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갈등 넘어 화합과 상생 역설

종단발전과 수행자, 불국정토 장엄 위한 발원 담아

 

평안케 하소서-호명 스님의 발원

호명 지음·승한 정리

한국불교태고종 출판부

20,000원

제27대 총무원장 호명 스님이 육부대중과 함께 걸어온 4년의 여정을 담은 책 《평안케 하소서》가 6월 26일 출간됐다.

호명 스님의 임기 종료에 맞춰 314쪽 분량의 백서형식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2019년 6월 27일 총무원장 취임 후 ‘원융화합’을 강조하며, 종도들과 함께 태고종의 새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각오와 염원으로 안정된 종단운영을 도모해왔던 호명 스님의 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호명 스님은 서문 ‘일념으로 자성불을 염합시다’를 통해 “지난 4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면서 “언제부턴가 적통 장자 종단답지 않게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종단화합과 안정을 꾀하는 게 최우선 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힘들 때마다 항상 ‘현정’의 성원과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셨기에 무사히 4년의 소임을 끝내게 되었다”면서 “이 자리를 빌어 사부대중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호명 스님은 재임 중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 일은 어떤 것일까. 오랜 세월 잠자고 있던 월간 《불교》지를 되살린 것은 종단의 위상과 격을 높이고, 태고종이 왜 적통 장자종단인가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2022년도부터 〈한국불교신문〉 신춘문예 공모를 실시해 해외에서까지 반응을 보이는 등 한국불교태고종과 〈한국불교신문〉을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리게 된 것도 작지만 보람 있는 일 중에 하나다.

호명 스님은 임기 말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의 기우에도 불구하고 종조인 태고보우 원증 국사의 부도탑과 부도비가 모셔진 북한산 태고사 인수불사를 성공적으로 끝낸 것도 보람 있는 일로 기록했다. 그러면서 “이제 북한산 태고사에 대한 성역화 사업과 우리 종단만이 갖고 있는 유형무형의 불교문화재를 활용해 포교와 전법불사를 널리 펼치는 것은 다음 소임자의 몫으로 남겨둔다”고 말했다.

2019년 10월 17일 전남 순천 태고총림 선암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한국불교태고종 제27대 총무원장 호명 스님 취임법회가 열리고 있다.
2019년 10월 17일 전남 순천 태고총림 선암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한국불교태고종 제27대 총무원장 호명 스님 취임법회가 열리고 있다.

 

책의 앞부분은 ‘사부대중과 함께 걸어온 4년의 여정’으로 스님의 말씀과 화보 중심으로 엮었다.

“우리 태고종은 이제 새로운 시작이 필요합니다. 더이상 과거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내일을 향한 종단의 변화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변화의 시작, 그것은 바로 종도 여러분과 불자님들의 굳은 의지와 성원, 그리고 종단 정상화를 염원하는 큰 원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10월 17일 호명 스님은 취임법회 취임사에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화합과 상생으로 통합의 종단을 만들어 가는데 종도들의 지혜와 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1년 뒤 취임 1주년 교계기자간담회 인사말에서도 종단안정과 종도화합을 위한 다짐은 계속됐다. “때로는 강하되 부드럽고, 부드럽되 강하게 종헌·종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종단안정과 종도화합을 도모하며, 한국불교 적통 장자종단으로서의 우리 종단의 위상을 하루 빨리 되찾을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종도 여러분과 함께 본연의 임무를 담대하게 수행해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2022년 11월 6일 열린 종조 태고보우 원증국사 719주년 다례재에서도 호명 스님은 대통합 의지를 계속 강조했다. “종조께서는 고려 말 오교구산(五敎九山)을 비롯한 많은 종파들의 난립과 그들의 분쟁을 지양하고자, 일불승(一佛乘)을 제창하여 그 기치 아래 종파들을 한데 모으는 대통합을 이루어 내셨습니다. 오늘 다례 법회에 동참하신 태고종도 여러분께서는 모두가 종조의 후손임을 명심하고 높은 긍지와 무한한 자랑으로 삼아 종조의 후손답게 수행정진하고 살아야 합니다.”

책의 후반부는 ‘한국불교태고종의 발전을 위한 발원’, ‘수행자들을 위한 발원’, ‘불국정토 장엄을 위한 발원’ 등 3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첫 장에서 제30세 선암사 주지를 역임했던 호명 스님 임기 중에 70여 년간 법난에 휘말려 왔던 선암사 소유권 분쟁이 마무리된 것도 크나큰 기쁨이자 쾌거로 기록된다. 호명 스님은 올 4월 22일 선암사 만등불사 회향법회에서 그 소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해 비로소 대법원에서 선암사 소유권이 태고종에 있다는 확정판결을 받은 이후, 올해 등기부등본에 소유권자가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로 등재됨으로써 분쟁의 종지부를 찍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선대 스님들과 재적 대중 스님들, 그리고 전 종도가 불석신명(不惜身命), 즉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고 선암사를 지키고자 했던 혼신의 노력과 부종수교의 원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셋째 장에서 호명 스님은 반드시 경전을 근거로 해 행사나 법회에서의 인사말, 격려사를 작성해온 철저함을 보여줬다. 여기에는 종단 소의경전인 《금강경》, 《화엄경》은 물론 다른 경전과 함께 선어록이나 각종 논서들이 등장한다. 호명 스님은 근대 한국불교 화엄종주로 추앙받았던 경운원기 선사를 상(上) 노스님으로 모신 문손이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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