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이나 지방종무원에서 종도들에게 협조 사항이나 동참을 부탁하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종단이 내게 뭘 해주었는데……”. 그래 맞다. 종단에서 해준 것은 없다. 사찰 분담금이나 승려의무금 등 돈만 받았지 종도들에게 돌려준 것은 없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준 건 없지만, 태고종단에 등록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크게 받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일부 종도들이 종단에서 협조를 구하면 그렇게 반문하며 배타적인 감정부터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다. 나라 없는 백성이 있을 수가 있는가? 유대인들은 나라 없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다가 강대국의 지원으로 이스라엘이라는 지금의 나라를 건국하고 살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터를 잡고 사는 팔레스타인들과 끊임없는 전쟁으로 아직도 세계평화를 흔들고 있다. 의상 스님도 조국 신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영달을 뒤로하고 고국으로 돌아와 화엄의 꽃을 피웠듯이 종단 없는 종도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삭발염의하고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추구하는 승려라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무소유를 지향하며 불자들에게 항상 모범을 보이고 존경받는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 물론 모든 수행자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승려들은 부처님의 이름으로 불자들에게 시주 받은 돈으로 불사(佛事)를 해놓고도 자기 자신의 능력이 대단해서 거대 사찰을 창건하고 많은 불자를 신도로 확보한 것처럼 행동한다. 자신이 대단한 능력자인 양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부처님의 위신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지, 자신이 사업 솜씨가 뛰어나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불자들의 막대한 시줏돈으로 이루어진 불사를 마치 자신의 능력으로 이룬 것처럼 착각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깨달음을 얻고자 오늘도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며 묵묵히 수행 정진에만 몰두하는 수좌들 보기가 부끄럽다.

근간에 태고사 인수문제로 종단에서 종도들에게 모연운동을 하고 있다. 내 불사처럼 여기고 모연에 흔쾌히 동참하는 종도들도 많지만, “종단에서 어떻게든 해결하겠지” 하고 서로 눈치만 보며 방관하는 종도들도 많다.

태고사는 우리종단의 종조이신 태고보우 국사의 수행처였으며, 보우 국사의 부도와 부도비 등 보물이 있다. 그런 상징성을 갖고 있는 태고사가 타 종단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우리 태고종단은 결국 뿌리 없는 나무처럼 아무런 의미 없는 종단이 되고 만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식의 태도는 우리종단의 진정한 종도라고 할 수 없다. 때문에 태고종단의 스님이라면 여하를 막론하고 십시일반 하는 마음으로 태고사 인수금 모연운동에 한마음 한뜻으로 동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종단 어른 스님들부터 솔선수범하고 나서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어른 스님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하고 있는데, 후배 스님들이 “큰스님들도 가만히 계시는데, 내가 나설 필요가 있는가”라며 같이 방관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 기회에 우리 종단과 종도들이 다시 한 번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어쩌면 이건 우리 종단의 앞날을 가늠하는 변곡점이자 제2의 중흥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번 태고사 인수금 모연 불사에 동참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법계 또는 종무행정에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불이 나면 먼저 꺼야 한다. 어떻게 불을 끌까 걱정만 하고 있으면 집은 이미 잿더미로 변한다. 태고사는 태고종의 영원한 상징이다. 태고사는 반드시 우리 종단 사찰이 되어야 한다.

-부산 보경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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