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한국 보이차 거상 임희첨 대표를 만나다 ②

한국에서 차인은 2만여 명 정도

매일 마시는 분은 8천 명 추산

“남 죽이고 나만 살려고 하나”

작고한 류건집 교수 가장 존경

지난번 노차에 대한 환상을 깨라는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 그건 상태가 좋지 않은 노차를 비싸게 사는 일부 극단적인 예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노차가 필요 이상 비싼 것도 사실이다. 가성비를 따지는 게 그다지 내키지 않지만, 80년대 차가 이미 천만 원 이상을 호가하고 나아가 몇천만 원이나 하는 것을 보면 말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차인들이 ‘그런 것을 사먹을 바에는 “소고기, 아니 우리 한우를 사드세요”라고 하나 보다.

여하튼 수천만 원이나 수억을 주고 사먹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먹어도 좋지만 그게 아닌 다음에야 머나먼 다른 세계의 이야기일 따름이다. 사실 그런 돈이 있으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시설을 짓고 식사도 대접하고 장학금도 주고 싶다. 여하튼 그런 능력이 없는 이상 아무리 좋은 꿈이라고 그걸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그냥 그런 차를 가진 분들과 차연(茶緣)을 맺는 것이 훨씬 더 나을 듯싶다. 특히, 가끔 그런 차들이 수만 원일 때 사놓은 분을 운 좋게 만나 차 한 잔 함께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것만 같다.

“아무리 오래되고 잘 만들어도 재료가 안 좋으면 좋은 차가 아닙니다. 70년대 차라도 우린 1KG 몇 십만 원에 팝니다.”

네팔 히말라야 무스탕의 이름 없는 한 거대한 산.
네팔 히말라야 무스탕의 이름 없는 한 거대한 산.

 

건창차를 마시는 사람은 아무리 싸고 오래되어도 습을 많이 먹은 차는 먹지 않는다고 임 대표는 전한다. 그런데 복전차나 흑차를 좋아하는 분은 그런 것도 좋아하기도 한다. 그런 기호품이기에 굳이 원한다면 나는 안 먹어도 나눌 수도 있다. 검푸른 곰팡이가 난 곳에 남는 아폴로톡신만 없다면 과학적으로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꾸로 아폴로톡신이 남았는지 일일이 검사를 할 여유가 없고 그렇다고 버릴 필요도 없다.

기호품이기도 한 ‘차’를 원한다면 줄 수도 있는 틈이 생긴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나누게 된다. 필자도 지금은 잠시 차 살 돈이 부족한 젊은 친구들이 원하면 그런 차를 그냥 나눠주기도 한다. 나는 안 먹는 차를 나눠주기에 처음에는 미안했지만, 그런 차를 수십만 원이나 수백만 원에 파는 사람도 있어서 조금 덜 미안하기도 하다. 때로는 조금 비싸게 파는 사람도 있다고 하면서 주지만 앞으로는 공부하라는 의미로 즉 “노차에 대한 환상을 깨라”고 하며 나누면 될듯싶다.

임 대표는 한국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은 2만 명 정도이며 그 가운데 매일 마시는 사람은 8천 명으로 추산한다고 한다. 근거는 지금까지의 오프라인 온라인의 통계 등을 조사한 결과라고 밝힌다. 의외로 작은 숫자에 놀랍기도 하지만 매일 안 먹는 12,000명 정도는 ‘돈’이 되기 때문에 차를 사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2만 명의 차인 가운데 60%라는 숫자가 차를 매일 안 마신다니, 매일 마시는 사람으로서 매우 의아하기만 하다. 정말 차인인가?

임 대표의 차실은 간소하다. 하지만 온갖 새 차로 가득하다. 차뿐만 아니라 커피를 비롯해 다양한 음료도 눈에 들어온다. 보이는 족족 마시고 테스팅한다고 한다. 필자가 전국을 조사하면서 커피는 안 먹고 남의 차는 더욱 안 마신다는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놀랍기만 하다. 차도 음식인데 어떻게 다른 음료나 남의 차를 안 마시고 자기 차를 발전시킬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임 대표도 생각이 같아 조금 안도가 된다.

임 대표는 현장에서 ‘자기 차가 최고이고 남의 차는 믿을 수 없고 맛도 없다는 사람들의 차가 오히려 별로이며 그런 차들이 정말 비싸서 돈주고 사먹기 그렇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들었다고 전한다. 이에 대해 “자기 차가 몇 가지도 안 되면서 그것만 먹고 그것만 판다는 게, 그 말이 맞다면 세상에 백화점이 필요 없겠죠. 차인들은 늘 겸손해야 합니다. 그 가운데 정말 명인도 있겠지만, 대부분 차를 잘못 배우면 그렇게 편협해지기도 하나 봅니다.”라고 답하며 털털 웃는다.

“요리사는 정말 뭐든지 다 만들어보고 먹어봐야 합니다. 차인도 그렇습니다. 자기만 잘났다고 남은 욕하는 것을 옳지 않아요. 엉뚱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하며 너무 잘난척하는 괴짜를 넘어 괴물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은 입이 하나입니다. 말도 하고 먹기도 하고. 서로 나눠야 차인인데 왜 자기 것만 먹어야 하고 남은 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우면서 동행해야지, 남을 죽이고 나만 살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임 대표는 가장 존경하는 차인으로 얼마 전에 작고하신 류건집 교수님을 꼽는다. 차와 관련된 전집을 다 읽어봤는데 그만한 글을 쓰는 분이 많지 않다고 전한다. 2018년부터 보이차를 많이 찾으셨고 특히 대평 보이차를 많이 좋아해 주셨다고 한다. 훌륭한 차인들이 하나둘씩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며 눈망울을 적신다.

차인들을 만나면 다 좋을 듯싶은데, 두 번 다시 볼 마음이 안 나는 사람도 없지 않다. 따스한 차를 마시는 차인들이 따뜻해야 하는데 의외로 ’차갑다‘라는 평을 거꾸로 많이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임 대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몇 번 만나 보니, 특별히 더 솔직하다. 장사를 하지만 ’거상‘이라서 좀 많이 다른 것 같다. 늘 얽히고 섥혀서 정리 못하는 차계의 문제를 단박에 끊어준다. 차상이라서 만나기가 껄끄러운데도 배울 점이 많아 그럴 수 없어서 그냥 더 만날 따름이다. 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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