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비구니 바일제법
수행 방해 거사 못오게 대소변 뿌려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8조는 불간장외기부정계(不看墻外棄不淨戒)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대변 혹은 소변, 진애(塵埃) 혹은 남은 밥을 원(垣) 혹은 장(墻) 밖으로 버리거나 혹은 버리게 하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은 한 비구니가 담 밖에 누가 오는지 가는지를 살피지 않고 소변을 버렸는데 가끔 그 아래를 지나가던 바라문의 머리에 떨어지곤 했던 일이 있었다. 그래서 화가 난 바라문이 그 비구니의 주처를 불태우려 했던 것이 제계의 인연담이다.

고대의 인도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었던 모양이다. 대소변을 버리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고 담장 밖을 잘 살펴보지 않고 버린 것이 계율 제정의 원인이 되었으니 변기의 대소변을 적당한 장소에 버리는 것은 당시의 일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9조 기생초상대소변계(棄生草上大小便戒) 또한 대소변을 버리는 것과 관련되어 있는데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대변 혹은 소변 혹은 진애, 잔반(殘飯)을 청초(靑草)위에 버리거나 혹은 버리게 하면 바일제이다.”

본 조문과 관련된 『빨리율』의 인연담에는 바라문의 보리밭이 비구니의 주처 근처에 있었는데 거기에 비구니들이 대소변 등을 버려 밭의 주인인 바라문이 ‘비구니들이 우리들 밭을 더렵혔다.’고 비난하여 본 계율이 제정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사분율』에는 비구니 주처 근처에 아름다운 초원이 있었는데 거기에 거사들이 와서 종종 놀다가 갔기에 비구니들의 수행에 방해가 되었다. 그래서 비구니들은 거사들이 오지 못하게 초원에 대소변을 뿌렸는데 그 사실을 모르는 거사들이 초원에서 놀다가 몸에 오물이 묻자 비구니들을 비난하였다고 기술되어 있다.

본 조문의 내용을 보면 새로이 자라는 풀 위에 대소변을 버리게 되면 그 풀은 살기 어려워진다. 더욱이 우기(雨期) 3개월을 제외하고는 비가 내리지 않는 인도의 기후를 고려한다면 풀 위에 대소변을 버리는 행위는 생명을 앗아 가는 것이기 때문에 금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인연담은 청초(靑草)의 생명과 상관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같이 율장에는 일반적으로 인식되어지는 조문의 내용과 인연담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구니 바일제 불공계 제10조 가무관청계(歌舞觀廳戒)의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무용이나 가요 혹은 음악을 보기 위해 가면 바일제이다.”

한국불교에서 스님들의 악기를 연주, 바라작법 등은 부처님에게 올리는 숭고한 공양의식이지만 상좌부불교를 계승하고 있는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등의 나라에서는 우리나라 스님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바라춤 추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다. 그런 인식의 차이를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이 사미십계 뿐만 아니라 본 조문의 《빨리율》 원문에 나온다. 본 조문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항들은 낙짜(nacca), 기따(gīta), 와디따(vādita)로 PTS에서 발간한 빨리어-영어 사전인 《PALI-ENGLISH DICTIONARY》에 따르면, 기따는 노래 혹은 암송의 뜻으로 이를 한역하자면 가영(歌詠)이 어울리며 와디따는 악기로 하는 음악이고 낙짜는 노래와 악기가 함께하는 무용의 뜻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러니 한국불교 전통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국불교의 전통 작법과 범패는 삼업을 청정케하는 대승불교 수행의 선방편이라 할 수 있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ㆍ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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