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7멸쟁법

효능 스님.
효능 스님.

세간이든 출세간이든 사람이 사는 곳엔 분쟁이 끊이지 않는 법이고 이 쟁사(諍事)를 없애기 위하여 세간에는 법을 비롯한 제반 규범이 있고 출세간에는 계율이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서부터인지 승려 사회에서도 계율이나 종헌 종법보다는 사회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양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종단의 종헌 종법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회법으로 먼저 해결하려는 행위인데 이런 사람은 종헌 종법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종단의 위상을 짓밟는 사람이라 종도라 할 수도 없고 승려의 자질이 의심되는 사람이다.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무지의 소치라 그저 불쌍할 뿐이다.

승가에서는 발생되는 쟁사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는데 『사분율』에 의하면 말로 다투는 언쟁(言諍), 죄를 찾아내어 다투는 멱쟁(覓諍), 범한 죄로 다투는 범쟁(犯諍), 그리고 일로 다투는 사쟁(事諍)이 그것이다.

언쟁은 법과 율에 관련된 다툼이며, 멱쟁은 어떤 비구가 계율을 어기거나 위의에 맞지 않거나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을 다른 비구가 보거나, 듣거나, 의심하며 고발되었을 때 그것을 부정함으로써 일어나는 다툼이며, 범쟁은 어떤 비구가 계율을 어겼다고 고발되었을 때 일어나는 다툼이며, 사쟁은 승가의 갈마가 적합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다툼이다.

이 사종쟁사(四種諍事)를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7멸쟁법이다. 빨리어 율장에 나타나 있는 7멸쟁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여러 대덕들이여, 여기에 이들 7멸쟁법은 송출됩니다. 쟁사가 발생하는 것과 같이 그것을 제거하고, 정지하기 위해서입니다. 1. 현전비니(現前毘尼)가 주어져야 한다. 2. 억념비니(憶念毘尼)가 주어져야 한다. 3. 불치비니(不癡毘尼)가 주어져야 한다. 4. 자언치(自言治)가 행해져야 한다. 5. 다인어(多人語) 6. 멱죄상(覓罪相) 7. 여초복지(如草覆地) 라고.”

승가 의사결정 원칙은 ‘전원 참석 전원 찬성’

현전비니란 네 가지가 실제로 지금 존재해야 함을 말하는 것으로 승가에 소속된 승려 전원이 참석하는 화합된 승가가 목전(目前)에 있어야 하는 승현전(僧現前), 옳고 그름을 규정할 부처님의 교법이 목전에 있어야 하는 법현전(法現前), 계율이 목전에 있어야 하는 율현전(律現前), 그리고 쟁사의 대상자인 고소자와 피고소자가 목전에 있어야 하는 인현전(인현전)을 말한다.

억념비니란 고소를 당한 비구가 자신의 명백한 기억을 근거로 하여 쟁사를 없애는 것이다.

불치비니란 비구가 삼매에 들어 일시적인 정신적 문제로 인하여 계율을 어기고 다시 본래의 정상적인 정신으로 돌아와 불치비니를 받고자 한다면 계율 위반에 대해 불문에 부치는 것이다.

자언치는 죄를 저지른 비구가 자발적으로 참회하고 고백하고 그 행위에 대해 증인의 확인이 있으면 승가는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함으로써 쟁사가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다인어는 다수결을 의미한다. 원래 승가의 의사결정 방법은 승가 멤버의 전원 참석에 전원 찬성이지만 승가 구성원 전원이 다수결로 할 것을 찬성하면 그 사안에 대해서는 다수결로 결정할 수도 있다.

멱죄상은 죄를 범한 비구가 앞에 했던 말을 뒤집는 다던지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면 백사갈마로 멱죄상갈마를 한다. 이때 승가에서 반대 의견이 없으면 승잔법을 범했을 때와 같은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되며 비구의 권리가 정지된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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