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주제와 관련하여 몇 년 전 일이 생각난다. 교육학 관련학회에 불교교육 관련 논문을 제출하고 심사를 받았는데, 심사위원 가운데 한 분이 불교는 종교인데 어떻게 교육에 관해 논할 수 있느냐라고 심사평을 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불교가 종교인 것은 맞으나 불교에는 인문사회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 불교학이라는 학문이 있으므로 얼마든지 불교의 교육적 측면에 관한 논지를 전개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지금 왜 이러한 내용을 쓰고 있느냐하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에 이런 편견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편견은 불교의 학문적 가치를 모르는 데서 오는 것이다. 불교교육학과 관련해 볼 때, 서구의 교육학자 가운데 캐나다의 교육과정학자 아오키(Ted T.Aoki)는 저서 《Curriculum in a New Key》에서 선불교(禪佛敎)에는 살아있는 교육과정(Living Curriculum)으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내 교육학자 가운데 어떤 분은 상구교육(上求敎育, The ascending education), 하화교육(下化敎育, The descending education)의 교육원리가 교육 본위론이 된다고 하면서 선진(先進)과 후진(後進) 사이에 상구하화의 교육작용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참다운 교육의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구교육, 하화교육은 불교에 상구하화(上求下化)의 개념으로 이미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불교에는 자체에 뛰어난 교육원리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실상이 이와 같음을 보더라도 불교에 학문적 가치가 있다는 사실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므로 불교, 그 가운데 불교의 교육현상에는 교육이론으로서의 소재가 내재되어 있으므로 이것을 발굴하여 연구한다면 동양교육학이론으로서 정립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와 관련하여 바램이 있다. 첫째, 서양교육학이론의 측면에서 불교의 교육에 관해 연구하는 것도 좋지만, 불교의 교육개념(초기불교는 팔리어에 나타나 있는 교육개념, 대승불교는 산스크리트어에 나타나 있는 교육개념)을 중심으로 서양교육학의 이론과 비교하여 불교교육이론을 만들어나가는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 왜냐하면 필자가 보기에는 불교(초기불교)에서의 교육개념을 나타내고 있는 단어-‘ajjhāpana’, ‘desana’와 서구의 교육개념을 나타내고 있는 단어-‘Education’, ‘Erziehung’은 그 의미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이에 대해서 자세하게 다룰 수는 없다. 이후 기회가 있을 때 논문에서 다루기로 한다. 둘째, 교육과정(敎育課程; Curriculum)의 측면에서 교설을 구분하여 교육현장에서 교육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즉 중핵(中核)이 될 만한 교설을 중심으로 교육내용을 선정한 후 시대별로 전개된 교설의 교육체계를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견해이다.

그 다음 불교교육학과의 개설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필자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개신교 관련 대학은 50~60년대에 기독교교육학과를 개설한 것을 필두로 하여 현재 전국에 14개 기독교교육학과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불교는 불교교육학과가 아직 대학에 없다. 물론 대학원에 불교교육학이 과목으로 개설, 운영되고 있기는 하다.

앞에서 다루었듯이, 불교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불교적 인간형성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교교육의 중요성에 비추어 대학에 불교교육학과가 개설된다면 불교교육의 학문적 연구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이로써 불교교육의 대중화(이론과 실천의 측면)가 불교계 저변에 확대되고, 그 파급 효과는 클 것이다.

필자는 불교중심의 불교교육 연구에 원력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불교교육관련 논문을 준비하면서 불교를 본(本)으로 하고 서양교육학이론을 부수적으로 하는 학문연구의 원칙을 세워 노력하고 있다. 또한 불교교육연구 카페도 SNS상에 개설, 운영 중에 있고, 최근에는 유튜브 불교교육TV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말만 나가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얼굴을 나타내는 영상의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불교교육의 학문적 발전과 대중화를 발원(發願)한다.

-전 동국대강사ㆍ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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