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소설가.
이석준 소설가.

 

오늘은 음력 6월 15일이어서 나는 다니고 있는 재적사찰에서 보름천도법회를 맞고 있다. 내일은 백중 3재이고, 모레는 한글역경의 주역이신 월운당 큰스님의 49재일 가운데 칠칠재를 앞두고 있으며, 8월은 일주일마다 수요일에 백중재를 맞으려 하고 있다.

한 번 태어났으니 한 번 가신 분들을 돌이켜 보면 자식으로서, 후손으로서, 신도로서 많은 미련과 아쉬움들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마도 대부분의 아쉬운 감정의 물결은 이렇게 흐르고 있을 것이다.

‘살아 계실 때 좀 더 잘할 것을......’
‘평소에 좀 더 자주 뵐 것을......’
‘가르침을 주실 때 좀 더 잘 배울 것을......’

하지만 야속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서 우리는 결국 그분들을 떠나보내게 된다.
자연의 이치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8월의 태양도 저녁이 되면 붉은 노을을 남기고 산 너머로 넘어가고, 봄과 여름 그 찬연한 자태를 뽐냈던 꽃잎들은 겨울이 오면 자취를 감추게 되며, 영원할 것 같았던 청춘의 열정도 시간이 흐르면 늙고 병들어 죽음을 맞이한다. 이 모두 인간과 자연의 존재라면 누구나 지나가야 할 건널목인 윤회의 이치이다.

하지만 한 번은 누구나 겪는 생사의 문제를 후회와 미련의 아쉬움의 흐름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배울 수 있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몸을 받기 힘들고 부처님 법을 만나기는 더욱 어렵다’고 하셨다. 이는 현재의 나인 인간의 몸을 받기 위해서는 과거 생에 많은 선업을 쌓았을 것이며, 현생에서 또한 불법을 만났다는 것은 지금의 삶에서 많은 선업을 쌓아가고 있다는 가르침임을 우리는 알게 된다.

‘과거의 행했던 일을 알고 싶은가? 그것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미래의 네 모습을 알고 싶은가? 그것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행위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현재의 나라는 인간의 몸을 받기 위해서는 과거에 행했던 나의 행위들이 선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또한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행위로 인하여 미래에 다른 존재로 태어날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는 바로 지금의 나의 존재와 모습에 만족하고 현재 처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한 번은 가고 오며, 오고 가야 하는 인간과 자연의 건널목을 지혜롭게 건너는 순리임을 우리는 알게 되는 것이다.

필명: 이행, 법명: 송운. 격동의 시기인 1980년대 중반 성균관대 국문과에 다녔으며, 그 후로 30년 동안 역사와 문화, 그리고 불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수학했다. 2022한국불교신문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바즈라체티카로 입상하며 늦깍이 등단했다. 현재 경기북부 대표도량인 봉선사에서 포교활동을 하고 있으며, 우리 고유의 역사의식과 정신문화를 담고자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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