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천 노복환 작가, 부처님오신날 특집 전시회

5월 31일~6월 6일 인사동 한국미술관서

개막식은 5월 31일 오후 3시

상방대전으로 쓴 금강경.
상방대전으로 쓴 금강경.

 

(사)한국서예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풍천 노복환 작가가 다섯 번째 개인전을 연다. 전시회 이름은 ‘상방대전(上方大篆)으로 쓴 금강경전’.

상방대전(上方大篆)을 씨줄로 삼고, 《금강경(金剛經)》을 날줄로 삼아 직조했고, 여기에 재료와 기법의 변화로 다양한 감상의 맛을 제시한다. 특히 서예에서 서양화로의 확장적 표현 방식이 관심을 끈다.

먼저 상방대전으로 쓴 《금강경》 작품은 전지가 23장으로, 길이 16m에 이른다. 상방대전은 인전(印篆)의 한 형태로 필획을 중첩하고, 쌓아 올려 인면(印面)을 가득 메우는 서체를 말한다. 중국 진(秦)나라 때의 서체로서 전서에 해당한다. 가로로 가는 획이 9개라서 ‘구첩전(九疊篆)’ 혹은 ‘첩전(疊篆)’이라고도 하며, 당시의 문자도용을 막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전해진다. ‘상방전’ 혹은 ‘상방대전’이라는 명칭으로 조선시대의 어보(御寶)와 관인(官印)에도 사용됐다. 이 상방대전 서체로 글자당 가로 5cm, 세로 6cm의 크기로 《금강경》 5천4백 자를 썼다. 꼬박 45일이 걸렸다.

우리의 서체인 광개토대왕비체로 쓴 《금강경》도 있다. 글자당 가로, 세로 각 2cm 크기로, 전지 두 장 반이다. 2016년과 2021년에는 광개토대왕비체로 《천자문》을 썼다. 노봉환 작가는 “광개토대왕비를 분석해보면 정방형이 아니라 획들의 방향이 다양하다. 지금 살펴봐도 광개토대왕비 같은 형태의 자형이 없다. 그 점을 살펴서 썼다.”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작품에서 탈 서예적인 재료 사용이 눈에 띈다. 한지와 고지(古紙)를 이용하고, 여기에 아크릴 물감과 유화물감을 사용했다. 캔버스에 얹은 작품도 많다.

이런 작품들은 재료와 표현 방식, 소재와 기법 등에서 서양화 작품 요소를 지향하고 있다. 서예와 서양화의 중간지대에서 한지와 고지, 유화 물감과 아크릴 물감, 그리고 여러 가지 혼합 재료를 통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셈이다. 물론 여전히 문자가 기본이지만, 문자를 벗어버린 몇몇 작품도 눈길을 끈다.

불.
불.

 

이번 전시에서는 서양화풍의 작품들을 불교화시켜서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먼저 한지를 꼬아서 붙인 줄무늬 가운데에 부처를 모시고, 색을 칠한 형태의 《불(佛)》 시리즈가 있다. 10여 점에 이르는 이 작품들은 한지에 기름, 채색, 금분 재료에 수행 과정의 하나, 즉 본래 면목을 찾는 고행하는 마음을 ‘선(線)’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등 10여 점의 ‘발자국 시리즈’는 부처와 작가 자신, 나아가 모든 삶의 중첩과 승화를 표현했다. 한지 고지에 기름, 먹과 채색으로 작품을 하고, 합판 표구를 하였으며, 수행의 과정의 하나이자 걸음의 표식으로 발자국을 그린 것이다. 탁발 수행의 걸음, 예도의 길을 걷는 작가의 걸음, 다양한 인생의 모든 형태로 나아가는 걸음 등 수없이 걷는 많은 발자국을 표현했고, 그것이 바로 수행임을 상징으로 드러냈다.

탄생.
탄생.

 

부처의 ‘탄생’과 ‘열반’을 주제로 한지와 고지를 손으로 찢어서 캔버스에 붙인 작품도 있다. 탄생은 파키스탄 라호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석부조를, 열반은 영국박물관 소장의 석부조를 각각 참고했다. 열반은 1점, 탄생은 4점이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것은 서예와 서양화의 접점에서 서양화의 표현 요소를 많이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노봉환 작가는 앞으로 서양화 재료 사용과 표현 방식을 더 확대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임을 명확히 제시해주고 있다.

부처님오신날 특집 풍천 노복환전은 대회장 석성우(BTN 불교TV회장), 봉헌위원장 취산 이건호(대불총 공동회장)와 추진위원장 강영선(일본 오사카미술관 관장), 운영위원장 이홍연(인사동 한국미술관 관장) 등이 추진해 5월 31일 오후 3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인사동 한국미술관 3층 전관에서 6월 6일까지 열린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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