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별로 풀어가는

천연염색 이야기 26-하지

원철 스님

24절기 중 열 번째에 오는 절기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아

묘·신은 백색으로 가을의 시작

진·해는 원진살 황색과 검정색

김민옥작.
김민옥작.

 

하지(夏至)는 한 해 중에서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날로, 대개 6월 21일~22일 경에 찾아온다. 이때부터는 점점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게 된다. 하지는 24절기 중 열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하지 이후로는 기온이 상승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오월(午月)은 음력 5월로서 하지 이후로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일음(一陰)이 시작됨과 동시에 음(陰)을 상징하는 밤이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한다. 시간으로 오시(午時)는 오전 11시 30분에서 오후 1시 30분이니 태양이 최고로 높이 올라가 있어 가장 뜨거운 때이다. 겉모습은 뜨거운 열기와 태양으로 인해 양화(陽火)이지만 실제 적용되는 것은 음화(陰火)로 사용된다.

오월(午月)은 물상론적으로 동물 중에서 말을 상징한다. 말은 고개를 숙일 줄 모른다. 잠도 앉거나 눕는 것이 아니라 서서 자는 동물이다. 오화(午火)는 잘난 척을 잘하며 지적질도 잘한다고 한다. 말이 힘차게 달리듯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말은 굉장히 예민하기도 해서 갑자기 큰소리가 나거나 하면 도망치거나 뒷발차기를 하여 잘못하면 사람이 뒤에 있다가는 말의 뒷발차기에 맞아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말 뒤에는 서지 않는 것이 좋다.

김인자작.
김인자작.

 

도화살(桃花殺)이 자오묘유(子午卯酉) 인데 그중 오화(午火)는 도화살(桃花殺) 중에 가장 매력적인 도화(桃花)이다. 열정적인 에너지가 밖으로 최고의 상태로 나타나기에 강렬한 인상으로 오화(午火)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오화(午火)는 열이 되기 때문에 열에 의해 기물이 만들어 지는 것처럼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는 적극적인 성향으로 인해 남에게 맡겨서 일 처리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하려고 한다. 적극적이며 친화적인 면이 오화의 특성이다.

불꽃 같은 화기를 가진 오화(午火)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서 남에게 의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자유로운 야생마의 기질이 있다. 말이 균형을 잃어버리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 극성스러워지듯 순간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폭발적인 성격을 참지 못하면 오히려 내 발등 내가 찍는 격이 되어 버린다.

김현숙작
김현숙작

 

오화(午火)가 축을 만나면 원진살이 되는데 색으로 표현해 보면 오화(午火)의 적색과 축토의 황색이 만나 축토오화(午火)의 황색은 색을 발현하지 못하고 빨강을 더 빨갛게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색을 만들 때 소목과 황색소를 가지고 있는 꼭두서니 혹은 홍화의 황색소를 함께 염색하여 적색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때 홍화의 황색소는 면섬유에는 안되며 실크에만 염색한다. 그러니 축, 토(丑, 土) 황색은 적색이 축토의 황색을 덮어 적색에 스며들어 황색은 나타나지 않으니 달리 표현하면 적색이 미울 것이다. 그래서 이것이 원진살이다.

원진살(元嗔殺)의 특징이란 자신만의 일방적인 생각만 하게 되니 대화가 되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괜히 상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상태를 말한다. 겨울의 축, 토(丑, 土)의 황색과 여름의 오화(午火) 적색이 자기만의 주장을 펴기만 한다면 황색에 의해 적색이 사라질 수 있으며 적색에 의해 황색이 사라지는 것, 이게 바로 원진살에 의한 색만들기 라고 볼 수 있겠다.

양희정작.
양희정작.

 

말은 지능이 높은 동물이라서 6살 어린아이 지능과 비슷한 정도의 학습능력이 있다고 한다. 감정도 풍부하여서 사람에게 비벼대며 애교를 부리기도 하며 삐지거나 슬퍼하는 척하며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주인과 함께 교감하며 놀게 된다. 그와 반대로 소는 들에 나가 일만 하게 되니 소가 말을 미워하게 되어 원진살(元嗔殺)이 되었다고 한다.

원진살(元嗔殺)을 풀이한 것을 보면 부부간에 까닭도 없이 서로 미워하는 기운이라 하며 궁합을 본다면서 원진살(元嗔殺)이 있네 없네 하며 꺼리는 살을 말하는데 서로 꺼리는 원진살(元嗔殺)을 색으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쥐와 양(子, 未)으로 쥐(子)는 검정색이요, 겨울이요, 양(未)은 황색이요, 가을의 시작이다. 자, 미(子, 未), 원진살(元嗔殺)이다. 즉 검정색과 황색이 원진살이고 소와 말(丑, 午)에서 소(丑)는 황색이며, 겨울을 마무리하며, 말(午)은 적색으로 여름의 절정이다. 축, 오(丑, 午)는 원진살(元嗔煞)이다. 황색과 적색이다.

호랑이와 닭(寅, 酉)은, 호랑이는 인(寅)으로 청색이며 봄의 시작이고, 닭(酉)은 백색으로 가을의 절정이다. 인, 유(寅, 酉)는 원진살(元嗔殺)이다. 청색과 백색이다. 토끼와 원숭이(卯, 申)는, 토끼는 묘(卯)로서 청색이며 봄의 절정이고 묘, 신(卯, 申)은 백색으로 가을의 시작이다. 묘, 신(卯, 申)은 원진살(元嗔殺)이다. 역시 청색과 백색이다. 용, 돼지(辰, 亥)에서 용(辰)은 황색이요, 봄의 마무리이며, 해(亥)는 검정색이요, 겨울의 시작이다. 진, 해(辰, 亥)는 원진살(元嗔殺)이다. 황색과 검정색이다.

최정혜작.
최정혜작.

 

뱀과 개(巳, 戌)에서 뱀(巳)은 적색으로 여름의 시작이며, 개(戌)는 황색이며, 가을의 마무리이다. 사, 술(巳, 戌)은 원진살(元嗔殺)이다. 적색과 황색이다. 가까이 있으면 싫어지고, 멀리 있으면 그립고, 그러면서 서로 원망하는 애증의 관계인 듯하다.

오 화(午火)의 방향은 정남쪽이며 적색으로 숫자는 2를 나타내며 신체기관은 심장, 소장, 혈관, 눈 ,혀 등을 나타낸다. 당사주에서 띠를 논할 때 말띠는 천복성(天福星)이 들었다 하여 재물이 풍족하여 써도 모자람이 없고 보고 듣고 배운 것이 많아 모르는 것이 없다 하니 말(午)의 지능이 6살 아이 정도 된다는 말도 그럴듯하다.

말과 관련된 이야기 중에 과보를 받아들이는 부처님말씀이 있다. 부처님께서 한때 네란자 마을에 제자와 함께 머물고 계실 때 한 브라만이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마을에 우안거(雨安居) 3개월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여 승낙을 받았다. 하지만 마을에는 부처님과 제자들에 공양할 음식이 부족하였으므로 말장수가 끌고 온 말 먹이용 보리를 쪄서 공양을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전생의 업으로 제자들과 함께 말 먹이용 보리를 먹었던 것은 전생에 비바성 부처님과 그 제자를 향해 맛있는 음식은 먹어서는 안 되고 말 먹이용 보리를 먹어야 한다는 욕설을 했기 때문에 그 과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음력 오월에는 하지와 더불어 단오가 있다. 1년 중에서 양기가 가장 완성한 날이라 하여 음력 5월 5일에 지내는 우리 전통명절로 수릿날, 중오절, 천중절, 단양이라고도 한다. 더운 여름을 맞기 전의 초하(初夏)의 계절이며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제이기도 하다.

단오날에 창포물에 머리 감는 것은 삭발승이니 할 수 없고 창포 삶은 물로 물들임도 좋겠다.

시원한 여름나기 삼베적삼 하나 만들어 창포로 물들인 후 철매염으로 회색빛 색을 내어 입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못가를 내려다보니 창포가 여기저기 자라고 연못에는 햇살 받은 수련꽃이 활짝 피어 환하게 빛나고 있다.

(사)한국전통문화천연염색협회 이사장

광천 관음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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