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사 고판화박물관-베이징 연산출판사, 전 8권 출간 계약

14년간 세계 유일의 고판화문화제 개최 성과

권당 400쪽 내외에 달하는 대형 채색 도록

유물 6천여 점 국가별 장르별로 나누어 실어

“한·중·일 고판화 실리는 중국 최초의 출판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왼쪽)과 베이징 연산출판사 하염 사장이 8월 17일 출판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왼쪽)과 베이징 연산출판사 하염 사장이 8월 17일 출판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소장한 판화를 담은 책이 중국에서 8권 분량의 《한국고판화박물관장품집》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된다.

한선학 관장은 중국 최고의 고판화 학자인 주심혜 선생(전 베이징 수도도서관 부관장)의 주선으로 8월 17일 중국 북경 류리창에 있는 베이징 연산출판사에서 출판 계약을 체결했다.

한 관장은 명주사에서 세계 유일의 고판화문화제를 14년 동안 꾸준히 열었다. 고판화 특별전을 국가별, 장르별로 진행했고,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학자, 전문가들과 교류하면서 30여 종의 도록과 12종의 학술지를 발간했다. 12년 동안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생생문화사업’에도 연속 선정됐다. 무엇보다도 문화재청, 강원도, 원주시의 지속적인 후원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이번 계약에 앞서 한 관장은 2019년 12월 북경연합출판공사와 한국고판화박물관 소장품 도서를 대형 컬러 상하권 2권으로 발간하기로 계약했다. 중국 역대 불교 판화 중 3천여 점을 정리한 《중국불교판화전집》에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한 중국판화 100여 점이 수록되면서, 고판화박물관 소장 유물의 가치가 중국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한선학 관장이 20년간 발행한 30여 종의 고판화 도록.
한선학 관장이 20년간 발행한 30여 종의 고판화 도록.

 

그러나 이 계약은 4년간 지속된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폐기됐다. 이를 아쉽게 생각한 한 관장과 중국 출판계 관계자들은 4년 만에 만나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중국 고판화 외에 한국, 일본, 티벳, 베트남 등 고판화 문화가 발전했던 동아시아 국가와 다양한 장르로 발전한 고판화로 범위를 넓혀, 8권의 전집으로 출간하기로 잠정 합의한 뒤 새로운 계약을 완료한 것이다.

전집은 권당 400쪽 내외에 달하는 대형 채색 도록으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그동안 수집한 유물 6천여 점에서 선별돼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국가별로 구성된다. 전적에 들어있는 삽화판화와 탱화 형식의 거는 판화인 종교판화, 판화로 만들어진 한국의 민화, 중국의 연화, 일본의 우키요에와 오츠회, 베트남의 동호, 향총 판화를 비롯한 민간판화, 판화를 찍었던 판목, 판목으로 인출한 판화 등을 담아 장르별로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실릴 예정이다.

수록될 대표적인 소장품으로는 강원도 추천의 한국 국가 보물급으로 문화재청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2점과 이미 지정된 강원도 문화재 7건을 비롯해 중국 소장품으로는 세계 유일본으로 인정받는 명나라 헌종(憲宗) 성화(成化) 13년(1477) 판각 ‘불정심다라니경(佛頂心陀羅尼經)’과 ‘오대산성경전도’ 등이 있다. 일본 판화로는 고려시대 ‘오백나한도’를 에도시대에 판각한 대형 ‘오백나한도’ 판화와 ‘관경만다라’를 찍었던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판목 중 하나로 평가받는 ‘관경만다라’ 판목 등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될 예정이다. 책의 편집 제작 기간은 1년으로 정해졌다.

한선학 관장이 12권째 발행한 고판화 연구 학술지.
한선학 관장이 12권째 발행한 고판화 연구 학술지.

 

전집의 주편을 맡은 마문대 선생(베이징 수도도서관 관원)은 “이 책은 중국 출판사상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고판화가 발전했던 국가의 유물이 함께 실리는 최초의 출판 기획으로 고판화사에 남을 중요한 출판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는 한국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이 30년 전부터 동아시아 유물을, 국가를 망라해 수집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계약 당사자인 베이징 연산출판사 하염 사장은 “이번 계약은 인쇄 문화의 꽃인 동아시아 고판화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며 “미술사, 서지학, 판화사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판화작가들을 비롯해 판화를 사랑하는 세계 애호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사랑받는 출판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 관장은 책 출간 뒤 출판 저작권료로 한화 2억 5천만 원에 상당하는 전집 200세트를 건네받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의 유수 도서관과 박물관은 물론 학자, 연구가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최승천 기자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