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별로 풀어가는 천연염색 이야기 16-동지



겨울의 중심에 이르렀다는 뜻

애동지·중동지·노동지로 구분

2022년은 ‘노동지’에 해당돼

양의 음식 팥죽 먹어 건강 기원

검정색만들기.
검정색만들기.

‘동지’는 겨울 동(冬), 이를 지(至)로, 겨울의 중심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쓰인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로 예부터 세시명절로 여겨왔다. 《동국세시기》에 보면 동지를 기준으로 해가 바뀌니 실제 이날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 이러한 이유로 옛 문헌과 기록엔 동짓날을 한 해의 시작, 즉 ‘아세(亞歲)’라 했으며, ‘작은 설’이라 하였다. 동지가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에 들면 노동지라 하였다.

첫 번째 드는 애동지는 음력 11월 10일이 채 못되어 드는 동지이다. 애기동지, 아동지라고도 불리는데, 이날은 팥죽을 먹는 것이 아니라 팥 시루떡을 먹는다. 두 번째로 중동지는 음력 동짓달 중순에 드는 동지로서 청년 동지, 중동지라고 부른다. 세 번째로 노동지는 음력 11월 20일이 지나서 그믐에 드는 동지로 어른 동지, 노인 동지, 노동지로 불린다. 올해 2022년은 ‘노동지’에 해당한다.

오월(午月) 양(陽)을 상징하는 낮이 가장 긴 날인 극지가 하지이며, 밤이 가장 긴 날인 극지가 동지(冬至)인 것이다. 동지가 있는 자월(子月)은 양이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지만 하루의 시작과 끝의 경계인 야반도 자시(子時)가 되는 것이다. 2022년도는 12월 22일이 자월(子月)의 동지이다. 동지가 지나고 열흘이면 해가 노루 꼬리 만큼씩 길어 진다고 한다. 동지(冬至)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하여 ‘호랑이 장가 가는 날’이라고도 부른다.

김해순 작.
김해순 작.

음력 11월은 동짓달, 자월(子月), 중동(仲冬)이라 하여 고대 중국의 주나라에서는 자월을 세수(歲首)의 달로 삼았다.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 풍속이 있다. 동짓날 이후부터 양(陽)이 서서히 다시 돌아오는 시기로 들어간다. 발산하는 양(陽)이 시작하는 동짓날을 맞이하여 양(陽)의 음식인 팥죽을 먹어서 다가오는 일 년을 더욱 건강하고 평온하기를 기원하는 풍속이다.

세시풍속 사전에 나오는 지방마다 전해지는 속설에 따르면,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겨울에 감기에 걸리지 않고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으며, 세 집을 돌며 팥죽을 얻어먹으면 장수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또 동짓날 팥죽에 든 새알심을 많이 먹어야 높은 지위에 오른다고 하며, 동짓날 팥죽을 쑤기 전에 팥과 솔잎을 외양간이나 변소 같은 집안 구석구석에 뿌리며 “잡귀야 나가라. 잡귀야 나가라.” 하고 연신 외쳐 잡귀를 몰아낸다고 하며, 동짓날 수수를 빻아 동그랗게 만들어 그것을 화살에 꽂아 밖으로 멀리 쏘아 버린다고 한다. 동짓날에 동지 할머니에게 대접한다면서 장독 위에 팥죽을 떠놓는데 이렇게 하면 된장 맛이 좋다고 하며, 동짓날 뱀 ‘사(蛇)’자를 종이에 써서 솥 위의 부엌 벽이나 집 기둥에 거꾸로 붙여 악귀의 퇴치와 침범을 막는다고 한다 등등의 여러 속설들이 전해져 내려 온다.

먹문양염색.
먹문양염색.

 

음력 11월 자월(子月)은 겨울의 정점이다. 오행으로는 수(水)이다. 방위는 정북(正北)이다.

자월(子月)은 북쪽, 검은색, 휴식기를 상징한다. 자좌오향(子坐午向)이라 하는 말은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풍수에서 방향을 볼 때 쓰는 말이다. 말 그대로 子方(자방) 북쪽에서 午方(오방) 남쪽을 향한 방위를 말한다. 묏자리나 집터 등을 볼 때 자방(子方) 정북 방향을 등지고 오방(午方) 정남향을 바라보는 방향을 말하는 것이다.

자좌오향(子坐午向)은 자방(子方) 북쪽을 등지고 오방(午方) 남쪽을 향한다는 뜻으로 정남향으로 앉는다는 의미로 정남향이고 햇볕이 아주 잘 드는 곳, 즉 아주 좋은 혈자리라고 한다. 사방 방위신을 뜻하는 동쪽의 좌청룡·서쪽의 우백호·남쪽의 전주작·북쪽의 후현무를 모두 갖춘 곳이 바로 명당자리이다. 상징하는 색으로 보면 동쪽의 청색 서쪽의 백색 북쪽의 흑색 남쪽의 적색 모두 제자리에 갖춰져 있다. 사계절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다.

윤미숙 작.
윤미숙 작.

 

풍수, 명리, 주역 등 고전의 학문적 사상과 철학에서 색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색을 이해하면 그 색 속에 들어 있는 상징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해된다. 색에는 부정과 긍정이 함께 존재한다. 지혜를 상징하는 색 오행 가운데 수(水)에 해당하는 것이 흑색이다. 검은빛은 밤, 공포, 불행, 파멸, 죽음을 상징한다. 사람이 죽으면 지하에 묻혀, 빛이 없는 영원한 암흑의 세계에 갇히게 된다. 검정은 어둠의 표시이며, 그것은 빛과 대조된다. 정남과 정북처럼 마주 보고 있는 상태다.

검정과 적색, 여름과 겨울, 청년과 노인, 활동과 휴식…. 상극인 듯하지만 거기에는 상생이 숨어 있는 것이다. 서울의 사대문을 보면 궁을 중심으로 성곽을 세웠을 때 동서남북 사방에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두었다. 동쪽은 청색의 인(仁), 서쪽은 백색의 의(義), 남쪽은 적색의 예(禮), 북쪽은 흑색의 지(智)가 그것이다.

정은숙 작.
정은숙 작.

 

북쪽의 숙지문은 원래는 지(智)를 기르는 숙지문으로 정하기로 했지만 지혜를 뜻하는 지(智)자 대신 정(靖)자를 썼는데 이는 ‘꾀하다’, ‘꾀’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지혜 대신 살짝 비틀어 꾀라고 지었다고 한다. 정동(正東)의 흥인지문(興仁之門), 정서(正西)의 돈의문(敦義門), 정남(正南)의 (崇禮門), 정북(正北)의 숙청문(肅淸門, 1523년 이후 숙정문肅靖門으로 바뀜) 등 4개 성문은 사대문 안이라 하여 조선 시대 한양의 도심지였다. 숙청문(肅淸門)이 북쪽에 있었기에 북대문이라 하여 평소에는 닫아 두었다가 가뭄이 심할 때 비가 오지 아니하면 숙청문을 열었다고 한다.

태종 16년(1416) 예조에서 마련한 기우절목(祈雨節目)에 의하여 시작된 것으로서, 한재가 심하면 먼저 종묘·사직과 명산·대천에 기우제를 거행하고, 그래도 비가 오지 아니하면 숭례문을 닫고 숙청문을 열며 시장을 옮기고 인정과 파루를 알리는 종루의 종을 치지 않고 쟁(錚)을 치고, 비가 오면 숭례문을 열고 숙청문을 닫으며 그 외의 모든 것을 환원하였다. 이것은 북은 음(陰)이요 남은 양(陽)인 까닭에 한재 때 양을 억제하고 음을 부양하는 음양오행사상(陰陽五行思想)에서 나온 것이다. 북쪽은 물이며 흑색이다.

수미산을 중심으로, 동쪽에 ‘동승신주’, 남쪽에 ‘남섬부주’, 서쪽에 ‘서우화주’, 북쪽에 ‘북구로’가 있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남섬부주’, ‘염부제’, ‘사바세계’ 등으로 부른다. 초기불교에서는 주로 수미산을 중심으로 본다.

한지염색.
한지염색.

수미산 꼭대기에는 제석천이, 중턱에는 사천왕이 살고 있으며, 북쪽은 황금(黃芩), 동쪽은 은(銀), 남쪽은 유리(琉璃), 서쪽은 파리(玻璃)로 되어 있고, 해와 달이 그 주위를 돌며 보광(寶光)을 반영하여 사방의 허공을 비추고 있다고 한다. 수미산 북쪽 북구로주(北俱盧洲)는 수미산 북쪽에 있다는 대륙으로, 동서남북 사주(四洲) 가운데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 한다. ‘북구로주’는 ‘북구로주(北拘盧洲)’라고 쓰기도 하는데, 정사각형의 그릇 덮개 모양으로 생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천 년 동안 장수를 누리고, 다른 지역보다 평등하고 안락한 생활을 한다고 했다.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장님은 이곳은 가지 않으므로 3주호법이라고도 한다. 이상세계로서 북구로주는 어찌 보면 사성제의 진리 고제(苦諦)ㆍ집제(集諦)ㆍ멸제(滅諦)ㆍ도제(道諦)의 네 가지 진리를 볼 수 없으니 안락하고 살기 좋은 곳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불교적 색채관과 음양오행 색채이론이 결합되어 색채에 상징적 의미가 부여됐다. 색채 속에서 상징성은 긍정과 부정을 가지고 있다. 불교문화에서 보여지는 색채의 상징성은 불교의 기본적인 사상을 전제로 하여 해석되고 있으며 인연의 원리가 색채 속에 스며들었다. 천연염색에서 보여지는 자연스러운 색들, 그 색들이 음양오행과 오방색의 관계이다. 음양오행은 오방색 속에 모두 들어 있다.

한 장 남은 달력 앞에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화살처럼 날아가 버리는 현실을 마주한다. 어둠은 휴식이다.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에너지 충전이다. 자월 12월은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아침에 깨어나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쉴 수 있는 오늘이 가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내일이 온다. 어둠이 지나면 아침이 밝아온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나 지금이다.

(사)한국전통문화천연염색협회 이사장

광천 관음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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