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萬年雪)은 영험한 풍경이다. 아침 햇살을 받은 거대한 순백의 산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빛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저절로 겸허의 세계로 들어간다. 종교적 경험을 자연에 빗대어 설명하곤 하는데, 만년설의 풍경을 보면 그 까닭을 알 수 있다.

만년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만년설이 녹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설산도 녹아내리고 있다. 얼마 전의 뉴스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히말라야의 빙하 중 80%가 녹아 없어진다.

이 같은 내용은 국제산악종합개발센터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근거하고 있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히말라야산맥 일대에 수년간 급작스러운 돌발 홍수와 산사태가 계속해서 반복되면서 생수의 부족으로 이 산맥을 수원지로 하는 12개 강의 하류에 사는 20억 인구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경향신문․뉴시스 2023. 6. 29]

히말라야산맥은 동서로 2500km 이상 뻗어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중국에 걸쳐 있다. 히말라야 빙하의 직접 영향을 받는 주요 강은 인더스, 이라와디 등의 강인데, 중국의 황하도 영향권에 속한다.

히말라야 만년설을 발원지로 하는 물은 이들 나라 외에도 메콩강을 따라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를 적신다. 파키스탄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히말라야 만년설에 제공해주는 물을 식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옛 왕국 훈자(Hunza)에서는 촘촘한 수로를 만들어 위대한 문명을 일궜다. 만년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빙하가 급작스럽게 녹으면 홍수가 발생한다. 우려가 아니다.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사실이 홍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후에는 물 부족에 처하며, 식수원이 줄어듦은 물론 곡물 생산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은 해당 나라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빙하 난민이 생긴다. 또 곡물 생산이 줄어들면 식량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 긴장이 높아져 평화를 위협하기에 이른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아미나 마하르잔 박사는 “이곳 산악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거의 역할을 한 게 없는데도 가장 큰 기후변화 희생자가 될 처지에 놓여 있다”라고 말했다. 아미나 박사는 ”지금의 대응 노력은 전반적으로 불충분하다. 더 큰 노력과 지원이 없으면 이 지역 사람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재난을 겪게 될 것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이산화탄소(Co2)는 지구에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인데 중국이 가장 많이 배출한다. 중국에 이어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독일, 한국, 이란 순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국민 1인당 배출량으로 보면 미국 다음으로 많다. 주요 가해국이며 우리 각자가 히말라야 만년설을 녹이는 가해자인 셈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탄소에 기반한 삶을 누려왔다. 즉, 석탄과 석유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하는 산업을 일궈왔다. 이를 ‘탄소문명’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이제는 ‘탄소재난’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지금도 탄소 재난을 향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히말라야산맥의 빙하 재난은 저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다. 우리에게 큰 책임이 있다. 우리의 편안한 생활이 저들을 재난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불교기후행동에서는 다음과 같은 실천을 제안하고 있다. 다회용기 사용하기, 채식 위주 식생활, 소욕지족 보시바라밀, 대중교통 이용, 기후위기 대응 정책지지.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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