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계통의 대학에는 채플(예배 모임)이라는 교양필수과목이 있다. 필수과목이니 미수강하면 졸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강제수강은 종교의 자유 침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7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A 대학교에 보낸 권고사항은 이같은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학의 비기독교학과 재학생으로 불교신자인 B는 “A 대학교는 기독교 신자가 아닌 모든 학과 학생들에게 강제적으로 채플을 수강하도록 하고 수강하지 않을 경우 졸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A 대학교는 “다른 종립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채플을 교양필수과목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강의 내용을 문화공연, 인성교육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하여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운영방식도 예배 형식을 취하지 않는 등 종교를 강요하는 요소가 전혀 없다. 또한 신입생 모집요강 등을 통해, 학교 선택 시 채플 이수가 의무임을 알 수 있도록 사전 안내를 충분히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A 대학 교의 채플이 비록 설교, 기도, 찬송, 성경 봉독 등 예배의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적 종교교육에 해당하며, A 대학교에 입학하였다는 사실이 곧바로 어떤 종교교육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표시라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더불어 종립대학도 공법상 교육기관이고 교육 관계법의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종파적 교육을 필수화할 때는 비신앙 학생들을 위해 해당 과목의 수강거부권을 인정하거나 대체과목을 개설하는 등,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함이 마땅하다고 보았다. 결국 인권위는 A 대학교가 건학이념에 따라 사실상 종파교육인 채플의 이수를 졸업요건으로 정하면서 대체과목 및 대체과제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헌법 등이 보장하는 학생의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A 대학교에 학생의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을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우리 대학 구조상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그중 30% 이상이 종립대학이다. 학생들의 대학 선택 기준에 학벌주의가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입학 희망 대학이 종립대학인지 여부는 학교 선택에서 크게 유의미한 조건이 아니다. 종교의 자유를 천명하는 헌법 제20조 제1항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제31조 제1항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불가침의 권리다.

-월간불교 논설위원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