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로서 가장 짜증나는 일은 유턴을 하는 것이다. 유턴을 한다는 것은 길든 짧든 일정한 구간을 되돌아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턴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급적 빨리 유턴을 하는 게 좋다. 그러려면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잘못되었음을 빨리 인정해야 한다.

불교는 회심(回心)의 종교이다. 회심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을 돌린다는 것이다. 마음을 돌린다는 데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어두운 마음에서 밝은 마음으로 돌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쁜 마음에서 착한 마음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어두운 마음은 모든 번뇌의 근원이 되는 무명(無明)이고, 밝은 마음은 모든 번뇌를 없앨 수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어두운 마음에서 밝은 마음으로 돌리는 것이 인식적 전환이라면서 나쁜 마음에서 착한 마음으로 돌리는 것은 실천적 전환이다. 따라서 전자는 지혜에 해당하고, 후자는 자비에 해당한다. 불교는 사람의 마음을 돌려서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부처님의 교화 활동은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일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욕심, 성냄, 어리석음 등 삼독심(三毒心)에 물들어서 마음이 어두운 사람들에게 밝은 진리를 가르쳐서 지혜롭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도록 한 것이다.

어린 나이에 출가한 라훌라는 장로 비구들에게 곧잘 거짓말하였다. 그러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부처님은 아들인 라훌라의 나쁜 습관을 고쳐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처님은 라훌라가 머물고 있던 암발랏티까로 찾아갔다. 라훌라는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자리를 마련하고 발 씻을 물을 준비했다. 부처님은 발을 씻고 난 뒤 고의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발 씻은 물이 다르지 않다고 일러줬다. 이어서 부처님은 라훌라에게 거울을 예로 들어 “지속적으로 반조하면서 몸의 행위를 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반조하면서 말의 행위를 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반조하면서 마음의 행위를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부처님께서 라훌라에게 일러준 가르침은 몸과 입과 뜻으로 어떤 행위를 하고자 할 때 그 행위가 나와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지 해가 되는지 반조하라는 것이었다.

부처님의 제자인 주리반특가는 수행자들 사이에 멍청이로 불렸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다른 수행자들에게 놀림을 받고 있는 주리반특가에게 “쓸고 닦아라.”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마당을 쓸고 닦고, 발우를 쓸고 닦으면서 결국 주리반특가는 부처님께서 쓸고 닦으라고 한 것이 바로 자신의 마음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주리반특가는 지혜를 갖춘 아라한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회광반조(廻光返照)라는 말이 있다. ‘빛을 돌이켜 거꾸로 비춘다.’는 의미이다. 해가 지기 직전 일시적으로 햇살이 강하게 비추어 하늘이 잠시 동안 밝아지는 자연 현상을 의미한다. 죽기 직전 사람이 잠시 동안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선종(禪宗)에서는 자신의 내면을 돌이켜봄으로써 불성(佛性)을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임제록(臨濟錄)》에는 “너는 말이 떨어지면 곧 스스로 회광반조할 것이며, 다시 다른 데서 구하지 말 것이니, 이러한 신심(身心)은 불조와 한 치도 다르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고 쓰여 있다. ‘회심’하고 ‘회광반조’하는 순간이 바로 ‘인생의 유턴 지점’인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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