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7멸쟁법

효능 스님.
효능 스님.

7멸쟁법의 일곱 번째는 여초복지(如草覆地)로 마치 풀처럼 바닥에 엎드리듯이 서로 참회를 한다는 뜻이다. 승가 구성원 전원이 논쟁에 의하여 두 파벌이 생기고 서로 악구(惡口)를 범하게 되면 승가가 제대로 운영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때 양쪽이 서로 참회를 하여 상대방의 죄를 면하게 해주는 것이 여초복지이다.

이상으로 비구계에 대한 이야기는 끝났다. 비구니계를 다루기에 앞서 잠깐 한숨 돌리는 의미에서 잡설을 조금 하려고 한다.

승려라면 누구나 이러한 의문을 가져 보았을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 만들어 진 계율을 현시대에 지켜야 할까?” 혹은 “지킬 수 있을까?” 이는 필자 역시 승려 생활을 시작하면서 항상 짊어지고 있는 짐이었고 율장을 전공하면서 그 짐은 더욱 무겁게 느껴지고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계율에 관한 한 이중인격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계율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들을 때면 ‘요즘 세상에 그게 가능하기나 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상 율장에 근거한 비구는 현재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 한국불교에서는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비구는 보름마다 포살을 통하여 비구계를 잘 지켰는지 그 청정성을 확인해야 하는데 포살을 위해서는 승가의 지역적 범위인 계(界)가 정해져야 하고 승가 내에서 공동생활과 시주물의 공동분배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포살의 핵심인 비구계는 부처님께서 제자들이 사고를 칠 때마다 제정하신 것이다. 즉 2600년 전 부처님께서 재가자와 승가 내부의 타당한 민원을 수용하시고 당시 문화와 생활 습관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라 지금은 계율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아무리 ‘청정비구’라고 주장해봐야 구업만 더 짓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참된 비구를 반만이라도 닮아가기를 발원

역으로 계율을 지키기 어렵다는 말들을 들으면 ‘과연 그러고도 비구라 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계율를 지키지 않고 어떻게 삼매에 들고 지혜가 발현되며 삼유(三有)를 해탈할 힘을 얻을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래서 출가 초기에는 부처님 닮아가기를 발원하였으나 지금은 참된 비구를 반만이라도 닮아가기를 발원하고 있다.

참으로 지계는 답이 없는 문제이다. 사람들 주장의 반대쪽에 서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청개구리 같기도 하고 그들의 주장과는 상반된 논리를 내세워 싸움닭이 되어 간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그런 토론의 자리에서 얻을 것을 건져내니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이제 비구니계를 이야기하고자 하는데 먼저 비구니 팔경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팔경법이 생기게 된 인연담에 대해서는 이미 연재가 되었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한다. 팔경법 중 비구니 승가에서 제일 문제로 삼을 만한 경법(조문)은 ‘비구니는 구족계를 받은 지 백 년이 되어도 당일 구족계를 받은 비구에게 예경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공경해야 한다’는 첫 번째 경법일 것이다. 현재에도 그렇지만 부처님 당시에도 제1경법에 대한 비구니의 불만이 생겨났고 마하빠자빠띠 고따미는 아난다 존자를 찾아가 비구와 비구니가 법랍 순서대로 인사하고 공경할 것을 부처님께 청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난다 존자가 그녀의 청을 부처님에게 전했지만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성공할 수도 없으며 잘못된 법을 지닌 이교도들조차 여인에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부처님께서는 그 청을 거절하신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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