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비구니 승잔법

효능 스님.
효능 스님.

비구니 바라이죄 8개 조항 중 마지막은 팔사성죄계(八事成罪戒)이다. 비구 승가에서 자잘한 사고만 치고 다니며 비구계 제정의 동기를 제공한 6군 비구가 있었다면 비구니 승가에는 6군 비구니가 있었다. 『빨리율』에 의하면 본 조문은 6군 비구니가 염심(染心)으로 염심이 있는 남자와 행한 여덟 가지 그릇된 행위(八事)가 인연담이다. 조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만약 비구니가 유루심으로 유루심 있는 남자가 [그비구니의] 손을 잡는 것을 수락하고(捉手), 옷자락을 잡는 것을 수락하고(捉衣), 혹은 함께 서고(共立), 혹은 함께 말하고(共語), 혹은 함께 약속하여 가고(共期), 혹은 남자가 오는 것을 수락하고(待男子來), 혹은 병처에 들고(入屛處), 혹은 이 악법을 수락하기 위하여, 그 목적을 위하여 몸을 가까이 다가가면(身相近寄) 이것도 또한 바라이로서 공주(共住)할 수 없다.”

조문의 해석에 어려움은 없고 ‘병처’란 비구계의 부정법(不定法)에서 설명했듯이 병풍으로 가려진 장소와 같이 남자와 여자가 음행을 저지를 수 있는 장소를 말한다.

이상으로 비구니 바라이죄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였고 다음은 비구니 승잔법 17개 조항 중 비구계와 겹치지 않는 10개 조항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비구니 승잔법은 비구계와 달리 ‘처음부터 죄가 되는 법’과 ‘세 번으로 죄가 되는 법’으로 나누어지는데 전자는 범계 행위를 했을 때 바로 승잔법을 적용시키는 경우이고, 후자는 승가에서 3번 충고를 하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을 때 승잔법을 적용하는 경우이다.

승잔법 중 불공계 첫 번째는 소송계(訴訟戒)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소송을 하면 혹은 거사, 혹은 거사아(居士兒), 혹은 노복(奴僕), 혹은 용인(傭人), 내지 사문·유행자라 하더라도 이 비구니는 처음부터 죄가 되는 법을 범한 자로서 퇴거되어야 하고, 승잔이다.”

본 조문에서 거사아는 거사의 자식을, 노복은 남자 종, 그리고 용인은 고용인을 일컫는 말이다. 『빨리율』에 나타난 조문만 보면 비구니는 소송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인데 왜 소송을 하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파악할 수가 없다. 그러나 『십송율』에 “세(勢)를 원하여 타인을 소송하는 자…”라는 문구가 있으므로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타인과의 소송을 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형 확정된 여인에게 구족계 주면 안돼

우리 주위에도 고소, 고발, 소송을 밥 먹듯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주장은 마치 대단한 의협심을 가지고 정의로운 일을 하는 듯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직 돈만을 쫓으면서 친구, 선·후배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자신의 스승까지 고발하는 패륜과 불경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어 그 업에 따른 무거운 과보가 우려된다.

승잔법 중 불공계 두 번째는 도적여인계(度賊女人戒)로 사형이 확정된 여인에게 구족계를 주어서 비구니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문이다. 인연담에 의하면 가끔 외간 남자와 간통을 한 부인이 남편의 재물을 훔쳐 달아나 투란난타 비구니를 찾아가 출가를 부탁하여 비구니가 되었는데 남편이 그의 부인을 찾았으나 이미 비구니가 된 후여서 관에서도 체포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도적여인계가 제정되었다. 『빨리율』의 「마하왁가(Mahāvagga)」에도 탈옥한 도둑이나 방이 나붙은 도둑을 출가시켜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이유는 본 조문과 유사하게 빔비사라왕의 명령으로 비록 큰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출가하여 비구, 비구니가 되면 처벌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대중의 불만을 수용하여 도적들의 출가를 금하였던 것이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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