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중학법 65~72조

중학법 제65조는 병이 없으면서도 발우를 들고 앉은 자에게 법을 설하면 안 된다는 내용인데 여기서 핵심은 발우보다는 앉은 모습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발우를 들고 법을 들어서도 안 되지만 교각(翹脚)다리를 하고 있는 자에게 법을 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승기율』에서는 ‘교각이란 다리를 다리 위에 얹고, 무릎을 무릎 위에 얹고, 장딴지를 정강이 위에 얹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건방지거나 흐트러지게 앉아 있는 자세를 말한다.

중학법 제66조와 제67조는 병이 없으면서도 머리 위나 전체를 천으로 덮은 자에게 법을 설하여서는 안 된다는 조문이다. 현대적인 관점으로 천을 모자로 생각한다면 모자를 쓰고 법당에 가서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스님의 법문을 듣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는데 당연히 삼보에 대한 존경과 공경이 없는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중학법 제68조부터 제70조까지는 법을 설하는 사람의 자리가 높고 낮음에 대한 내용들이다. 제68조는 법을 설하는 사람이 맨땅에 앉아 있고 법을 듣는 사람은 의자에 앉아 있는 경우이고, 제69조는 법을 설하는 사람이 낮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법을 듣는 사람은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이다. 그리고 제70조는 법을 설하는 사람은 서 있고 법을 듣는 사람은 앉아 있는 경우이다. 이와 같은 경우에 법을 듣는 사람이 병이 없으면 그에게 법을 설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비록 청법자가 한 나라의 왕이라 하더라도 그에게 법을 설해서는 안 된다.

설법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스리랑카에 있을 때 깊은 인상을 주었던 한 장면이 생각이 난다. 당시 청련사 주지이셨던 백우 스님께서는 청련사호국삼층보탑을 건립하여 진신사리를 모시고자 하는 원력을 가지고 계셨는데 우연한 기회에 스리랑카의 마힌다 라자팍샤 대통령으로부터 미리사 웨띠야 탑에 봉안되어 있던 진신사리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전달받고 스리랑카 대통령궁에서 이운식을 봉행하게 되었다. 우리 스님들과 일행은 조금 일찍 도착하여 이운식 행사장에 앉아 있었고 조금의 기다림 후에 대통령이 들어오자 백우 스님께

스리랑카 대통령, 율장에 근거한 법도 잘 알아

서는 인사를 나누기 위하여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하셨는데 순간 대통령이 깜짝 놀라며 못 일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백우 스님을 앉아 계시게 하고 대통령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구부리고 합장하고 스님에게 예를 표하는 것이었다. 사리를 기증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은 낮은 자리에서 사리함을 받들어 올리고 백우 스님은 앉아서 사리를 받아서 모셨다. 아마도 스리랑카 대통령은 불교국가의 지도자답게 율장에 근거한 법도를 알고 있는 듯했다. 한국불교의 현실에서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은 장면이어서 스리랑카의 스님들이 부러운 장면이었다.

중학법 제71조는 비구가 뒤에 가면서 앞에 가는 [병이 없는]사람에게 법을 설하여서 안 된다는 조문인데 『승기율』에서는 도적이 출몰하는 장소에서 비구를 보호하기 위하여 앞장서서 가는 이에게 법을 설하는 경우는 본 조문의 저촉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제72조는 비구가 갓길(옆길)로 가면서 본도로 가는 무병의 사람에게 법을 설하여서는 안 된다는 조문이다. 이는 설법자의 위치가 낮은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제68조 등의 내용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옆길 혹은 갓길보다는 본도로가 더 좋고 높은 위치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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