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재 정책을 전공한 류호철 안양대 교수가 《동아시아불교문화》제51집에서 ‘미지정문화재로서 불교 전통문화의 가치인식과 그 의미’란 주제의 논문을 통해 전통의례에 대한 문화재로서의 가치인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어 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교계의 반응으로 읽혀진다. 교계 입장에서 보자면 류 교수의 주장은 아주 설득력이 있다. 그간 전통의례 등에 대한 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를 간과한 게 저간의 사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한국불교태고종 양주 청련사의 ‘예수시왕생칠재’가 지난 6월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66호로 지정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류 교수가 논문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문화재 보존 관리와 활용이 적극화되면서 지정 ․ 등록 문화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문화재 활용 사업들도 전국적으로 활성화되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무형문화재에 해당하는 불교 전통문화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류 교수는 예불과 불공을 비롯해 법회, 야단법석, 염불, 사물 실연, 각종 재와 같은 의례, 탑돌이 등 풍부한 불교 전통문화들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채 위태롭게 전승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류 교수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산물을 문화재로 보전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것이 갖는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며 “전통문화임을 인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전통문화를 전승하고 보전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이참에 전통의례에 대한 교계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
 

‘국가유산기본법’에 불교계 의견 반영돼야

7월 27일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현행 문화재보호법 체계를 전면 개편해 미래지향적 국가유산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문화재 정책의 기본방향과 원칙을 담은 ‘국가유산기본법’과 각 유산별(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 특성을 반영한 개별법으로 법체계를 정비해 다양한 정책 수요를 반영하고 문화재 정책 기반을 확장한다는 것이다. 제정 추진 중인 ‘국가유산기본법’에는 최근 마련된 ‘문화재 명칭 및 분류체계’ 개편안도 반영할 예정이다.

문화재보호법은 일본 문화재보호법을 대부분 원용해 1962년 제정됐다. 문화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국가는 일본과 우리뿐이다. 문화재(文化財)의 재(財)라는 한자에서 보듯 과거 유물의 재화적 성격이 강하다. 자연물(천연기념물·명승)과 사람(무형문화재)을 문화재로 지칭하는 게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역사·정신까지 포함한 대체용어로 ‘문화유산’이란 말이 1990년대 후반부터 널리 사용됐다. ‘국가유산기본법’에서 ‘국가유산’이란 우리 겨레가 만든 유산의 총칭이다. 기존의 문화재보호법에 비해 국가 책임을 더 부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전통문화의 계승 및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가까워지는 큰 도약이다.

현행 문화재정책의 최대 맹점은 문화재보호법 중 지정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의 책임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제4조와, 지정문화재 소유자에게 해당 문화재의 관리 보호를 규정하는 제33조에 있다. 보존관리책임을 국가에 두면서도 소유자에게 관리보호를 맡기는 이중의 정책이다. 문화재청은 특히 불교계와 많은 갈등을 유발해온 이 부분부터 점검해 합리적인 대안을 새 법체계에 반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교계 의견 수렴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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