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년 시무식에서 특정 종교의 찬송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공수처는 공직사회의 특혜와 비리를 근절해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설치된 사정기관이다. 그런 만큼 정치적 종교적 중립이 매우 중요한데도 공적인 시무식을 부흥회장 수준으로 만들어 버렸다. 여기에다 여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의 발언은 참으로 가관이다. 지난해 5월 ‘제59회 전국목사장로기도회’에서 “크리스천 정치인을 양성하여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며 종교적으로 편향된 본인의 신념과 가치관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 최근에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우리 사회에서 정부와 지자체 공직자, 공공기관의 종교편향과 역사왜곡 행위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맹목적 종교관과 본인 종교의 우월성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로 인해 사회적·종교적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위의 두 사례는 대한민국헌법 제20조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복무규정에 공무원은 종교와 관련한 차별행위가 금지돼 있다. 따라서 공수처장과 국회의원은 당연히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 원칙 및 사회적·종교적 중립의무를 지켜야 한다.

정부의 미진한 조치로 인해 명백한 종교편향 범법행위가 용인되고 용납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도 종교편향 사태 지속 발생의 한 원인이다. 공공영역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안들은 결코 개인의 일탈로 치부될 것이 아니다. 정부는 공직사회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종교편향에 대한 문제를 인식해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시민과 함께 하는 사찰로

올해도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명소를 찾았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사찰은 일출을 보기 위한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 바닷가를 풍광으로 지니고 있는 사찰들은 일출명소로 이름을 날린다. 우리 태고종단에서도 제주 장안사와 팔공산 관암사 등 전국 주요사찰이 일출명소로 꼽히며 많은 시민들이 올해도 이곳을 다녀갔다. 특히 이들 사찰들은 계묘년 첫 날 1월 1일을 맞아 일출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 온 시민들에게 떡국과 복주머니 등을 무료로 보시하는 등 자비나눔을 실시했다.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이같은 자비나눔의 실천은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을뿐더러 사찰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사찰이 시민들과 함께 하려는 이 같은 배려는 더욱 확산돼야 할 것이다. 사찰은 관공서는 아니지만 시민들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하는 종교적 책무를 지녔다는 점에서 공공성격이 짙다. 따라서 각 사찰들은 소재하고 있는 지역적 특성과 환경 등을 고려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함께 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마음의 평안을 추구하며 힐링 붐이 불고 있는 최근엔 사찰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러한 때 사찰이 더욱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방안은 함께 호흡을 나누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시다. 그러므로 사찰의 공공적 기능을 강화한 개방성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기도객 위주의 사찰에서 비록 신도는 아닐지라도 함께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끔 배려하는 각종 프로그램의 실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선 사찰들의 인식전환과 아울러 신도들의 노력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