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이 독송하는《금강경》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비구들 1,250명과 함께 계셨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 식사 때가 되자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지니시고 사위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시었다. 그 성 안에서 차례로 걸식을 마치시고 본래의 처소로 돌아와 식사를 하시고 가사와 발우를 거두시고 발을 씻으신 후,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법회인유분」의 표현대로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 인도 수행자들은 매일 아침 사람들이 있는 마을에 들어가 탁발을 하고 수행처로 되돌아와서 탁발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살았다. 이렇게 먹을 것을 얻어서 수행처로 돌아오는 것을 환지본처(還至本處)라고 한다. 요즘엔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는 말로 널리 쓰인다.

지난 9월 6일 ‘문화재 환지본처’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고불식이 진행됐다. 내용은 이렇다. 부산 A사찰과 거제 B사찰은 자신들이 과거 우연한 기회에 기증받아 소유하고 있던 독성도와 신중도를 지난해 8월 각각 시․도지정문화재로 신청했다. 성보 조사를 위해 현장에 나간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조사 과정에서 도난문화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소장자를 설득했다. A사찰과 B사찰의 주지스님은 해당불화가 도난문화재라는 것을 알게 되자 “신앙의 대상인 탱화가 지금이라도 환지본처 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불교문화재가 도난당하는 일이 없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는 뜻을 전하며 원래 봉안했던 사찰로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도난 문화재 환수는 대부분 형사사건으로 분류, 처리된다. 단 공소시효가 지난 건의 경우 민사사건으로 분류, 조사와 재판을 거쳐 환수돼왔다. 이번 성보 환수는 소장자의 기증의사에 따라 복잡한 법적 절차 없이 환수된 사례로 ‘문화재 환지본처’에 청신호임이 분명하다. 불교문화재의 도난은 1980~90년대에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특히 도난 후 매매가 손 쉬운 비지정문화재들이 주로 표적이 돼 많은 피해를 보았다. 이에 불교계는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를 발간해 성보의 도난 현황을 알렸고, 현재까지도 이를 근거로 도난된 성보를 확인하고 환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환수 역시 백서의 기록이 단초가 됐다.

고불식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원래의 봉안 사찰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꺼이 기증해주신 두 사찰 스님의 종파를 뛰어 넘은 이번 선행은 한국불교의 발전은 물론 사회유대를 강화하고 우리사회 전반에 기증 문화를 확산시키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보는 본래의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소중하고 그 가치가 빛난다. ‘문화재 환지본처’는 계속돼야 한다.

-월간불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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