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7(2023)년 계묘년 새해 태양이 힘차게 솟아올랐다. 새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가짐을 달리한다. 한 해를 설계하며 도약과 희망을 꿈꾸기도 하고 새해 소망을 기도하며 무탈없이 한 해를 잘 넘기기를 바란다. 이러한 속에서 인류 역사는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왔다. 실제로 인류의 발전과 진보는 사람들의 이러한 부푼 기대 속에서 비롯돼 왔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미래의 설계라 할지라도 과거의 반조를 통하지 않고는 훌륭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2023년 새해 아침도 그래서 마냥 기쁘고 들뜬 기분으로 맞을 일만은 아니다. 우선 지난 해만 해도 수많은 곡절과 아픔이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인류의 평화공존 열망은 깨졌고 지구촌을 강타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다. 지난 해 10월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데이를 맞아 몰려든 인파로 수백 명의 압사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경제상황도 전세계적으로 잔뜩 위축돼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가계대출 비중이 최고점을 찍으며 이것이 한국경제에 심각한 경고를 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위축된 경제는 젊은이들의 취업난도 함께 가중시키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고통과 위기상황은 원인이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들의 한없는 욕심과 절제 없는 경제생활에서 야기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생태계를 위협하는 기후위기는 지금부터라도 인류가 단합해 해결해 나아가야 할 중차대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속에서도 여전히 지구촌에서는 전쟁과 살상, 분쟁과 대립이 해소되지 못한 채 갈등의 골이 깊이 패인 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 불교계도 순탄치만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종교편향정책을 보여 불교계의 강력한 비판과 항의에 직면했었다. 이교도의 훼불사건은 끊이지 않고 자행돼 왔고 일부 정치인은 불교를 폄훼하는 발언들로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특히 우리 태고종단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의 임오경 의원은 사실확인을 하지 않은 채 국정감사에서 종단 소속의 모 사찰이 도난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매도하는 등 종단 간 갈등을 유발하는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고 새해 벽두부터 역정을 낼 일은 아니다. 어떠한 위기상황도 치밀한 계획을 세워 지혜롭게 실행해 나간다면 돌파해 나갈 수 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 불자들이라면 서원을 가져보길 기대한다. 서원이란 ‘이런 저런 것을 하겠다’는 자신들의 발원에 대해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말한다. 불자들의 바람직한 신행은 다름 아닌 ‘서원’을 가질 때라고 본다. 기도와 기원이 절대자의 힘에 의탁해 무엇을 이루게 해달라는 염원이라면 서원은 목적한 바를 성취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으로서 실천행이 뒤따른다. 가령 아미타불이 48대원을 세워놓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기꺼이 희생한다는 전생담의 일화처럼 적극적인 실천행을 담보로 서원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새해 계묘년도 국가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현하 불어닥치고 있는 경제적 위기상황은 물론 경제 교육 부동산 문화 등 제분야에서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사업을 펼쳐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수준 높은 질적 삶을 도모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계도 불자들의 염원을 담아 전법기능을 보다 강화하고 제분야에서의 인재양성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는 과거 나라가 암울할 때 부처님의 지혜를 빌어 위기상황을 타개해 왔다. 우리 사회의 밝은 내일을 위해 부처님의 지혜를 빌어 계묘년을 활짝 열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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