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과 현대적 혁신 가능성을 담은 불사 27곳 분석

일본·중국의 현대미술과 한국 가톨릭 교회미술도 점검

 

불교미술의 시대정신

손연칠·손문일 지음

뿌쉬낀하우스

25,000원

 

 

 

 

 

“우리는 자랑스러운 불교미술의 창의적 전통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나 이웃 종교인 한국교회 미술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찍부터 시대정신에 따른 창조적 미술운동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미술 역시 시대정신에 따라 독자적인 창의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역사적으로 그 가치를 분별하여 냉혹하게 판단하게 된다.”(8쪽)

저자 손연칠은 불교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에서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목표와 ‘창작의 가치와 생명력’을 교육받은 1세대 작가다. 50년 넘게 교육과 불사의 현장을 지켜온 그의 불교미술에 대한 진단은 크나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20세기 한국의 불사 시대는 짝퉁의 시대였다”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의 분석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저자는 그런 가운데서도 창의적인 불교미술이 이어져 온 계보를 책의 1장 ‘한국 근·현대 불교미술’에서 정리했다.

사진1=김영중, 동국대학교 교정의 여래불 입상,1964.
사진1=김영중, 동국대학교 교정의 여래불 입상,1964.

 

그는 근대에 들어와 시대정신을 담보한 최초의 불상으로 ‘법주사 미륵대불’을 꼽는다. 회화로는 ‘의곡사 괘불탱’과 ‘부인사 선덕여왕초상’ 벽화, ‘흥천사 감로탱’이 있다. 이들 작품은 1938~1939년에 법주사와 의곡사, 부인사, 흥천사 등 4곳에서 동시에 제작된다. 작가들은 모두 일본에서 전통 불교미술을 공부했거나, 이들과 깊은 관계가 있는 인물이다. 이때가 한국 근대 불교미술의 역사가 바뀌는 초기 시기다.

‘법주사 미륵대불’ 이후 8년이 지난 1947년 ‘수덕사 만공탑’이 조성된다. 다시 12년이 지난 후 ‘호미 든 관음상’, 다시 5년 후에 ‘동국대 입불상’이 세워진다. 그리고 13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후 ‘천안 각원사 대불’이 세워지고 또 20년이 지나서 ‘성철스님 사리탑’과 ‘홍은사 벽화’가 같은 해에 조성된다.

서동주, 동국대부속 여자중학교 상상법당, 2022.
서동주, 동국대부속 여자중학교 상상법당, 2022.

 

1939년을 시작으로 최근에 조성된 제주 ‘선래왓절’과 부산 ‘쿠무다 하늘법당’, 동국대부속 여자중학교의 ‘상상법당’까지 80여 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시대정신에 따른 창의성이 깃든 불사는 겨우 22 곳에 불과하다. 불교건축 분야에서는 ‘만해마을 법당’과 ‘탄허기념박물관’, ‘제따와나선원’, ‘금선사 사천왕문’, 고운사 ‘안동청소년문화센터’ 등 5곳을 소개한다.

일본 오사카 골불사의 일주문과 금강역사상.
일본 오사카 골불사의 일주문과 금강역사상.

 

저자는 일본과 중국의 현대 불교미술(2~3장) 세계로 독자를 안내하고, 일본·중국의 미술교육과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차별점을 분석(4장)한다. 그들의 미술교육은 독립된 예산과 독자적 운영권을 갖는 종합적인 미술대학 시스템이다. 우리 미술학계가 단과대학 구조를 벗어나 독립돼야 하는 필연성을 강조하며, 정부 당국자와 미술계의 노력을 당부한다. 저자는 이웃종교인 한국 가톨릭 교회미술의 시대정신에 따른 창조적 변혁에 대한 미술운동을 소개하고 국내와 유럽의 대표적인 사례들도 싣고 있다(5장).

이종상, 수원 영통성당, 2008.
이종상, 수원 영통성당, 2008.

 

책의 마지막 6장은 ‘조사진영’ 편. 저자는 한국화단의 대가 일랑 이종상 화백을 사사하면서 한국 최초의 공식 고려불화 모사작가로 기록된다. 그때 표준영정을 그려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사진영의 역사적 변천 과정과 이들에 대한 맥락, 특히 초상화법의 특색과 잘못 알려진 기법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20세기형 ‘짝퉁 불사’를 넘어서기 위해 우선 20대 청년 불자들이 가장 많이 접근하는 군 법당부터 새롭게 바꿔보기를 제안한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몰개성적인 불사를 변혁시키지 않는다면 젊은이들에 대한 포교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에서다.

미술의 생명력을 ‘시대정신’으로 보고 불교미술의 가치와 목적성에 대해 논하는 저자는 우리 불교계의 불교미술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의 문제점과 미래지향점을 제시함으로써 교계의 관심과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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