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한국 보이차 거상 임희첨 대표를 만나다 ①

가격 비싸게 책정 소비자 현혹
포장을 잘해도 차품은 못 속여
박리다매 보급으로 ’보람‘ 느껴
듬뿍 넣어 차 우리면 최상의 맛

차를 우리는 임희첨 대표.
차를 우리는 임희첨 대표.

 

우리나라에서 보이차를 취급하는 사람 가운데 최대 거상의 한 사람인 대평보이차 임희첨 대표는 요즘 대평보이차 정기구독자를 모집 중이다. 보이차 등을 소량씩 부담 없는 가격으로 담아서 회원들에게 선보이는 월 단위의 차구독 서비스라고 한다. 작년에는 빙도 파왜이 한편을 주고 12달 동안 매달 선물 같은 차 3종을 보내줬는데, 올해부터는 그냥 3종만을 받고 더 저렴한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한다.

결국 1년 동안 매달 회원들이 마실 수 있는 차 3종을 택해서 80g 씩 작게 포장해서 보내주겠다는 말이다. 조금씩 더 넣어서 240g이 아닌 250g의 소분차를 보내오는데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구독자 마음에 안 들면 중도 포기도 가능하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 전액 환불도 한다는데 장사를 하려는 것인지 그냥 나눔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결국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로 이해되는 측면이다.

얼마 전 선물 보따리에는 3종 외에도 여러 가지 샘플이 왔다. 1990년대 오래된 노차도 섞여왔는데 맛이 좀 거시기하다. 대평이 만든 새로운 차는 신선하고 또 마시면 차성이 강해서 사우나에 간 것처럼 땀도 많이 나고 좋았다. 그런데 노차는 그렇지 않았다. 맛은 물론 향이나 차기는 더욱 그저 그러했다. 3종 이외의 샘플이어서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이 있을까도 싶었지만 참지 못하고 연락을 해 봤다. 답은 “노차의 환상을 깨라고 보낸 겁니다.”였다.

모두 들 보이차라고 하면 노차라고 생각하는데, 생산이나 보관이 잘못된 노차가 많다고 한다. 목 넘김도 안 좋고 마치 먼지나 모래와 같은 맛이 나는 경우도 있다. 탕색이 탁하고 향도 그다지 좋지 않은데 진기(진년)이라고 해서 오래될수록 좋다는 이상한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줘도 안 먹어야 할 차를 수십만 원 혹은 수백만 원이나 주고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말 일반인들은 ‘확 깨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값이 저렴하다고 양질의 보이차가 안 될 거라 착각하고 오해를 한다. 실제로 그런 생각이 들면 차를 구매하지 말라고 임 대표는 전한다. 값이 싸도 좋은 품질의 차가 있는데 그건 장삿꾼의 말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과 몸으로 확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무리 포장을 잘해도 차품은 못 속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서 일반인들이 차의 가격을 모른다고 한다. 유통구조의 문제를 단박에 이해하고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경계해야 보이차상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개당 10%도 안 되는 이문을 남기고 판매하는 보이차도 있다고 한다. 박리다매로 많이 팔아서 조금 남기더라도 ‘보람’을 느끼고 싶다고 한다. ‘차상’이 그래서 먹고 살 수 있으시냐고 오지랖 넓게 남 걱정을 해본다. 하지만 대답은 신선하다 못해 황당하다.

“비싸서 못 마신다는 분이 안 계실 때까지 쭉 가겠습니다. 쌀 때 사서 집에 잘 쟁여 두셨다가 긴긴 겨울날 뜯어서 드시면 아마도 든든할 것입니다. 조건은 꼭 두 편 또는 한 통을 한 번에 구매하셔야 하는 조건입니다….”

보이차라고 하면 우선 비싸서 못 먹는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그 문제를 단박에 해결한 것이다. 굳이 중국 가서 소비자가에 바가지 쓰고 올 필요가 없어졌다. 중국의 도매가 아니 원가에 모차를 사서 잘 만드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정식으로 수입을 한다. 식약청 검사도 통과한 차를 원가에 비용을 합친 금액에 2배 이상을 받는 것이 통상적인 보이차계의 사정이라고 한 전문가는 전한다. 심하게는 10배나 수십 배를 더 붙이는 경우도 있는데 임 대표는 10%나 20%만 붙일 때도 많다고 한다. 정말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 서귀포 앞 바다.
제주도 서귀포 앞 바다.

 

임 대표가 우려주는 차는 맛있다. 마치 대만이나 중국의 차상을 만날 때처럼, 자사차호가 거의 가득 찰 정도의 차를 넣는다. 결국 물을 부으면 차가 불거나 부풀어 올라서 뚜껑이 올라오거나 잘 닫히지 않는 지경도 더러 본다. 연하게도 우리지만 진하게 마신다. 차인들이 흔히 말하는 ‘짜게’ 마시는 셈이다. ‘차를 어떻게 우려야 최상의 맛이 나올까’라는 질문에 대해 “좋은 차를 그냥 듬뿍 넣어서 잘 우리면 된다”라고 답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격만 착하다면 정말 좋은 차를 알맞게 아니 좀 많이 넣어서 먹으면 좋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조금 넣고 물만 많이 부으면 간이 안 맞는다. 차도 음식이다. 간이 안 맞는데 맛이 좋을리가 없다. 그래서 밍밍한 맛이 아닌 차 본연의 맛을 잘 우려낼 정도의 충분한 차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 임 대표의 지론이다. 그래서 임 대표가 파는 ’저가‘의 차는 금새 동이 난다. 재미있는 것은 시초가가 도매가이다. 도매상한테도 같은 가격에 넘긴다. 다만 시초가 이후에 가격이 급상승한다. 십여만 원에 팔던 보이차가 이젠 천만 원도 넘어가는 경우도 생겼다. 참 모를 일이다. 거상의 생각이란…. 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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