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伏)날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세 번의 절기를 말한다.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온다. 그러나 해에 따라서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한다.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하는데 올해가 그런 경우다. 7월 11일 초복에서 입추(立秋)를 지나 8월 10일 말복까지 꼭 한 달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에 따르면 복날에는 보신(補身)을 위해 개장국 같은, 특별한 음식을 장만해 먹는 풍습이 있었다. 요즘에는 흔히 닭백숙이나 삼계탕을 보양식이라는 이름으로 잘 만들어 먹는다. 또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팥죽을 쑤어 먹기도 한다.

이래저래 복날은 육류 소비가 많은 날이다. 그런데 기후위기(climate crisis)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17%나 된다.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우리의 식생활에서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

때맞춰 불교환경연대가 ‘복날 채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올해로 4년째다. 전국 녹색사찰에서는 채식 캠페인 포스터를 경내에 부착하고 한 달간 채식을 주제로 법문한다. 초복인 11일 녹색사찰인 서울 수안사는 이미 노인정, 어린이집, 노인보호사교육원 등 지역주민들과 함께 팥죽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불교환경연대는 오는 27일엔 인사동 일대에서 복날 채식 거리 캠페인을 열어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채식을 권유할 예정이다. 매주 수요일 불교단체 활동가들이 함께하는 ‘수요밥상’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가꾼 제철 채소와 나물 등 싱싱한 재료를 가지고 현장에서 직접 조리한다. 7월 19일에는 채개장을 만들고, 말복 전날인 8월 9일에는 들깨감자탕을 만들어 나눠 먹는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앞에서 이런 노력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는 비관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잡보장경》의 환희수(歡喜首) 앵무새 이야기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숲에 큰불이 나자 환희수는 짐승들을 가엾이 여겨 물가에 가서 날개를 적셔와 불 위에 물을 뿌리기를 계속했다. 제석천왕은 이를 보고 “너의 날개가 적시는 몇 방울의 물로 어떻게 수천만 리 큰 숲의 불을 끌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환희수는 대답했다. “제 마음은 매우 넓으므로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으면 반드시 불을 끌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 몸이 다하도록 불을 끄지 못하면 다음 생의 몸을 받아 맹세코 불을 끄고야 말 것입니다.” 제석천왕이 그 뜻에 감동되어 큰비를 내리니, 불이 곧 꺼졌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환희수가 될 수 있다.

-월간불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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