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한국 보이차 거상 임희첨 대표를 만나다 ③
동업자 비난은 누워서 침뱉기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며 가야
시각 달리하면 새 ‘담론’ 가능
녹차를 커피처럼 마시면 위험

윤효석 작가의 다완 그림.
윤효석 작가의 다완 그림.

 

“왜 백화점이 잘되는데요! 차 하는 사람들이 꽉 막혀서 매우 놀랐습니다.”

임희첨 대표는 무슨 간증모임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갑자기 훅 던진다. 차인들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차상’들이 수행을 하는 사람인 양 말하는 것이 조금 답답하다고 전한다. 차를 파는 사람은 ‘고객’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 박리다매로 정말 대재벌회사의 영업마진 처음 몇 프로만 받고 보이차를 파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수긍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돈 많이 있다고 나눠주는 사람이 세상에 있느냐? 나는 지금 나눠주는 중이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술술하는 임 대표는 스케일이 다른 거상이다. 차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상도를 아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객’ 제일주의 즉 ‘고객은 왕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차상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 어느 차 전문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차를 아는 대부분의 선생이나 성직자가 ‘장삿꾼’이라는 말에도 일면 동의할 수밖에 없는 점이 있다.

제다장인은 물론 차 연구자들도 자신이 싫은 차인들이 있으면, 매우 심한 경우에는 극단적으로 ‘차를 공짜로 받아다가 파는 사람’ 또는 ‘제자들을 몰고 다니면서 사례비를 뜯는 사람’ 등으로 헐뜯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동업인들에게 해서는 안될 말이라고 하면서도 그런 말을 전하는 대부분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인 경우도 본 적이 있다. 참 놀라운 ‘차계’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고객들은 전한다.

치킨게임도 아니고 동종업자나 연구자들을 모욕하고 명예훼손하는 것은 결국 ‘누워서 침뱉기’라는 말로 통한다. 이런 측면에서 임 대표는 인터뷰할 때마다 관계자라면 절대 대놓고 할 수 없는 ‘사이다’ 발언을 열거한다. 물론 전체가 아닌 단지 일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새겨들어야 할 점이 적지 않다는 느낌이 있다.

돈은 아니지만 차가 많다고 정말 싸게 나눠주기를 시도하는 임 대표가 봉이 김선달처럼 한국의 보이차 시장을 석권하려는 포부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럴 가능성이 보여지는 부분이다. 최근에 출시한 ‘적선지가’라는 차 역시 몇 년 뒤에는 백만 원이 훌쩍 넘을 것 같아 소개하기가 조심스러울 정도이다. 모차가 좋은 차를 박리다매해도 시장에 맡기면 금방 가격이 따라잡는다는 이야기다. 대평차를 판매하는 사람 가운데 모르는 사람은 이런 사정을 모르고 그냥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단지 몇십 프로만 높게 팔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거꾸로 샘플이 하나도 없어서 한두 개만 팔라고 해서 사 온 경우도 있다. 그래서 왜 비싸게 사주냐고 하자 “현재(중국 운남성) 산지 가격은 몇 배나 올랐는데 왜 이렇게 싸게 파냐”고 한 적이 있다. 그 후로 그 차를 그 가격에 살 수는 없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니 우리 시장의 문제만도 아니다.

“(차를) 많이 먹으면 좋잖아요. 나만 좋은 게 아니라 모두가 서로가 좋잖아요. 아니 인사동의 식당이 자기 혼자만 하면 정말 사람이 많이 올 것 같아요? 전체에 하나만 있다면 먹을 게 있어도 안 와요. 여러 가게가 있고 여러 식당이 있으니 사람들이 오는 것을 봐야 해요. 우린 서로가 대안성을 갖춰야 해요. 내가 부족한 부분, 상대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동행하면서 같이 가야 해요. 그게 인생이 아닌가요? 그런데 왜 자기만 최고고 남을 아니 서로를 헐뜯어요? 차를 너무 조금 알고 말하면 안 돼요”

선암사 주변 산책 길.
선암사 주변 산책 길.

구구절절이 의미가 깊은 말들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아무리 자기 차가 좋아도 먹는 사람의 입은 다르다. 절대적인 가치 기준으로 논할 것이 아니라 ‘취향’이나 ‘기호’로도 접근해야 하는 것이 차이다. 논점을 달리하고 시각을 달리하면 전혀 다른 ‘담론’이 가능한 것이 차이기 때문이다.

간혹 임 대표는 “이차는 비싼 거다. 그냥 한잔 맛보여 주기는 좀 그런데”라는 말을 한다. 다른 차상들이 그런 말을 하면 “에이그”라고 속으로 한 말을 하는데 임 대표가 그런 말을 하면 “사장님은 그런 말씀도 하시냐”라고 웃는 분위기가 참으로 편하고 정겹기까지 하다. 월간 〈다도〉의 발행인 강법선 회장이 이곳을 꼭 한번 찾아가 보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야채스프라는 것이 있다. 끓여서 먹거나 일본의 오챠즈께처럼 밥에 부어서 먹으면 되는 ‘믹스차’이다. 오래전부터 팔았다는데 금시초문이다. 새로운 차나 중국의 차시장의 현황을 알고 싶으면 낙원상가 부군의 임 대표의 차실을 찾는다. 부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가끔 출퇴근 하는 임 대표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운이 좋게 서울에 왔다고 해도 약속 때문에 상경한 것이라 그런 듯하다. 그럼에도 고 류건집 교수 장례식(최초의 한국차인장)에서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에 느낌이 있다.

우리 녹차가 참 좋지만, 녹차의 ‘찬’ 성질이 있음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마실 기회가 많더라도 커피처럼 늘 마시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늘 보이차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이런 의견은 좀 더 정확하게 차연구자들 아니 과학자나 의학자들이 풀어줘야 할 부분일 것이다. 누군가 속 시원히 말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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