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을 치렀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불자들이 사찰을 찾아 등을 밝혔다. 건강과 평화를 기원했고, 그늘진 곳에도 햇살이 따사로이 비추기를 염원하며 거룩하신 부처님 전에 두 손을 모았다.

부처님오신날에 앞서 지난 20일에는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제등행렬을 펼쳤다. 그야말로 온 나라가 흥겨운 잔칫날이었다. 서울 동대문에서 종각에 이르는 거리에는 10만의 불자들이 동참했다. 연도의 시민들은 박수로 행렬을 맞이했으며, 각색의 장엄등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르며 시름을 내려놓았다. 부산의 불자들은 특히 엑스포 부산 유치를 특별히 기원하는 등을 밝혔다. 프랑스 파리는 엑스포를 치르면서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도시가 되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불교계의 지도자들이 봉축사를 발표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스님은 “니련선하에 빗소리가 떠나간 밤, 둥근 달이 뜨듯 부처님은 그렇게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캄캄한 밤에 환한 불이 켜지듯, 부처님은 가릴 수 없는 지혜로 나투시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날 우리 곁에 오신 것입니다”라며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의미는 빛과 지혜라고 일렀다.

빛은 어둠을 거둬내고 따스함을 전해준다. 공과 연기를 깨달아 탐진치 삼독을 여의고 중도의 길을 걷는 것이 지혜이다. 우리가 마음을 모아 이루고자 하는 것이 빛과 지혜이며, 이는 달리 말하면 자비의 삶으로 이어진다.

호명스님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급속도로 번지는 청소년들의 마약 흡입, 기후위기를 극복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이런 문제들의 근본 원인은 호명스님은 무명(無明)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자신의 마음속 불성(佛性)을 바로 볼 때 이 사회의 어둠을 물리치고 환희장의 세상을 열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의 봉축표어는 ‘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이다. 봉축위원회는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안한 일상을 이겨내 온 국민들이 부처님 가르침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고 모두가 평등하게 공존하는 부처님 세상이 되기를 염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라면서 “연등회를 포함한 부처님오신날 봉축 행사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각자의 마음속에 평화의 씨앗이 움트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축제는 막을 내렸다. 모두가 연등 아래서 밝게 웃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전쟁이 터진 지 1년이 훨씬 넘었지만 지금도 가공할 위력의 포탄이 터지고 사람들은 피 흘리며 죽어간다. 참으로 가혹한 날들이다. 기후위기도 진행형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비가 오지 않는데도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는데, 기온이 너무 올라 빙하 녹은 물이 덮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물가가 너무 올라 마음마저 닫힌 느낌이라는 한숨 섞인 소리도 들린다. 기성세대들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경쟁 속에서 살아온 젊은이들은 취업난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불교에서의 기도는 이루어달라는 청이 아니다. 누군가가 있어 나의 바라는 바를 이루어주는 게 아니다. 부처님은 연못에 가라앉은 돌을 떠오르게 해달라고 기도한들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셨다. 티베트의 14대 달라이 라마 톈진 가초는 “변화를 바라고 기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행동이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기도는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기도가 된다는 가르침이다.

행동에 이르지 않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기도해야 한다. 기도하는 중에 마음과 마음이 모이고, 무엇을 할지 길이 보인다. 부처님오신날을 치렀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부처님오신날 이전과 이후는 다르다. 달라도 크게 다르다. 마침내 전쟁이 끝나기를, 청소년들이 약물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를, 기후위기를 넘어서자는 염원을 새겼기 때문이다. 등불은 사위었지만 그 빛의 찬란함과 따스함과 염원은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러니 날마다 부처님오신날이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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