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동국대 만해마을 ’2023 만해축전 국제학술 세미나’
김수형 시인 ‘현대시조에 나타난 불교적 상상력’ 주제 발표
‘연기와 윤회’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범주화해 시적 양상 살펴

2023만해축전 국제학술 세미나에서 김수형 시인(오른쪽)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2023만해축전 국제학술 세미나에서 김수형 시인(오른쪽)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 시사에서 하나의 조류를 형성한 불교적 상상력은 불교적 사유가 산견된 고시조는 물론이요, 1920년대의 시조부흥운동 이후에도 현대시조의 관류를 형성하며 많은 시조시인의 작품 속에 형상화되고 있다.”

8월 11일 강원도 인제군 동국대 만해마을에서 열린 ‘2023 만해축전 국제학술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김수형 시인(문학평론가)이 서두에 꺼낸 말이다.

김 시인은 이어 “이런 현상은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도 불교적 상상력이 여전히 유의미하고,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시인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새로운 세계를 준비하는 불교와 문화예술’을 대주제로 해 열린 행사에서 김 시인의 발표 주제는 ‘현대시조에 나타난 불교의 상상력’.

김 시인은 현대시조에 나타난 불교의 상상력을 네 가지 유형으로 범주화해 시적 양상을 살펴보고 그 의의를 궁구(窮究)해 나갔다. 네 가지 유형의 첫째는 ‘연기와 윤회’, 둘째는 ‘삶과 죽음에 관한 사유’, 셋째는 ‘무상과 무욕’, ‘넷째는 생명 존중과 상생’이다. 김 시인은 “첫째, 둘째, 셋째가 불교의 세계관 중 핵심 이론이라면 넷째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치유할 수 있는 구원의 시학으로서의 상상력을 의미한다.”면서, “이 분류는 엄격한 목록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분석 대상의 지배적 이미지와 의미양상을 논의하기 위한 편의상의 분류”라고 전제했다.

김 시인이 사용한 텍스트는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선》(태학사, 2006년)과 방대한 분량으로 1,800명의 시인을 다룬 《한국 현대시조 대사전》(고요아침, 2021년)이다.

첫째 유형 ‘연기와 윤회’의 대표적인 예로 김 시인은 조오현의 「비슬산 가는 길」을 제시했다. 김 시인은 “이 시조 역시 자연물의 묘사를 통해 연기에 관한 사유를 그리고 있다. ‘비슬산 굽잇길을’ 돌아 누군가 떠나보낸 후의 적막감이 자연물과 상응함으로써 슬픔을 자아내는데, 이 시에서 ‘까투리’는 인연이 다하여 본래의 공(空)을 향해 날아가는 존재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화자가 ‘끊일 듯 이어진 길 이어질 듯 끊인 연(緣)’을 생각할 때 ‘싸락눈 매운 향기’가 옷자락에 떨어진다. 이처럼 ‘비슬산’은 연에 의존하여 발생한 일체의 것들이 본래 아무것도 없던 상태로 돌아가는 공간을 표상한다”고 설명했다.

김 시인은 이렇게 각각의 유형마다 5편의 시조를 발제문에 예시하고 해설을 곁들였다. 첫째부터 넷째 유형까지 각각 15편, 12편, 20편, 24편의 시가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 시인은 주제 발표 말미에서 “불교적 상상력은 과거로의 퇴행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견지해야 할 ‘오래된 미래’이자 현재적 가치”라면서 “우리가 현대시조에 투영된 불교적 상상력을 재인식하고, 그 미학을 오늘에 다시 되살리려고 노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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