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속(僧俗) 떠나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고
그 하나는 반드시
귀정(歸正)으로 일귀(一歸)해”
선암사 문제가 바로 그것
법정 시간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 놓지 말자

 

임인년(壬寅年) 하안거 해제일이 보름 여 앞으로 다가왔다. 곳곳의 선방에서 선향(禪香) 익은 냄새가 육근(六根)을 맑게 한다. 안거철이 되면 필자도 화두 하나를 꼭 집어 든다.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다. 출가 뒤, 스승께서 처음 내려주신 화두다. 평생 뚫어보라 하셨다. 하지만 아직도 그 언저리만 빙빙 돌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그 화두의 정처(定處)가 좀 엉뚱한 데로 흘러갔다. 선암사다. 법원이 지난 7월 7일에 이어 7월 20일 선암사가 태고종 소유임을 재차 확인해준 것이다. 선암사 소유권 문제를 놓고 지금까지 태고종과 조계종이 각종 소송을 벌이며 ‘만법’의 갈등을 빚었다면, 법원이 최근 잇따라 “선암사는 태고종 소유가 맞다”고 거듭 ‘일귀’의 정처를 정해준 것이다.

광주지방법원 제3-2 민사부(재판장 정영하, 황진희⦁김용신 판사)는 7월 20일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가 순천시를 상대로 낸 차 체험관 건물철거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조계종 선암사)의 청구를 각하했다. 소송 총비용도 “조계종에서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 2020년 12월 24일 대법원 판결과 같이 차 체험관 철거를 요구한 조계종 선암사가 사찰로서의 실체가 없고 부지의 실질적인 소유자로 볼 수도 없어 소송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선암사 차 체험관 건물철거소송은 일단락됐으며, 순천시가 선암사 경내 4995㎡(1500여 평) 부지에 44억 원(시비 26억 원, 국비 18억 원)을 들여 지은 차 체험관 건물 또한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 광주고등법원 민사 1-2부(재판장 이수영, 박정훈⦁성충용 고법판사)는 지난 7월 7일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가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 조계종 선암사 전 주지 승려를 상대로 낸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등기말소 항소심에서 “조계종 전 주지 승려가 소유권 보존등기의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계종 선암사는 사찰로서 실체가 없다. 태고종 선암사가 전래사찰로서 선암사 지위를 승계했다. 태고종 선암사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인 만큼, 조계종 전 주지 승려가 소유권 보존등기의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밝혔다. 등기말소 대상은 대웅전 등 사찰 건물 20여 개, 약 2만6000㎡(약 8000평) 상당 사찰부지, 826만4000㎡(약 250만평) 상당 임야 등이다.

차 체험관 건물철거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이번에 광주지법이 대법원 판결과 같이 판결한 데는 지난 7월 7일 광주고법이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등기말소 항소심에서 태고종 선암사의 손을 들어준 것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해서 차 체험관에 대한 모든 소송은 일단락되고, 그 부지가 태고종 소유임이 확인됐지만, 아직도 꼭 뛰어넘어야 할 큰 산이 하나 더 남았다. 광주고법이 태고종 선암사 승소판결을 내린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등기말소 건에 대해 조계종이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법리를 다투는 기관이기 때문에 고법 판결이 번복되기는 힘들지만, 대법원 판결이 끝날 때까지 태고종 선암사는 물론 태고종도 모두가 긴장의 끈을 절대로 놓아서는 안 된다.

사실 필자는 본 지면을 통해 이제 양 종단이 선암사 문제로 더 이상 소모적인 갈등을 벌이지 말고 붓다의 일불제자(一佛弟子)로서 서로 화합하고 존중하는 화합중(化合衆)이 되자고 누차 당부했다. 그러나 조계종은 상고 마지막 날 하루 전인 7월 20일 대법원에 기어코 상고하고 말았다. 또 다시 긴 법정의 시간을 기다리게 만든 것이다. 쓰임새는 다르지만, 필자가 ‘만법귀일 일귀하처’를 들고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속(俗)이 됐던 승(僧)이 됐던 세간사[만법(萬法)]는 모두 일귀(一歸)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일귀는 반드시 귀정(歸正)하게 되어 있다. ‘만법귀일 일귀하처 사필귀정’ 하는 것이 우주의 순리 아니겠는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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