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한국 차도계의 거목 채원화 원장을 만나다 ③

근본 스승 정하는 일 매우 중요

1983년 인사동에서 강좌 시작

“차는 6미 … ‘떫은 맛’ 있어야”

가마솥 살청할 때 묶은 차 사용

강의 준비 중인 채원화 원장.
강의 준비 중인 채원화 원장.

 

차도가(茶道家)에서 어떤 스승의 계보를 잇는지 어떤 가법(家法)을 잇는지가 중요하다. 수많은 차도가가 있어서 차에 대해서는 어디서든 배워도 좋다. 배우는데 제약이 있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차법(茶法)과 차도정신(茶道情神)을 이야기할 때는 정확히 자신의 스승을 밝혀야 한다. 티베트 불교에서도 기본스승이 있고 그 외에 다른 스승이 있는 것이다. 자신의 법통이 어디로 전해져왔고 어디로 전했는지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다. 따라서 티소믈리에를 했든가 차예사를 했든가간에 아니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전공을 했거나 차인회에서 교양대학(원)을 다녔든 간에 그것은 배움에 한 부분이다. 그 가운데 지금까지의 차생활에서의 차에 대한 가치와 정신을 바로 세워준 이가 바로 본스승인 것이다.

중국의 그 유명한 한유(퇴지)가 스승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스승이 제자보다 나이가 많아야 되는 것이 아니다. 제자보다 더욱 어질어야 되는 것도 아니다. 특별히 경제적인 상황이나 관직이 더 올라가고 더 나아야 하는 게 아니다. 스승은 다만 제자가 가고자 하는 그 길에 먼저 들어선 사람이다. 먼저 들어섰기 때문에 어디로 어떻게 왜 가야하는 지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채원화 원장 역시 16기 반야로차도문화원 첫강의에서 늘 그러한 ‘스승’론을 전한다. 차도에서의 근본 스승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한국차계의 종장인 효당의 차 정신과 그 차맥은 참으로 매력적인 것이다. 까닭에 채 원장의 제자가 되는 것만으로 우리 차계의 성골로 적통이 된다고 여러 차인이 전하는 것 같다.

채 원장은 1983년 7월 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반야로차도문화원을 개관했다. 개관 때부터 지금까지 늘 강좌를 들으러 온 수강생들에게는 기다리는 시간에 수식관을 시킨다. 선차일미(禪茶一味)이므로 선을 모르고선 차를 알 수 없고, 선과 차가 결국은 생활의 같은 지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불립문자(不立文字), 언어도단(言語道斷), 조고각하(照顧脚下) 등등 반야로 차도에서는 늘 선어(禪語)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도, 참선을 알고 체험해야 한다. 그렇게 체득하는 ‘도’와 차생활 즉 차살림에서 체득하는 ‘도’는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이다. 그런 의미로서 선차일미이기 때문에 선암사가 있는 순천의 조계산을 넘어 부처님의 그곳으로 가기 위한 좋은 방법이 바로 선이고 차이다.

일반적으로 그저 차가 좋아서 어쩌다 한두 번 마시는 것으로는 차인이라고 할 수 없다. 차생활이 몸에 익어서 어쩌면 차를 못 마시고는 하루라도 살 수 없을 정도여야 차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 차가 체화가 되어야 차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차인이라면 차맛[茶味]을 아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차맛은 5미라고 하는데 채 원장은 50년 동안 차를 만들면서 차는 6미 즉 여섯 가지 맛이 있다고 말한다. 다름 아닌 ‘떫은 맛’을 말한다. 오미라고 하면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인데 차의 맛이라고 하면 역시 떫은 맛을 뺄 수 없다. 우리 선조들은 음양오행설을 생활에 깊이 투영시켜 살았으며 우리 보건 건강[한의학]과도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믿어 왔다. 이 오행에 다섯 가지 맛을 투영시켜서 보는 것이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특히 녹색이나 청색은 목(木)으로 보고 이것이 간과 담과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결국 녹차나 청차를 마시면 간과 담에 좋다는 말이 되는데, 실제로 한방에서도 그렇게 처방을 하고 실제로 효험이 있다고 하니, 오행을 정립하고 발전시킨 우리 조상들의 슬기가 신비롭기만 하다.

처음에 곡우절 차에는 육미를 못 느낀다. 향긋한 향과 미원과 같은, 어떻게 보면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이와 같이 차를 마실 때 오미 가운데 단맛이나 쓴맛은 누구나 쉽게 느끼지만, 다른 맛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런 맛이 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신맛과 짠맛은 어디서 느끼는 걸까?

입하가 지나 채엽을 한 녹차를 물에 살짝 데치면 상큼한 맛이 올라온다. 수제 덖음차의 살청법에서도 초청 즉 처음 덖을 때에는 향긋한 향이 올라오지만, 살짝 데친 반야로차에서는 그 향내가 조금 다르게 변한다. 약간 반발효인 까닭에 물기를 빼서 잘 널고 향을 맡을 때, 그리고 가마솥에서 비비다 보면 시큼한 냄새가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신맛’이 있는 것이다.

보이차를 비롯해 차를 제일 맛있게 먹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좋은 차를 많이 넣는 것이라고 한다. 차인의 관록이 높을수록 양을 많이 넣어서 진하게 마시는데 그것을 짜게 먹는다고 한다. 보이차처럼 녹차 역시 묵은 차를 양을 많이 넣어서 진하게 마시면 짠맛이 느껴진다. 여기에 ‘짠맛’이 있는 것이다.

끝으로 녹차에서는 매운 맛을 보기가 쉽지 않다. 암차에서는 날 것 같은데 들은 이야기가 없어 그냥 함부로 글로 쓰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매년 처음으로 가마솥으로 살청을 할 때는 솥을 닦아야 하는데 채 원장은 묵은 차를 사용한다. 이때 매운맛이 올라온다고 한다. 묵은 차가 쇠를 만나서 그런 것인가 보다. 보이차 가운데 생차 특히 철병 등을 마실 때 매운 맛을 느낀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아린 맛으로 ‘hot'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듯싶다. 직근석의 차나무의 뿌리가 바위를 뚫고 거기서 미네랄을 섭취해서 그런듯하다. 여하튼 신비로운 차나무의 맛이고 오행의 조화이다. 전법사

제자들과 서로 합장하고 절하고 강의를 시작하는 채원화 원장.
제자들과 서로 합장하고 절하고 강의를 시작하는 채원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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