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고 있다.

《소심경(小心經)》의 정식게(淨食偈) 중에는 ‘오관일적수(吾觀一滴水) 팔만사천충(八萬四千蟲)’이라는 구절이 있다. ‘내가 물 한 방울을 유심히 보니 팔만 사천 마리의 벌레가 있구나.’라는 의미이다.

이 구절을 읊조릴 때마다 나는 불교가 얼마나 심원한 가르침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경구 속에서 ‘팔만사천 마리의 벌레’는 벌레(蟲)가 아닌 세균(細菌) 내지는 바이러스라고 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작은 벌레라고 할지라도 물 한 방울 속에 살 수 있는 팔만 사천 마리의 벌레는 없기 때문이다. 물 한 방울 속에 팔만 사천 개나 살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현미경으로만 관찰해야 만 가능한 생명체이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팔만 사천 마리의 벌레는 원자(原子)에 해당할 것이다. 현미경이 없던 시대에 미세물질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부처님의 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부처님께서 설하신 물 한 방울에 사는 팔만사천충과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업중생(共業衆生)의 운명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이웃이 건강할 때 나도 건강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줬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부처님께서 어떻게 재난구제 활동을 펼치셨는지 알아야 한다. 부처님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베살리를 직접 방문해 구호활동을 전개하셨다. 부처님께서 도착하셨을 때 베살리에는 시체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고 한다. 부처님은 우선 제자들과 함께 발우에 물을 담아와 뿌리면서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했다. 그리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은 삼보에 귀의하라고 설하셨다. 이렇게 부처님께서 재난 구제에 나선 지 7일이 지나자 베살리에는 전염병이 사라지고 하늘에서 비가 내려 가뭄도 해결되었다고 한다.

재난을 당한 이웃을 구호하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헌신적인 방역활동을 펼치신 부처님의 일화는 코로나 시대에 우리 불자들이 귀감을 삼아야 할 교훈이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슬픔과 절망을 함께 나누는 것이야말로 불자들이 실천해야 할 자비행이다.

《열반경》<범행품>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어떤 사람이 무엇이 온갖 선행의 근본이냐고 묻거든 자비심이라고 대답해라. 자비심은 진실해서 헛되지 않고, 선한 일은 진실한 생각에서 일어난다. 신실한 생각이 곧 자비심이며, 자비심이 곧 여래이다.”

여래란 진리의 세계에서 왔다는 의미이다. 자비심을 가질 때 진리를 실현할 수 있다. 그리고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 한걸음씩 여래에 가까이 가는 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시대를 넘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려면 우리는 무엇보다도 남을 위해 기도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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