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壬寅年)의 해가 저물고 계묘년(癸卯年)의 해가 떠오르고 있다.

연말연시에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걸어갈 길을 계획해야 한다. 자신의 이력(履歷) 중 무엇이 부족한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이력의 사전적 의미는 ‘신발이 겪은 일’이다.

이윤기는 한 저서에서 모노산달로스(Monosandalos) 즉, ‘외짝 신 사나이’의 신화적 의미를 역설했다.

불가(佛家)에도 모노산달로스가 있다. 달마 대사는 중국의 소림사에서 9년 동안 도를 닦으며 제자들을 가르치다가 528년 열반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제자들은 달마 대사를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 그런데 달마 대사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후 송운이라는 사신이 달마 대사를 봤다고 주장했다.

“월씨국을 다녀오는 길에 대사를 뵈었는데, 대사는 신발 한 짝만을 들고 조국인 향지국으로 가셨습니다.”

송운의 말을 듣고서 황제는 웅이산에 있는 달마 대사의 무덤을 파보았다. 무덤에는 신발 한 짝만 남아 있었다.

신화 속 영웅들과 차이가 있다면 달마 대사는 열반한 뒤 모노산달로스가 되었다는 것이다. 달마 대사가 신발 한 짝을 중국의 무덤에 남겨두고 신발 한 짝을 들고 인도로 돌아갔다는 것은 인도불교의 28대 조사인 동시에 중국불교의 초조인 달마 대사의 이력을 말하는 것이리라.

흥미로운 것은 달마 대사가 인도로 돌아갈 때 신발 한 짝을 들고 있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달마 대사는 맨발이었던 것이다. 달마 대사가 맨발로 돌아갔다는 것은 달마 대사가 열반했음을 의미한다. 대지와 인류의 육신 사이를 갈라놓는 것이 바로 신발이다.

그런가 하면 부처님께서는 출가 후 평생 동안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사셨다. 출가하면서 부처님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금장식 은장식을 한 신을 벗어던지고 맨발이 된 것이다. 전법교화의 길에서도 부처님께서는 맨발이셨다. 이 땅을 맨발로 밟고 다닌다는 것은 중생들과 더불어 기쁨과 슬픔과 괴로움과 아픔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일 것이다.

부처님의 전법교화의 길은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감으로써 가장 높은 곳은 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말연시에는 서산대사가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아래의 선시를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 발걸음 하나라도 어지럽히지 말라.
今日我行蹟 오늘 내가 걸어가는 길이
遂作後人程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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