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 고유신앙과 불교의 아름다운 만남을 연구하는 ‘한국민속불교학회’는 오랫동안 나를 소개해준 문구다. 대부분의 종교 ․ 사상 ․ 철학은 발생지를 벗어나 새로운 문명을 만나면 자신들의 모습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것을 습합이라 하고 혹은 혼합 또는 신크리티즘이다. 신크리티즘은 모든 종교는 다른 종교로부터 자기 종교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다. 다른 종교는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종교를 이해하고 나아가서 자시 종교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이다. 한국불교는 인도에서 붓다에 의해 창교되어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전래되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도교와 만나 선불교를 만들었고 유교의 효사상을 만나 ‘우란분경’을 비롯 다양한 효와 관련된 경전을 생산했다. 이와 같은 문화현상은 개신교 ․ 천주교 등 서양에서 발생해 한반도에 전래된 종교도 예외는 아니다. 개신교에서 한참 유행병처럼 번졌던 부흥회의 모습을 보자면 신들림 현상같은 방언을 은사라 했고 그 방언을 통역하는 조력자에 의해 대중에 전달한다. 이와 같은 모습은 만신이 접신후 전달과정과 유사했다. 접신한 만신은 조력자를 통해 자신이 받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 외 새벽기도, 산기도, 제사 등을 자신들의 편의에 의해 절충적 변형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 그리스도교는 하늘을 ‘천주’로 부르며 기도하기 시작한 것은 독특한 현상이다.

민속불교는 민간신앙의 입장에서 불교를 수용이라고 한다면 민속 개신교는 민속을 받아들인 개신교의 역사가 될 것이다. 민속불교와 상대되는 문화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 불교민속학이다. 일본인 학자에 의해 시도된 이 분야는 고라이 시게루(五來重 1908~1993)가 1972년 《불교와 민속》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국내에는 일본에 유학한 학자들에 의해 소개되었다.

고라이 시게루(五來重)의 주장에 의하면 1952년 <불교민속>이라는 이름으로 논문집을 창간하면서 외래의 불교가 일본의 기층문화와 접촉하여 문화변용하고 전개되는 발자취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하고 있다. 인도의 경전이나 중국의 위궤에도 없는 불교적 민속자료를 수집하여 서민들의 불교신앙의 내용과 특색, 서민의 불교수용 방식, 수용된 불교의 변화 등을 연구하는 학문을 <일본 불교민속학>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에서 민속불교는 민속신앙의 입장에서 불교수용이다. 수용과정에서 다툼의 모습은 《삼국유사》에서 찾을 수 있다.

진흥왕 즉위 14년 계유 2월에 장차 왕궁을 용궁 남에 지으려 하는데 황용이 그 터에 나타났다. 그래서 왕궁을 고쳐 절을 만들어 이름을 왕룡사라 했다. -《삼국유사》 제3권 탑상 4 ‘황룡사장육불상’

선덕왕 5년 문수보살이 자장에게 말하기를 산천이 험악한 까닭에 인성이 거칠고 사나워서 사교를 많이 믿으므로 이따금 천신이 화를 내린다. 그러나 다문비구가 나라 안에 있어 이 때문에 군신이 편안하고 만 백성이 평화롭다. -《삼국유사》 제3권 탑상 4 「황룡사구층탑’

이와 같은 전통적 모습은 이후 한국불교에서 보이는 사찰내 수많은 전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산신각이다. 혹자는 삼성각이라 부르기도 하는 이 전각은 환인 ․ 환웅․ 단군을 모셨던 전각으로 불교가 전래되면서 사찰 한 구석으로 내몰린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실지로 세분을 모시는 전각으로 건립되기도 한다. 태을암이 그 대표적 모습이다. 그 외 공양간에 모셔진 조왕 ․ 명부전 ․ 용궁 ․ 독성각 ․ 칠성각이 있다. 민속불교는 이와 같은 종교문화 현상을 연구주제로 삼고 있다. 종교간 공존과 화해의 모습을 연구하는 종교현상학의 한 부분이다.

-한국민속불교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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