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한국 보이차 거상 임희첨 대표를 만나다 ④

스승 제자 간에 ‘차’가 상품인가
나만 최고?…평가는 소비자 몫
유통구조 붕괴…대중화 물거품
대만 차시장, 한국인들이 망쳐

영국 포트넘앤메이슨의 한 매장에서 홍차를 즐기고 있는 영국인들.
영국 포트넘앤메이슨의 한 매장에서 홍차를 즐기고 있는 영국인들.

 

요즘 차상이나 차선생의 문제점에 대한 평가가 유튜브나 책에 실리기 시작했다. 그냥 기호품인 차를 왜 선생이 파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적지 않다. 스님이나 목사, 신부 등 보이차를 좋아하는 성직자는 대부분 차상이라고 봐야 한다는 극단적인 말까지도 나온다. 다도를 가르치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왜 차를 판매할까? 스승과 제자로, 성직자와 신도로 만났는데 왜 정으로 주고받아야 할 차가 매매의 대상인 상품이 되어야 할까? 돈이 오고 가는 관계가 된다는 말인데 이것이 다도의 길인가? 임희첨 대표도 이런 근원적인 문제 제기를 늘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전한다.

커피와 달리 ‘차’는 차문화에서는 정신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의례적이고 신앙적인 뭔가가 있다고 한다. 특히 불교에서 유래된 ‘선다일미’로 인해서 수행의 중요한 소재로 늘 등장한다. 차를 마시는 것이 수행의 일부 나아가 전부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차선생의 ‘차’의 판매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심하게는 맛있다거나 몸에 좋다며 “가스라이팅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까지도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성직자나 차선생들은 ‘차’를 제자나 신도들에게 팔지 않고 ‘소개’ 정도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그것이 차산업문화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차를 몇 가지 안 만들거나 또는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말 자기가 만든 차나 팔고 있는 차가 최고라고 한다. 남의 차는 믿을 수 없다면서 마시지도 사지도 말라고 잘들 말한다. 그러면서 결국 자신의 차만 최고이고 문제가 없으니 사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아무리 차가 좋다고 해도 사람들의 입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자기 차가 최고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모두가 동의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사실 ‘최고’라는 말 자체가 사용되지 말아야 할 수식어이다.

세상에 ‘최고’가 어디 있는가? 평가 기준은 무엇일까? 결국 소비자의 입맛과 건강이 아닐까 싶다. 결국 평가는 소비자의 몫이지 생산자나 판매자의 몫이 아니다. 아울러 소비자 역시 자신의 입맛과 건강에 맞는 것이지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런 측면에서 제자나 신도들에게 ‘최고’라는 말을 하는 언행 자체가 차세계에서 사라져야 할 말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임 대표는 매우 어려운 암자나 돈 없는 수도승한테 매년 10박스씩 보낸다고 한다. 많이는 못 줘도 한 달에 먹을 만큼만 꼭 챙겨서 보내주고 싶다고 한다. 필자가 차를 접하는 젊은이들에게 차와 간단한 다구를 나눠주곤 한다. 건강과 행복 그리고 우리 차산업문화의 발전을 위해서 지만 우선은 주는 것이 매우 즐겁다. 차인들을 보면 대부분 엄청나게 많은 도구와 차를 가지고 있다. 팔려는 것이 아니라면 차인들은 솔선수범해서 차와 다구를 나누는 캠페인에 동참해 선한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와 ‘차’를 이야기할 사람 즉 차인이 많아질 것이 아닐까? 그것이 지속가능한 차문화의 오래된 미래가 아닐까 싶다.

강진 백영숙 명장의 개인 차실.
강진 백영숙 명장의 개인 차실.

 

아무리 좋으면 뭐하나? 비싸고 접근하기 힘들어서 아무도 안 마시면 그것이 끝이 아닐까 싶다. 마시는 사람이 있고 찾는 사람이 있어야 문화도 있고 산업도 있고 수행의 길인 ‘도’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차선생’과 성직자들은 수행과 ‘장사’를 분리해야 할 것 같다.

임 대표는 우리 녹차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하동군이나 보성군의 차산업이 빨리 많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도 말한다. 어떤 명장은 인사동 차상에게 10개 80만 원에 팔면서, 차밭(다원)을 찾은 차선생(개인)에게는 20개에 80만 원에 파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싸게 달라” 또는 “거져 달라”는 극히 일부 차선생들 역시 그럴수록 도매상에게 소개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평보이차 역시 차선생들이 차실에 오면 “원대로 먹어라. 대신 직접은 못판다”라고 한다. “사고 싶으면 판매점에 가서 마음 놓고 사라”고 한다.

계속 차상이 차선생 등 소비자에게 직접 팔면 한국의 찻집은 다 망할 수밖에 없다. 유통구조가 무너지면 결국 대중화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손님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게 차상들은 다양한 상품을 선보여야 한다. 그건 제다 장인도 예외가 아니라며, 끝으로 대만처럼 소포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한다. 지금처럼 너무 대량으로 사고팔다 보면 좋은 차를 일반인이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우리도 빨리 합류하고 따라잡아야 할 것이다.

대만을 가끔 간다고 한다. 보이차 보러 가는 것이 아니다. 대만의 썩은 차를 사주는 게 한국이라며 대만의 차시장은 우리 한국인들이 키우고 망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한다. 자신은 대엽종을 먹는 사람으로 대우령 등 가향차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향이 아니라 몸으로 먹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임대표의 말들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논쟁의 가치가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다양한 의견교환과 함께, 차에 대해서는 향과 맛 그리고 건강은 정말 과학(산업)으로 증명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모두가 신뢰할 만한 연구결과와 그런 결과에 대한 홍보도 기대된다. 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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