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세계인류의 절박한 숙제로 다가서고 있음을 증명하듯 무더운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한낮의 기온이 36도를 넘어서는 폭염은 좀체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다. 심지어 폭염사망자가 올해 처음으로 발생했다는 행정안전부의 보고도 전해지고 있다. 건강을 크게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열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냉수와 냉음식만을 먹다보면 식중독으로 고생하는 일도 허다하다. 또 불가마같은 더위를 피해 하루종일 에어컨을 쐬고 있자면 냉장병에 걸리는 일도 다반사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낮 최고기온이 33°C 이상일 때를 폭염이라 부른다. 이때 폭염특보가 발효되는데 특정온도를 기준으로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폭염주의보는 최고기온이 33°C 이상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때 내려지며, 이러한 날은 야외활동을 자제하며 가급적 물을 많이 마시도록 권장하고 있다. 자칫하면 열경련,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목숨까지 위협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물질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에겐 완벽한 행복과 편안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불교에선 더위나 추위를 극복하는 방법도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더위와 추위를 피해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 다산 정약용은 더위를 피하는 방법으로 ‘소서팔사(消暑八事)’를 내세웠다. 즉 ‘더위를 없애는 여덟가지 일’이란 뜻이다. 소서팔사의 내용은 첫째 송단호시(松壇弧矢)로 솔밭에서 활쏘기, 둘째 괴음추천(槐陰鞦韆)으로 느티나무 아래서 그네타기, 셋째 허각투호(虛閣投壺)로 넓은 정각에서 투호하기, 넷째 청점혁기(淸簟奕棋)로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다섯째 서지상하(西池賞荷)로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여섯째 동림청선(東林聽蟬)으로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일곱째 우일사운(雨日射韻)으로 비오는 날 한시 짓기, 마지막 여덟째 월야탁족(月夜濯足)으로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 씻기다.

반면 동산양개(洞山良价 807~869) 선사는 무한서(無寒暑)로 더위를 피하는 방법을 말했다. “어디로 가야 춥지도 덥지도 않습니까?” 한 스님의 물음에 동산 선사가 답한다.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으로 가면 되지.” “그런 데가 어디에 있습니까?” “추우면 얼어 죽고 더우면 쪄죽는 곳이다.” 동산 스님은 이 말을 통해 덥고 추운 것은 우리의 분별심에서 생긴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덥다, 춥다’ 분별심을 내지 않으면 올해 무더위도 현명하게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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