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차에 대한 글과 자격증 1

차문화 발전에 도움될 글 필요
차도 음식, 누구나 접근 가능해
자격증은 나중, 일단 마셔 봐야
건강 해치는 차는 마시면 안돼

차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쓴다. 누구나는 아니지만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글이고 길게 쓰면 책이 된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재미있고 그렇게 재미를 쫓다 보면 본래 뜻을 잃어버리는 잘못을 범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책까지 써 놓으면 참으로 감개가 무량하다. 높은 산 정상에 오른 것과 같은 감회를 느끼기도 하는 저자들도 많다. 어렵게 고생하며 겨우 쓴 책도 좋지만 쓰면서 즐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이게 어렵다.

국립경상대학교 서양중 교수의 글씨 ‘茶
국립경상대학교 서양중 교수의 글씨 ‘茶

이 칼럼 ‘하도겸의 차이야기’는 물론 최근 출판했던 《영화, 차를 말하다》(자유문고, 2022.3)를 비롯한 여러 책 역시 차에 입문하려는 기초 초보자들이나 어쩌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차인들을 위한 안내서나 매뉴얼이 아니다. 일단 엄밀히 말해서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이 내게 없다. 그럼에도 쓰고 또 쓰는 이유는 스스로의 호기심을 채우고 함께 하려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좋게 이야기하면, 부족한 글이지만 조금이나마 쓰면서 행복하고 쓰고 난 후에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다행스럽게 그 어디에서 허무맹랑한 자만심은 들어있지 않다.

까닭에 차에 대한 글이라는 게 ‘다도’라고 하는 위엄있는 머나먼 길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나침반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스스로의 현재의 위치, 다도라는 여정 가운데 서 있는 자신의 GPS 정도를 묻는 것일 수 있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 지에 대한 방향설정 정도의 의미를 지닌다. 공유되면 좋지만 안되더라도 스스로에게는 도움이 되는 그런 글 말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차에 대한 글들은 우리의 차문화가 미래지향적으로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하여 국가 성장에 이바지하는데 공헌해야 한다. 따라서 그에 필요한 근거들을 모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물론 어떤 책이든 미래라는 입장에서 보면 임시적인 결과물에 불과하다. 그걸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해 늘 아쉬울 따름이다. 다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앞으로도 지속적인 보충 조사를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즐거울 것 같다.

차도 음식이다. 우리가 늘 먹고 마시는 음식 가운데 하나로 음료라고 한다. 실력차가 크겠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 가운데 일부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라면이나 봉지커피 등의 인스턴트도 좋지만 직접 조리해서 먹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맛도 풍부하다. 우리가 늘 궁금해하고 또 마시는 차 역시 다르지 않다. 누구나 아니 아무나 돈만 있으면 어쩌면 인맥만 있으면 사거나 얻어서 마실 수 있다. 우리거나 끓이거나 달여 마시면 되는 정말 간단한 조리법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마음만 있고 관심만 있다면 숙련되지 않아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커다란 식당을 하려면 음식 관련 자격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골목길 작은 가게나 또는 그냥 집에서 나나 가족이 먹을 음식을 만들 때는 자격증이란 굳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어머니는 그런 자격증 없이도 정말 건강하고 맛있는 그래서 행복한 음식을 잘도 만드셨다. 그 덕에 우리가 여기에 지금 서 있을 수 있다. 젊은 남자들이 비록 음식 솜씨는 없지만 차 우리는 것은 조금만 배우고 눈썰미만 있다면 단지 한 시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음료 가운데 와인은 소믈리에, 커피는 바리스타라고 하고, 차는 티소믈리에, 차예사, 티마스터, 다도지도사 등 다양한 명칭이 존재한다. 하지만 혼자서 또는 가까운 지인이나 차벗들을 불러 차회를 하거나 심지어 찻집을 운영하는데 그런 명칭은 그다지 필요 없다. 다만 팽주를 할 수 있으면 그도 어려우면 그냥 호스트를 하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자격증이 전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차는 소믈리에나 바리스타보다도 쉽게 입문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국립경상대학교 서양중 교수의 글씨 ‘上無住’
국립경상대학교 서양중 교수의 글씨 ‘上無住’

따라서, 많은 차인들은 자격증을 따거나 심지어 차 공부를 하기보다는 우선 ‘무슨 차든 많이 마셔 보라’고 조언한다. 말은 쉽게 했지만, 차는 초보자들이 이것저것 가리고 비교하고 선택하기에는 그리 간단한 물질문화가 아니다. 아무리 개인의 취향이라고 해도 그 역시 금방 변하는 수도 있으며, 실제로 뭐라고 규정할 수 없는 변화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간의 집중된 시음 즉 차살림을 살다 보면 저절로 조금씩 천천히 알게 되는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나아가 ‘내게 맞는 차’를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의 입맛 역시 그때그때 몸의 상태로서 건강이나 체력 등과도 관련된 것으로 개인적인 경험이나 관념, 가치관으로도 영향을 받는다. 까닭에 여러 생각하다가 차를 마시는 일을 뒤로 미루지 말고, 일단 이것저것 먼저 많이 마셔 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나 보다. 하지만 아무것이나 막 마시기보다는 가능하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소개한 차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맛은 없거나 못하더라도 건강을 해치는 차는 마시면 안되기 때문이다. 하도겸 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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