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국민들이 슬픔에 빠졌다. 지난 10월 29일 밤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인 다수의 인파가 뒤엉켜 넘어지면서 3백 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참사 당시 이태원에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해밀턴 호텔 옆 골목은 보행로 폭이 4미터 안팎으로 매우 좁은 구역임에도 현장 통제 및 통행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이것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156명이 사망하는 등 3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국, 미국, 호주, 이란 등 14개국 26명의 외국인도 사망자 명단에 올랐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이후 10월 30일부터 11월 5일 밤 24시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사고가 발생한 서울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우리 한국불교태고종에서도 총무원장 호명 스님 명의로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특별한 기도와 위로를 당부했다.

서울 도심에서 이 같은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인명 피해였다. 당시 세월호 침몰로 안산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이 사망했고 14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대규모 인원이 살상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깊은 성찰과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 당국은 물론 우리 사회가 깊은 경각심을 갖고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유효한 불교학자 이기영의 꿈

올해는 불교학자 불연(不然) 이기영(李箕永) 선생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11월 9일은 그의 26주기 기일이었다. 때맞춰 불연 선생의 생애와 불교적 업적을 돌아보기 위해 열린 학술심포지엄은 불연을 재평가하는 데 매우 유익한 자리였다.

불연은 원효 연구자로 선구적 역할을 해온 학자였다. 원효 불교는 한국불교사에서 제대로 전승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잊혀 왔다. 서울대 국사학과 최병헌 명예교수는 최근세 원효 불교를 재발견한 인물로 불연을 꼽는다. 불연은 대승보살도가 미래의 사상계를 이끌 가장 선진적 사상이라는데 하등의 의심을 하지 않았다. 원효야말로 대승의 사상과 실천을 우리 역사에서 가장 원만하게 구현했던 인물이라고 확신했다. 1967년 펴낸 《원효사상》은 그의 대표적 저술이다.

불연은 보살행의 실천에 앞장섰다. 불교의 앎과 실천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확신하에서 불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974년 창립한 한국불교연구원은 교육을 통한 재가불교운동의 산실이었다. 70년대 한국 불교문화에서 불연과 같이 재가불자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분은 많지 않았다. 불연은 70년대에서 90년대에 걸쳐 재가불교의 발전에 기여한 대표적인 지도자였다.

생의 막바지에 불연은 불교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참여에 몰두했다. 1995년부터 ‘한국재가불교회의’ 공동회장으로 경부고속철도 경주통과 백지화 운동을 이끌었다. 1996년 타계함으로써 그 꿈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대승불교와 원효사상에 대한 그의 온고(溫古)는 현대 한국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로서 지신(知新)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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