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별로 풀어가는
천연염색 이야기 25-망종
원철 스님

옛 보릿고개 보리밥은 건강밥상
오월(午月)은 화기(火氣) 품은 달
오화·도화는 복숭아꽃을 지칭
도화살, 매력의 상징으로 해석

복합염색.
복합염색.

 

절기상으로 한해의 절반의 문턱에 들어서는 달에 망종(芒種)이 들어 있다. 새해 해맞이한다고 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계묘년(癸卯年)의 절반으로 들어서니 ‘아니 벌써’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망종은 양력 6월 6일 전후로 현충일과 자주 겹치는데 올해는 망종과 현충일이 같은 날이다. 우리 선조들은 24절기 중 손 없는 날인 청명(淸明)과 한식(寒食)에 사초와 성묘를 하고 망종(芒種)엔 제사를 지내는 풍습을 행했다. 특히 고려 현종 5년인 1014년 당시 거란과의 여요전쟁(麗遼戰爭)으로 수많은 장병들이 사망하자 유해를 집으로 돌려보내 제사를 지냈던 것이 바로 망종일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나라를 위해 죽은 장병들의 제사를 주로 이 시기에 했던 것은 전사한 장병들의 제사를 망종(芒種)에 지낸 전통을 고려한 것이다. 이같은 풍습이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위한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망종(芒種)인 6월6일이 현충일로 제정된 것이다. 현충일이 처음 제정된 것은 1956년 6월 6일이 망종(芒種)이었다. 이것이 망종(芒種)과 현충일이 겹치게 되는 이유다.

실크물들임.
실크물들임.

도시인들의 달력은 휴대폰에 있으니 절기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농부들에게 절기는 달력이다. 제일 바쁜 시기인 망종(芒種)이 되면 농부들은 이때 보리를 벤다. 그래야 벼와 보리의 이모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 보릿고개 넘던 시절-농촌에서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아직 여물지 않은 풋보리를 모닥불에 그슬려 구워 먹던 때-이 슬픈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지금은 숱한 세월이 지나면서 건강식으로 자리매김한 보리가 되었다. 보리밥집 전문식당까지 생겨나면서 보리밥을 열무김치와 함께 고추장에 비벼 먹으면 여름철 계절식으로 별미이자 건강밥상으로 많은 이들이 즐겨 찿는다.

음력 5월이자 양력 6월은 오월(午月)이다. 오월은 오행으로 화(火)의 기운이며 오월(午月)이 가장 많은 화기(火氣)를 품고 있는 달이다. 화기(火氣)가 성해서 뜨거운 시기로, 시간상으로 오시(午時)는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 사이의 시간이다. 망종(芒種)은 12지지 중에서 말을 상징하는 오화(午火)의 계절 5월이다. 오화(午火) 도화(桃花)는 본래 복숭아꽃·복사꽃을 지칭한다. 도화살(桃花殺)은 목욕살(沐浴殺)·욕패살(浴敗殺)·연살(年殺)·함지살(咸池殺) 등으로, 해당되는 상황에 따라 달리 불려지는 살(殺)이다. 도화살이라 하면 끼가 많고 음란하고 색정이 강하다는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도화살이 있네’ 하면서 이해하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요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도화살의 이미지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예전처럼 부정적으로만 해석되지는 않는다. 요즘은 오히려 도화살을 이성(異性)이나 대중(大衆)의 관심과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모습으로, 또한 대중에게 어필하는 개성과 끼를 발산하는 재주 많은 모습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방송계통에 종사하는 방송인, 연예인, 가수, 작가나 또는 정치인들에겐 매력의 한 요소로서, 여성의 경우 커리우먼으로의 당당함을 가진 자기개발의 능력자 같은 매력의 소유자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도화살을 부정이 아닌 긍정의 시각으로 다양하게 해석한다.

주재학작.
주재학작.

북쪽이 자수(子水)이고, 남쪽이 오화(午火)이니 자(子)와 오(午), 곧 자오선(子午線)이 되는 북(北)과 남(南)의 세로축에 위치한 물과 불은 여름과 겨울이 마주하고 있는 형상이다. 불과 물이 마주하고 있으니 열탕과 냉탕을 생각하면 열탕은 오화(午火)이며 냉탕은 자수(子水)이다. 동쪽 청색은 묘목(卯木), 서쪽 백색은 유금(酉金)으로 청색과 백색은 동서(東西) 가로축으로 목과 금이 마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나무와 칼을 생각하면 청색 묘목은 나무이며 백색 유금은 칼이다. 세로축으로 적색인 여름, 흑색인 겨울, 가로축으로 청색인 봄, 백색인 가을이니 마주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계절의 정점으로 도화살인 것이다. 마주하고 있으며 도화살인 동시에 양극단의 상황이 되기도 한다.

옛날 어느 절에 계신 스님께 동네 사람이 찾아와 사주 좀 봐달라고 하니 스님께서 질문하시길 “발이 예쁜 게 좋은가 손이 예쁜 게 좋은가?” 하니 당연히 “손이 예쁜 게 좋지요” 하더란다. 그래 이번에는 “그럼 손이 예쁜 게 좋은가 얼굴 예쁜 게 좋은가?” 하니 “얼굴 예쁜 게 좋지요” 하더란다. 다시 “그럼 얼굴 예쁜 게 좋은가 사주팔자 좋은 게 좋은가?” 하니 “사주팔자좋은 게 좋다”고 한다. 그러자 스님께서 말씀하시길 “족상, 수상, 관상, 사주팔자보다 더 좋은 게 심상일세. 심보를 잘 써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다. 심보를 잘 써야 결국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어떤 마음을 갖고 사느냐에 따라 행복해질 수 있고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홍화염색.
홍화염색.

 

심전경작(心田耕作)이라고 했다. 마음 밭을 잘 갈아야 한다. 사주가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은 원래 없다. 천연염색 역시도 마찬가지다. 색은 다양하다. 오방정색이 있다면 오방정색 사이에 있는 색은 간색, 잡색이라 한다. 잡색에는 상생의 색과 상극의 색이 있다. 명리학에서 말하는 상극과 상생을 색에서도 사용하는 것은 오행설이 우리생활의 의식주 전반에 걸쳐 적용되기 때문이다.

水, 火, 木, 金, 土를 숫자로 하면 1·6 水, 2·7 火, 3·8 木, 4·9 金, 5·10 土이다. 색으로는 水 흑색, 火 적색, 木 청색, 金 백색, 土 황색이다. 신체장기로는 水 신장·방광, 火 심장·소장, 木 간·담, 金 폐·대장, 土 위장·비장이다. 방향은 水 북쪽, 火 남쪽, 木 동쪽, 金 서쪽, 土 중앙이다. 맛은 水 짠맛, 火 쓴맛, 木 신맛, 金 매운맛, 土 단맛이다. 《규합총서》에서 말하는 상생의 색과 상극의 색 원리 역시 오행설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색으로서 염색하는 이들은 상생의 색과 상극의 색 원리를 이해하면 자유자재로 색을 가지고 놀 수 있을 것이다.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나만의 색을 만드는 것이다.

강렬한 햇살 비치는 초여름, 식물과 농작물이 힘차게 자라는 풍년 농사를 기원하며, 대지 위에 부처님의 감로비가 내려 농부들의 마음에도 감로수가 되기를 기원한다.

(사)한국전통문화천연염색협회 이사장

광천 관음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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