⑯ 우리 차산업문화의 미래를 꿈꾸며 2

선수와 심판이 같으면 폐해 커
파벌 싸움판 지금도 벌어지나
우후죽순 ‘차박사’ 질 떨어뜨려
‘k-tea 문화’ 위상 언제 높이나

도곡 정점교 선생의 다완 ’우주‘에 남긴 말차.
도곡 정점교 선생의 다완 ’우주‘에 남긴 말차.

차를 마실 때 제다장인이나 차상으로부터 어떨 때는 차선생님으로부터 “어떠냐?”는 말에 “좋네요”를 넘어 요즘은 “커피도 마셔보고 다른 사람이 만든 차도 먹어보시라!”고 자주 말한다. 어쩌면 그렇게 모두들 자기가 만든 차가 최고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남의 차는 미덥지 않아 못마시고 오직 자기차만 마신다는 사람들마저 있다. 우리 차산업문화 전체를 얕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겸손하지 않은 부적절한 말이라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전한다.

그런 말을 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정말 좋은 차를 만드는 분들이지만 그렇다고 최고는 아니다. 사실 최고라는 자리는 있지도 않은 허상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차 만드는 분이 그렇게 말해도 씁쓸한데, 차를 파는 분들마저도 자기가 만든 차도 아니면서 그렇게 말하기까지 한다. 아니 그런 분들이 적지 않다.

차평을 하도 해달라고 닦달을 해서 부득이하게 ‘이런 점은 좋지만 이런 점은 좀 더 연구해 봐야겠다’라고 말하고 나면 그다음에 쌩한 기운이 돈다는 연구자들의 경험은 마음이 아프다. 원래 그런 질문에는 답을 해서는 안된다는 삶의 고수들의 레시피가 있지만 그걸 따르기는 늘 양심에 거리낌이 있다. 차인이나 제다장인, 그리고 차선생이 굳이 스스로 차상이라는 장삿꾼으로 스스로를 그렇게 떨어뜨리고 싶은지 이해가 안된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고 보면 필자는 너무 쉽게 ‘맛이 쫌…’이라고 말을 쉽게 했나보다. 차의 성장을 위해 말한 것인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여하튼 묻고 나서 답하면 “네가 차를 얼마나 아는데?”라고 적반하장으로 묻는 사람들의 차는 왠지 마시기도 싫어진다는 말에도 일면 공감을 한다.

다도(차도)까지 추구하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제다장인이나 차인으로서의 품격까지 스스로를 떨어뜨려야 할까? 그런 인간의 삶에 가장 기본적인 예의나 품격이 무너지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면서 더없이 맑고 향기로워야 할 차에 욕심을 붙이는 분들은 참으로 아쉽다. 그런 욕심 아니 번뇌의 꼬리표가 달린 차가 맛있을 확률은 참으로 적어진다. 모두들 아는데 나만 모르는 일이 여기서도 벌어지나 보다.

선수와 심판이 동일해진 탓인가?. 이런 분들은 자기가 만들거나 파는 차가 각종 이벤트성 대회의 심사나 평가에서 떨어진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화가 치밀어 그 분노가 열정마저 태우기도 하나 보다. 하지만 일면 이분들의 의견도 이해가 가는 면도 없지 않다. 몇몇 대회에서 대상이나 1등했다는 차를 굳이 찾아가 마셔보면 속된 말로 ’그닥‘도 적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늘 비슷한 심판들이 있다. 품다를 하는 심사자들이 심지어 대회에 참가한 제다인들의 스승들이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무슨 아사리 판 같은 파벌 싸움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연히 만난 관계자에게 저도 심사하고 싶다고 할 때, ‘그 판이 아무나 들어가고 싶다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라는 말을 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차계의 대가들도 같은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대체 품다하는 사람들의 자격은 뭘까? 모든 품다회를 하나로 합쳐서 상금도 크게 걸고 상품도 시중에서 파는 것을 무작위로 사서하면 어떨까? 등등 많은 의견들이 나오는데 이에 귀기울여야 한다. 일본 후꾸시마 원전 이후의 우리 차산업문화를 보면 어쩌면 지금을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이어야 늦지 않다.

무림소설에 보면 최고 고수인 일대종사가 판을 짜고, 9대문파 들이 격투를 벌여 최고고수의 자리를 탐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우리 차계는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은 느낌 같은 느낌도 든다. 그냥 이전투구를 하는 듯한 안타까움이 든다. 일본이나 중국의 차인들도 다르지 않겠지만, 그들이 새로 만들어 내놓은 '차'들은 우리를 사대주의로서의 '중화'나 '친일'로 유혹한다. 그냥 아쉬울 따름이다.

메이저 대학에 해당 학과가 개설된 곳도 없고 학부에서 전공하는 사람들마저 모두 중국이나 대만처럼 전공자는 아니기 때문일까? 이런 차별적이고 부적절한 의문까지 들 정도로 참으로 하찮은 사람들이 많다는 어떤 전문가의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그 말에 '아 그렇군요'라고 답하는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가슴에 아니 양심에 손을 얹어본다. 하지만 그 말 역시 양심적인 말이라는 점은 부정하고 싶지 않다.

여기저기도 우후죽순으로 전공학과나 전문적인 박사 교수도 없이 생긴 ‘교양’학과들에서 기하학적으로 배출하는 ‘차박사’는 차계의 수준만 떨어뜨릴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서 부끄럽기만 한 것은 오직 나뿐일까?

우리 차산업문화의 미래가 걱정되는 가운데 너무나 우울해서 그냥 몇글자를 옮겨 적어본다. 우리 차문화가 돈 좀 있다고 티내고 싶은 사람들이 같잖게 돈질이나 하는 문화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한 스님의 말에 공감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차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맛있는 차도 만들고 그런 차가 공정하게 평가를 받고, 나아가 국민을 넘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언젠가 어쩌면 가까운 시일에 k-pop이나 영화를 넘은 k-tea 문화의 위상이 그냥 일장춘몽이 안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하도겸 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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