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에서 자연을 노래하다

견진 스님 글·사진

흔들의자

15,000원

 

 

 

 

잿빛 외투에 갈색 치마를 두른 것처럼 날카로운 사나이. 기왓장에 거꾸로 매달려 순서를 지키는 사나이. 무질서한 곤줄박이보다는 한 수 위인 멋쟁이. 저축성이 강한 투지의 사나이. (112쪽, 동고비)

견진 스님이 탐구한 동고비의 참모습이다. 스님에 따르면 동고비는 숨겨둔 땅콩을 곤줄박이가 가져가도 또다시 숨겨두면 된다고 하는 의리의 산새다. 힘은 강하지만 싸움은 걸지 않는다. 하지만 쪽수가 많은 곤줄박이가 달려들면 더 뾰족하고 긴 부리가 위력을 발휘한다. 곤줄박이는 한방에 항복하고 자리를 내 준다.

스님의 수행처는 계룡산 천황봉 아래 문필봉과 마주한 고왕암. 10여 년간 산새들과 교감하며, 아름다운 꽃을 가꾸고 나비와 자연을 벗 삼아온 천진보살이다. 자연과 함께 하는 그의 삶은 공중파 라디오와 TV 프로그램에서 각광받는 소재였다.

동고비 법당 전경.
동고비 법당 전경.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즐기는 견진 스님이 <꽃>, <나비>, <산새>, <자연, 곤충, 문화, 사찰>, <깨우침> 등 5개의 주제로 되어 있는 산문 시집을 펴냈다. 산사 주변에 피는 부처꽃, 불두화, 산수국 등 35종의 각양각색 꽃을 정밀 촬영해 꽃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꽃말과 특징을 시어로 빚어냈고, 대왕나비, 어리세줄나비, 사향제비나비 등 22종의 나비의 몸짓을 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신비로움에 대한 감상을 27편의 시와 사진으로 묶었고, 19개의 주제로 나누어 ‘삶의 이치’, ‘삶의 방향성’을 깨닫게 하는 글을 실었다. 책의 말미에는 스님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균여대사의 ‘보현행원가’(향가 11수)를 담았다.

계룡산 고왕암에서는 나라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는 백제31제왕 추모문화대제를 해마다 봉행한다. 스님은 남북통일과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서도 기도 축원하는 애국자 수행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신원사 주지 마휴 중하 스님은 추천사에서 “계룡사 신원사 벽암 문도의 수행자인 견진 스님이 자연에 이토록 심취해 백여 편의 시를 지어 어린이날에 책을 발간하게 됐다”면서 “자연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 담긴 이 책이 많은 분들에게 삶의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계룡산 신흥암 진경 스님은 발문에서 “산새들과 소통하고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노래로 승화하니, 이 모두가 시의 세계요 선의 생활”이라면서 “앞으로 견진 스님의 계룡산 울림이 세상의 청량재(淸亮材)가 되기를 빈다”고 설했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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