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바일제법 제88~92조

효능 스님.
효능 스님.

바일제법 제88조 저두라금상욕계(貯兜羅錦牀褥戒)의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도 두라금(兜羅錦)을 넣은 침대 혹은 의자를 만들게 하면 [두라금은] 빼내고 바일제이다.”

조문의 내용을 보면 다소 난해한 용어인 ‘두라’가 등장하는데 이는 빨리어 ‘뚤라(tūla)’를 음역한 것이고 비단, 면 등으로 번역되지만 보다 넓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이며 6군비구가 침대와 의자에 두라를 넣은 것이 재가자의 비난을 받은 일로 본 조문이 제정되었다.

율장을 전공하면서 힘든 것은 외국어, 특히 영어 일본어 실력 부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텍스트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과 ‘뚤라’와 같이 2600년 전 인도에서 사용했던 물품 등의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부 때는 역경학과에 재학했었는데 산스끄리뜨어 혹은 빨리어로 된 원전 번역을 하다가 단어 하나를 해석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사전, 문법책과 씨름을 했으며 밤샘을 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온종일 공부만 할 수 있었던 학부, 대학원, 유학 시절이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바일제법 제89조 과량좌구계(過量坐具戒)는 좌구의 치수를 규정하는 것으로 조문은 다음과 같다.

“비구에 의해 좌구가 만들어질 때에는 응량(應量)에 따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이것이 양(量)이니, 즉 길이는 불걸수(佛搩手)에 의한 2걸수, 폭은 1걸수반, 테두리는 1걸수이다. 이것을 초과하면 절단하고 바일제이다.”

걸수는 보통 엄지와 중지를 편 길이를 말하니 대략 한 뼘 정도의 길이라 할 수 있으며 걸수에 대한 이해만 있으면 본 조문을 이해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다. 인연담을 보면 부처님께서 좌구의 사용을 허락하시자 6군비구가 넓은 치수의 좌구를 사용하여 다른 비구들의 비난을 받았던 것이 제계의 원인으로 나온다.

목욕할 때 입는 우욕의(雨浴衣) 치수도 계율로 규정

바일제법 제90조 과량복창의계(過量覆瘡衣戒)와 제91조 과량우욕의계(過量雨浴衣戒)는 비구가 피부병에 걸렸을 때 입는 옷인 복창의(覆瘡衣)와 비가 내리는 동안 목욕을 할 때 입는 옷인 우욕의(雨浴衣)의 치수를 규정하는 계율로서 복창의의 길이는 불걸수로 4걸수, 폭은 2걸수로 제한하고, 우욕의의 길이는 불걸수로 6걸수, 폭은 2걸수 반이다. 만약 이 치수를 초과하면 과량좌구계의 경우와 같이 잘라내야 한다. 빨리어 율장에 의하면 복창의는 전신용이 아니라 배꼽 아래부터 무릎 위까지 덮는 용도이며, 우욕의 역시 하반신을 가리는 정도의 사이즈로 4개월의 우기(雨期)에만 사용이 허락된다.

학부 때 한 도반은 목욕까지는 아니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 학교 주차장에서 우산을 받쳐 들고 세차를 하곤 했다. 참 가난했지만 순수했던 시절이 또 생각이 난다.

바일제법의 마지막 제92조는 여불등량작의계(與佛等量作衣戒)이다. 조문은 다음과 같다.

“어떠한 비구라도 선서(善逝)의 의량(衣量)으로 하거나 혹은 그것을 초과한 옷을 만들면 절단하고 바일제이다. 여기에 이것이 선서의 양이니, 즉 길이 불걸수로 9걸수, 폭 6걸수이다. 이것이 선서의 양이다.”

본 조문은 부처님의 이복동생인 난다(한역 난타)가 부처님과 같은 크기의 옷을 입고 있어 오래된 비구들이 부처님으로 착각한 것이 그 인연담으로 해석에 어려운 점이 없어 간략하게 소개하고 마치기로 한다.

동방불교대학교 교수

스리랑카 국립 켈라니야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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