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용일섭의 ‘연보(年譜)’ 근간…화승들의 작품 목록 재구성

마곡사 금어원, 한국불교 대표 금어양성소로 발전해나가야

 

마곡사와 화승계보

임창옥(정우) 지음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35,000원

 

 

 

 

 

마곡사 ‘불모비림(佛母碑林)’. 불화를 그리는 화승들의 비를 모셔 놓은 곳으로, 충남 공주 마곡사가 화승 교육의 중심지임을 알게 해주는 근거다. 2000년 10월 보응문성 불모비 제막식에 이어 2006년 10월 금호약효, 호은정연, 금용일섭, 회응상균, 명성우일의 불모비를 모셨다. 후대의 불모들은 마곡사의 3대 불모 가운데 보응문성의 기일인 음력 10월 31일에 선대 불모들을 추모하는 다례제를 매년 올린다.

마곡사 '불모비림'에 있는 금호불모비.
마곡사 '불모비림'에 있는 금호불모비.

마곡사는 2018년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산지승원’ 중 한 곳이다. 마곡천을 사이에 두고 남원의 대웅보전과 대광보전의 석가신앙 및 화엄신앙 영역과 마곡천 건너 북원에 위치한 영산전의 선 수행 공간으로 구성되어 유구한 전통과 한국 불교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불교문화유산과 함께 특히 금호약효(1846-1928)를 필두로 한 화승과 불화가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는데 이론이 없다.

금호약효에서 계계승승으로 이어지는 제자들까지의 화맥 전승 계보는 다른 불화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전승사를 보여주고 있다. 마곡사는는 이를 바탕으로 ‘화소’로 불리는 근대기 불화의 제작소로서 역할을 다하였고, 앞으로도 현대 화승들의 교육처로서 금어(金魚, 畵僧)들을 배출하게 될 양성소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

저자 정우 스님은 불교미술사를 공부하고(석사) 문화재학을 전공(박사과정)한 이 분야의 전문가다. 스님은 마곡사의 역사와 문화유산, 마곡사를 기반으로 한 화승들의 근대 불화 제작 활동과 그 계보 및 그들이 창작해 온 불화 작품들의 현황을 연구 조사한 글들을 모았다.

예나 지금이나 화승들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제작 활동에 임하는 것이 아니다. 불·보살이나 신중, 칠성, 산신, 독성 등 신앙의 대상을 형상화하는 성스러운 일을 담당한 것이다. 오늘날 ‘문화’의 의미가 더욱 새롭게 조명되는 시대에, 불교가 대중 교화의 의의와 가치를 불화를 통해 펼쳐 나가는 데 있어서, 화승들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마곡사를 기반으로 한 화승들의 계보를 연구 조사한 정우 스님.
마곡사를 기반으로 한 화승들의 계보를 연구 조사한 정우 스님.

이 책은 마곡사 화승의 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남긴 금용일섭(金蓉日燮, 1900-1975)의 ‘연보(年譜)’를 근간으로 하고, 편린으로 남은 역대 화승들의 기록, 그리고 전국에 산재한 마곡사 출신 화승들의 작품 목록 등을 통해 재구성해 나간 마곡사 화승의 역사이자, 마곡사 소재 문화유산들의 역사 기록이다.

정우 스님은 머리말을 통해 “충청도 계룡산을 중심으로 한 마곡사의 화승들이 가장 활발하고도 규모있는 집단을 이루었고, 현대에까지도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마곡사가 현대 화승들의 교육처로서 역할해야 할 당위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그렇기 때문에 마곡사의 금어원(金魚院)은 앞으로 막중한 책임 의식을 지니고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금어 양성소로서 발전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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