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장경각, ‘조론연구’와 ‘조론오가해’ 묶어 6권 1질로

조병활 박사 “매 시기 중국인의 불교이해도 실증적 확인 성과”

전 6권으로 구성된 '조론선집'.
전 6권으로 구성된 '조론선집'.

 

중국의 후진시대(384-417) 구마라집 문하에 승조(僧肇) 스님이 있었다. 인도의 마명·용수 논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반야·중관사상의 요체를 설명하기 위해 「반야무지론(般若無知論)」, 「부진공론(不眞空論)」, 「물불천론(物不遷論)」, 「열반무명론(涅槃無名論)」 등을 지었다. 그 이후 어느 때 사람들이 이 글들과 동진의 유유민 거사가 쓴 「유유민 거사의 질문편지」와 이에 대해 승조 스님이 대답한 「승조 스님의 답변편지」 등을 묶어 책을 편찬했다. 승조 스님의 이름인 ‘조(肇)’자와 이치를 논의한 글이라는 의미의 ‘논(論)’자를 결합해 《조론》이라 불렀다. 승조 스님이 지은 논문의 묶음이라는 뜻이다.

《조론》은 후대 중국불교와 중국사상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위진남북조, 당나라, 송나라, 원나라, 명나라 등 매 시기마다 《조론》을 주석한 책들이 나온 데서 이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고대와 중세 중국사상을 정확히 해독하기 위해 중국의 불교학과 철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조론》 독해가 필수다.

도서출판 장경각에서 《조론선집(肇論善集)》을 펴냈다. 《조론연구》(전1권)와 《조론오가해(肇論五家解)》(전5권)를 합한 6권 1질의 책이다. 제1권 《조론연구》는 중국불교의 토대를 다진 《조론》의 내용을 분석하고 역주한 책으로, ‘연구 편’과 ‘역주 편’으로 구성됐다. ‘연구 편’에는 『조론』을 연구한 논문들이, ‘역주 편’에는 《조론》 본문에 대한 우리말 번역이 각각 들어있다.

이어 제2권에서 6권까지가 《조론오가해》 부분이다. 제2권 《조론소》는 진나라의 혜달 스님이 찬술한 현존 최고(最古)의 《조론》 주석서다. 오래된 책이라 문장도 어렵고 필사 과정에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뒤섞인 단락[錯簡]’도 있다. 위진남북조시대의 중국불교에 나타났던 열반학파, 성실학파, 섭론학파, 지론학파 등과 관련된 내용이 곳곳에 기록되어 있다. 위진남북조시대의 불교를 연구할 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평가된다. 제3권 《조론소》는 당나라의 원강 스님이 삼론학의 입장에서 저술한 책으로 《조론》에 대한 현존 최고(最高)의 주석서로 평가된다. 중국 고전과 훈고학서적 등에서 인용한 내용과 불교의 경전과 논서의 내용을 인용해 설명한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이 책에 인용된 문헌 가운데에는 현존하지 않는 책들도 있다.

교감·표점·역주자 조병활 박사.
교감·표점·역주자 조병활 박사.

제4권 《조론중오집해》는 북송의 비사 스님이 강설하고 정원 스님이 집해한, 송대를 대표하는 《조론》 주석서다. 분량은 혜달 스님의 《조론소》나 원강 스님의 《조론소》에 비해 적은 편이나 압축된 설명이 특히 돋보이는 책이다. 제5권 《조론신소》는 원나라 문재 스님이 기술한, 원대를 대표하는 《조론》 주석서다. 방대한 내전(內典)과 교리에 근거해 《조론》을 풀어낸 솜씨가 탁월하다. 훌륭한 책이기에 ‘상당한 인내심’과 ‘정교한 사고력’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 제6권 《조론략주》는 감산 스님이 본인의 수행경험을 바탕으로 찬술한 책으로 명대를 대표하는 《조론》 주석서다. 간략한 말 속에 풍부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조론》을 보다 쉽게 설명한 점도 돋보인다. 《조론오가해》 가운데 《조론략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번에 처음으로 번역됐다. 일본어나 영어 그리고 현대 중국어로도 옮겨진 적이 없다.

《조론선집》의 교감·표점·역주자는 조병활 박사다. 북경대학 철학과에서 북송 선학사상 연구로, 중국 중앙민족대학 티베트학연구원에서 티베트불교 연구로 각각 박사학위를 받았다. 15년 전 《조론》 연구를 시작해 성철대종사 열반 30주기 추모학술사업의 일환으로 이번에 최초 완역 출간이라는 결실을 보게 됐다.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 박사는 “각 시대별로 나타난 《조론》 주석서에 대해 연구하면서 매 시기의 중국인들은 불교를 어떻게 이해했고, 중국사상사에서 불교의 위치를 어디쯤 설정했는지를 문헌자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완역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조론》을 읽고 연구하는 것은 초기 중국불교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당시의 중국사상을 역동적이고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적지 않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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