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위기’의 시대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올해 상반기에 자영업자의 70.6%가 매출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영업자 33.0%는 폐업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올해 예상되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물가 상승에 따른 재료 매입비 부담’(23.6%), ‘임차료 상승 및 세금 부담’(17.2%), ‘금리 상승, 만기 도래에 따른 대출 상환 부담’(14.8%),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심리 회복 한계’(10.5%) 순이었다. 3중고를 겪고 있는 건 자영업자만이 아니다. 이와 관련 현 정부 인사는 “현 정부가 전 정부로부터 최악의 성적표를 물려받았다”며 전 정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인사들은 실정 책임을 전 정부에게 돌려왔다.

3중고의 시대에 필자가 떠올린 화두가 있다. ‘여릉미가(廬陵米價)’이다. 한 납자가 청원(靑原) 행사(行思) 선사에게 찾아와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여릉의 쌀값은 어떠한가?”
청원 행사 선사는 육조 혜능 대사의 으뜸가는 제자이다. 그런 선지식이 불법을 묻는 질문에 쌀값 운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릉은 청원 선사가 주석했던 곳과 가까운 데 위치한 곡창지대이다. 선사들은 깨달음을 먼 데서 찾지 않았다. 밥 먹고(廬陵米價), 차 마시고(喫茶去)뒤보는(幹屎厥) 일상사에서 깨달음을 찾았다. 그런 까닭에 선사들은 평상심이 곧 도(平常心是道)라고 역설했던 것이다. 쌀값에서 불법의 대의를 찾은 것은 청원 행사만이 아니다. 선문답 중 영운(靈雲) 화상도 절강성의 쌀값을 물었고, 앙산(仰山) 화상도 유주의 쌀값을 물었다. 장사(長沙) 화상은 “쌀값이 싸고 나무가 많으니 풍족하다”고 설했고, 조주(趙州) 선사는 “소금은 비싸고 쌀은 싸다”고 설했다.

설봉(雪峰) 의존(義存) 선사가 “밥 광주리 곁에 앉아서도 굶어죽은 사람들이 많고, 물가에 앉아서도 목말라 죽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하자, 현사(玄沙) 사비(師備) 선사는 “밥 광주리 속에 앉아서도 굶어죽고, 물속에 빠져서도 목말라 죽는다”고 대꾸했다. 이 대화를 듣고서 운문(雲門) 선사는 “온 몸이 밥이고, 온 몸이 물”이라고 설했다.

위정자라면 마땅히 “온 몸이 밥이고, 온 몸이 물”임을 알아야 한다. 만약 모른다면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질책을 들을 수밖에 없다. ‘여릉미가(廬陵米價)’의 지혜를 알면, 밥이 없어서 굶어죽고 물이 없어서 목말라 죽는 사람들과 밥 광주리 속에 앉아서도 굶어죽고 물속에 빠져서도 목말라 죽는 사람들의 관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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