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별로 풀어가는 천연염색 이야기 18-입춘

원철 스님

봄을 알리는 절기로 새해 상징

입춘 전후로 전년도 새해 가늠

파란 호랑이는 전설 속의 동물

쪽풀 활용 청색 내기 방법 다양

강계령 작.
강계령 작.

 

입춘(立春)은 음력 1월, 양력 2월 4일경이다. 봄으로 접어드는 절기로 새해를 상징한다. 농사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라 이때 보리 뿌리를 뽑아서 보는 농사점을 행했다. 보리 뿌리가 셋만 되면 풍년든다고 하였으며 뜻밖에 많은 눈이 내릴 수 있다고 하여 ‘입춘날 내린 눈 작대기 잠긴다’는 속담도 있다. 입춘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같은 입춘첩(立春帖)을 써붙인다.

어둡고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입춘절기가 되면 일 년 농사의 시작이 되기에 입춘에 내리는 비를 입춘수(立春水)라 하고 만물을 소생시킨다하여 반겼다. 입춘수로 술을 빚어 마시면 기운이 왕성해지고, 부부가 입춘주(立春酒)를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하여 소중히 여겼다.

마음으로는 벌써 봄이 와 있건만 뉴스에서는 한파특보가 내려지는 것을 보니 입춘 추위 김장독 깬다고 매서운 추위가 몰려와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려나 보다. 계묘년의 시작은 입춘 절기로부터 시작된다.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 입춘을 절기로 인월(寅月)의 시작이다. 2023년도의 절기로 1월의 시작인 것이다. 음력 1월 1일이 새해였다면 절기상으로는 입춘이 되어야 1월 봄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다. “너 무슨 띠야”할 때 입춘전후를 살피는 명리학에서는 입춘전이면 작년 그대로요, 입춘 후면 새해인 것이다. 즉 입춘 전후로 전년도와 새해를 가늠하는 것이다.

문양염.
문양염.

 

계묘년 입춘은 양력 2월 4일 오전 11시 42분이다. 이 시간 전에 태어나면 전년도 임인년 호랑이띠라고 하며, 2월 4일 오전 11시 42분 후에 태어나면 계묘생 토끼띠라고 한다. 띠가 바뀌는 이유가 바로 입춘이 띠의 시작점이 되는 셈법인 것이다.

봄의 시작은 입춘(立春)이다. 봄은 1년 춘하추동(春夏秋冬) 사계절 중 첫 번째 계절로 봄에 해당하는 절기는 1월 입춘(立春)·우수(雨水), 2월 경칩(驚蟄)·춘분(春分), 3월 청명(淸明)·곡우(穀雨)이다. 음력 1월은 인월(寅月), 2월은 묘월(卯月), 3월은 진월(辰月)에 해당한다. 1년은 봄에서 시작하고, 봄은 정월에서 시작하고, 24절기는 정월의 입춘 절기에서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입춘 일시가 띠를 구별하는 기준점이 된다.

육십간지 중에서 40번째 간지인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하는 것은 계묘년 계(癸)와 묘(卯)가 만나는 색의 의미를 담은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 목, 화, 토, 금, 수(木, 火, 土, 金, 水)에 의해서 붙여진 것이다.

물들염.
물들염.

갑을 목(甲乙, 木)이라 하여 청색이요, 병정 화(丙丁, 火)라 하여 적색이며, 무기 토(戊己, 土) 라 하여 황색이며, 경신 금(庚辛,金)이라 하여 백색이며, 임계 수(壬癸,水)라 하여 흑색이다. 그래서 2023년 계묘년은 검은 토끼가 되는 것이다. 검은 토끼의 해 입춘 1월[寅月, 인월]은 갑 인월로 시작된다. 갑 인월은 갑목이 청색이며, 파란 호랑이 즉, 청호(靑虎)이다. 청호는 전설 속의 동물로도 알려져 있다. 입춘의 색은 청색이다. 갑 인월 호랑이의 인월 색 역시 청색 이다. 방향으로는 동쪽이다.

우리 문화와 역사 속에 스며든 호랑이는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로 시작되는 이야기 속에 많은 교훈과 지혜들이 넘쳐난다. 호랑이의 특징은 은둔하며 새벽에 혼자 움직이고 외부에 잘 노출이 되질 않는다. 순우리말로 범이라는 단어가 있고, 잘 발달되고 균형 잡힌 신체 구조와 느리게 움직이다가도 목표물을 향할 때의 빠른 몸놀림 그리고 빼어난 지혜와 늠름한 기품을 지녔다 하여 산군(山君), 산령(山靈), 산신령(山神靈), 산중왕(山中王)으로 불렸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누에머리 흔들며, 전동같은 앞다리, 동아같은 뒷발로 양 귀 찌어지고,

쇠낫같은 발톱으로 잔디 뿌리 왕모래를 촤르르르르 흩치며,...

쪽물 들인 옷.
쪽물 들인 옷.

 

‘범 내려온다’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판소리계 소설 토끼전인 수궁가(별주부전)에서 길짐승들이 서로 자기 자랑하는 내용 중 호랑이가 숲속 골짜기에서 나오는 대목을 재해석한 현대 판소리 노래와 춤이다. 수궁가의 ‘범 내려온다’는 이날치 밴드 및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밴드음악과 국악을 접목시킨 노래로 변해 한국관광공사의 광고로 사용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인월의 청색은 지구상에서 낼 수 있는 색으로는 쪽뿐이다. 물론 흐릿한 청색을 내는 식물들과 짙은 청색을 내는 안료는 있지만 염료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쪽으로만 청색으로 물들일 수 있다. 콩과의 식물로 학명은 인디고페라 틴토리아(Indigofera tinctoria)라고 하며 람색(藍色), 흔히 쪽빛이라고 하는 색이다. 색 자체의 이름이자 염료의 이름이고 또한 염료 원료가 되는 쪽풀이다.

쪽물 들임.
쪽물 들임.

 

모든 식물이 기본적으로 황색의 색소를 가지고 있다면 쪽이 가지고 있는 색소는 청색소이다. 물론 인디루빈이라는 적색소도 함께 가지고 있지만 적색소는 다른 염료로도 충분하기에 굳이 쪽이 가지고 있는 적색소를 물들일 필요성은 못느낀다. 쪽으로 청색을 만들어 내는 일은 화학적 결합을 통하여 쉽게 할 수도 있지만 많은 수고로움을 들여 쪽색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바로 우리의 전통염색법이다.

쪽염색을 하는 과정에서 화학이니 천연이니 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이다. 천연염색이라 함은 화학이 나오기 이전의 염색법으로 자연에서 채취한 자연 그대로의 색을 의미하므로, 화학적 방법으로 쪽물을 들였다 해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가 아닌, 색을 만드는 사람 양심의 문제이다. 화학과 천연은 구분되는 것이지 화학이 천연으로 둔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쪽물 발효.
쪽물 발효.

 

청색을 물들이는 방법은 쪽풀을 바로 채취하여 물들이는 생쪽염색법, 쪽풀을 베어다 항아리에 물을 부어 삭혀서 삭힌 물에 잿물을 넣어 발효시켜 하는 반물염색법, 쪽풀을 베어 삭혀서 삭힌 물에 소석회를 넣어 색소를 침지시켜 만든 니람(泥藍)에 콩대를 태워 잿물 내려서 잿물에 니람을 풀어 발효시켜 하는 염색법 등이 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지만 그리 많이 하는 염색이 아니기에 생략한다. 쪽물 들이는 염색은 천연염색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염색이자 기본 중에 기본 염색이라 할 수 있다.

쪽염색.
쪽염색.

 

동쪽을 수호하는 이는 동방지국천왕(東方持國天王)이다. 동방지국천왕은 안민(安民)의 신으로서 수미산 동쪽 중턱의 황금타(黃金埵)에 있는 천궁(天宮)에서 살고 있으며, 16선신(善神)의 하나이기도 한 동방지국천왕은 선한 자에게 상을 내리고 악한 자에게 벌을 주어 항상 인간을 고루 보살피며 국토를 수호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고 한다. 얼굴은 푸른빛을 띠고 있으며, 왼손에는 칼을 쥐었고 오른손은 허리를 잡고 있거나 보석을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동방지국천왕은 팔부신중의 하나로서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기만 맡는 음악의 신 건달바(乾達婆)를 거느리고 있다. 동방지국천왕(東方持國天王)이 손에 들고 있는 물건에 대하여는 경전마다 조금씩 달리 표현되어 있다. 《다라니집경》에 의하면 동방지국천왕은 왼손에 팔을 내려 칼을 잡고 오른손을 구부려 보주(寶珠)를 쥔다고 하고, 《일자불정륜경(一字佛頂輪經)》에 의하면 왼손에는 창을, 오른손은 손바닥을 올려드는 형상이라고 한다. 《약사여래유리광칠불본원공덕경》에는 비파(琵琶)를 든 것으로 되어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봄이 되었으니 따뜻한 햇볕처럼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빌어 본다.

(사)한국전통문화천연염색협회 이사장

광천 관음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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