 모두 2억5천만 원에 이른다. ‘세상과함께’ 관계자는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환경단체와 활동가, 생명과 평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개인 등이 이 상후보로 지원(추천)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월간불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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