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비구니 사타법

효능 스님.
효능 스님.

비구니 사타법 불공계의 여섯 번째는 지시시이용계(指示施異用戒)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그것이라고 지정하여 보시받은 승가의 자재를 가지고 그것과 다른 것을 사면 니살기바일제이다.”

본 조문은 한 우바새가 비구니 승가에 옷을 만드는데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의복 자재를 보시하였는데 그 자재를 팔아 다른 것을 샀기에 우바새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것이 제계의 인연이다.

본 조문을 보니 ‘아, 나도 저 계율을 범한 적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가 후 은사스님 절에 머물면서 가난한 학인으로 생활을 할 때였다. 한 신도가 필자에게 가족 기도를 부탁하며 가사를 한 벌 해주겠다면서 50만 원을 시주하였다. 가사 한 벌 짓고도 절반 정도의 돈이 남았는데 그 신도가 가사 값이라고 지정했지만 남는 돈은 시주자 이름을 새겨 적삼이라도 하나 맞췄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워낙 돈이 없을 때라 나머지 돈은 학교 다니는 경비로 사용하였지만 결국 지시시이용계를 범한 것이다. 지금과 그때의 상황을 비교해 보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출가하여 광덕사(은사스님 절)에 갈 때 거의 빈털터리로 갔었는데 당시 광덕사는 학인들과 행자들 10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었고 초하루 법회에 참석하는 신도는 10명 내외였으니 정상적인 생활이 되기 만무했다. 그래서 은사스님께서는 종종 외부 법회나 천도재를 지내서 광덕사 살림에 보태곤 하셨지만 그래도 장정 10명의 식비, 학비, 교통비 등을 감당하기는 빠듯하였다. 그래도 신기한 것이 그렇게 주머니가 텅 비어 있다가도 열심히 기도하고 공부하니까 어떻게든 살림을 꾸려나갈 길이 생겼다. 어른 스님들 말씀이 헛짓거리하지 않고 기도 열심히 하면 부처님께서 밥은 안 굶기고, 열심히 공부하면 어디서 생기는지 모르게 공부할 돈이 생긴다고 하셨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만 하였더니 정말 학부와 대학원의 학비 그리고 유학할 돈까지 생겼고 이제는 조금이나마 꼭 필요한 보시를 할 정도가 되었으니 거저 불보살님과 신중님께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어른 스님 “열심히 기도하면 밥 안 굶어”

비구니 사타법 불공계 일곱 번째 자걸승지이물이용계(自乞僧祗利物異用戒), 여덟 번째 중인시이용계(衆人施異用戒), 아홉 번째 자걸중인시이용계(自乞重人施異用戒), 그리고 열 번째 자걸개인시이용계(自乞個人施異用戒)는 인연담과 조문이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내용은 여섯 번째 지시시이용계와 유사하기 때문에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비구니 사타법 불공계 열한 번째는 걸중의계(乞重衣戒)이다. 여기서 ‘중의(重衣)’란 겨울옷을 의미하는데 인연담은 다음과 같다. 투란난타 비구니로부터 설법을 들은 빠세나디(Pasena야, 한역 파사익왕)왕은 그 설법을 듣고 환희하여 투란난타 비구니에게 원하는 것을 물었다. 당시는 겨울이었기에 투란난타 비구니는 왕의 털옷을 원하였고 빠세나디왕은 자신의 옷을 벗어주었는데 여러 사람이 그 비구니의 욕심을 비난하여 다음의 조문은 제정되었다.

“만약 중의(重衣)를 구하는 비구니는 4깜사(kaṃsa)의 물건을 한도로 살 수 있다. 이것을 초월하여 [고가의 물건을] 사면 니살기바일제이다.”

조문을 살펴보면 비구니가 겨울옷을 살 때 비싼 옷을 사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비구와 마찬가지로 비구니 또한 금전의 소유가 금지 되어있기에 옷을 산다는 의미는 옷값을 재가자가 지불한다는 것이다. 이때 비싼 옷을 사는 것은 욕망을 억제하지 못한 결과이므로 한도 금액을 정해놓은 것이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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