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표 교수, 기존 번역서 왜곡 부분 바로잡고 표현의 적확성 높여

숫따니빠따-피안으로 가는 길

이중표 역주

불광출판사

30,000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눈과 귀에 익숙한 문구다. 1993년 출간된 공지영의 베스트셀러 장편소설 제목이다. 2년 뒤엔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 멋진 문구의 원문은 이렇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탕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누구나 한번은 접해봤을 이 구절의 출처가 불교 경전 《숫따니빠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숫따니빠따》는 초기경전인 5부 니까야 가운데 《담마빠다》와 함께, 《쿳다가 니까야》에 수록돼 있다. ‘불교 경전’을 뜻하는 ‘숫따(Sutta)’와 ‘모아놓다’라는 의미의 ‘니빠따(Nipāta)’의 합성어로, ‘경전 모음’이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72개의 경전, 1,149개의 게송이 수록되어 있는데, 수록된 경전의 내용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기록물의 연대를 근거로, 가장 오래된 경전, 최초의 경전으로 꼽힌다. 젊은 붓다가 제자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과 나눈 문답 형식으로 되어 있는 《숫따니빠따》에는 죽음·늙음·자유·욕망·깨달음 등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이 단순하면서도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담겨 있다. 따라서 붓다 가르침의 원형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일독해야 하는 경전이다.

《숫따니빠따》는 한문으로 번역된 적이 없어 대승불교권에는 잘 알려지지 못했다. 운문 형식의 간결한 문장과 쉬운 내용 덕분에 남방불교권에서 일찍부터 널리 사랑받아 왔던 것과 달리, 우리에게 소개된 것은 1991년 법정 스님이 일본어 번역본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 출간되면서부터였다. 이후 여러 종의 번역서가 출간되었지만 모두 의미 전달과 원전의 형식, 두 가지 중 하나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석학, 이중표 전남대 명예교수가 나섰다. 그는 먼저, 철저한 사전 작업을 통해 기존 번역서들의 오류를 면밀히 파악하고, 빠알리어 경전과 사전을 폭넓게 검토해 단어들의 다양한 용례를 정리했다. 이를 토대로 새롭게 원전을 번역하면서 기존 번역서들의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아 표현의 적확성을 높였다. 또한 문맥을 해치지 않는 의역을 통해 가독성과 리듬감을 살렸다. 나아가 원전과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는 각주를 달아 본래의 뜻과 의역한 이유를 상세하게 밝혔다.

각기 다른 체계와 표기법, 문화적 배경을 지닌 두 언어를 완벽하게 일치시켜 번역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번역자에게는 언어 능력뿐만 아니라 원전에 대해 깊은 이해가 요구된다. 그래서 원전의 뜻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그러면서도 읽기에는 편한 문장으로 옮기는 사람을 좋은 번역자로 꼽는다. 우리말 《숫따니빠따》의 새로운 표준으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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